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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설기현도 독일 못 간다?

월드컵 대표 공격수 후보 14명 중 절반 탈락 ‘바늘구멍’… 박주영·박지성만 안정권

  • 최원창/ 축구전문 기자 gerrard@joynews24.com

안정환·설기현도 독일 못 간다?

‘안정환, 설기현도 탈락할 수 있다.’ 바야흐로 최고 골잡이들의 전쟁이 도래하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최종 참가자 명단(엔트리)에 들기 위한 한국 킬러들의 9개월간의 사활을 건 경쟁이 그 시작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6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태극호는 북한·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4강이 자웅을 겨룬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7월31일·8월7일 한국)를 통해 유럽파를 제외한 국내파들을 본격적으로 테스트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59) 감독은 해외파와 국내파 가릴 것 없이 최상의 조합을 완성하기 위한 모색에 돌입했다.

왜 ‘안정환과 설기현’을 예로 들었냐고 묻는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믿을 수 없는 동점골과 골든골의 주인공인 이들도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 안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현재로서는 안정환, 설기현 등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들보다도 당시 탈락의 눈물을 쏟았던 ‘사자왕’ 이동국(26·포항)과 혜성처럼 등장한 ‘국보급 킬러’ 박주영(20·서울)에게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주요 포메이션인 3-4-3을 기준으로 할 때 최전방 원톱과 좌우 윙포워드 자리는 최소한 3대 1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23명으로 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공격수만을 포진시킬 수 없기 때문에 10명이 넘는 공격수들은 저마다 장점을 극대화해 바늘구멍을 통과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 킬러 가리기가 시작됐다

‘황새’ 황선홍(현 전남 코치)이 회고하기를 2002년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던 5월28일 직전까지 자신도 탈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인지를 두고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베테랑 킬러’의 마음고생이 이 정도였다면 젊은 킬러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2002년 한일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공격 자원은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5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거치며 더욱 늘어났다. 오히려 황선홍 같은 백전노장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경쟁은 2002년때보다도 훨씬 강도가 높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을 노리는 킬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안정환, 설기현, 이천수, 최태욱, 차두리 등 2002년 월드컵 멤버가 5명이다. 여기에다 이동국, 조재진, 김진용, 정경호, 박주영 등 5명이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여기에다 김은중·정조국(이상 서울), 최성국(울산), 김동현(수원) 등도 활약 여부에 따라 깜짝 발탁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 중 공격수가 7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 14명 중 7명은 탈락해야 한다는 것이고 7명 안에 든다고 해도 주전 세 자리를 차지하기는 녹록지 않다.

솔직히 어떤 축구전문가도 쉽게 누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지 점치지 못한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접전인 셈이다.

中 이동국의 ‘수성’ vs 안정환의 ‘반전’

황선홍이 떠난 원톱 자리를 거쳐간 킬러는 최용수(일본 이와타), 김도훈(성남), 우성용(인천), 안정환(프랑스 FC 메스) 등 숱하다. 하지만 모두 굳건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결국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사퇴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본프레레호가 공식 출범한 뒤부터 이동국이 부활해, 이동국은 본프레레호에서 19경기에 나서 11골(8월3일 현재)을 뽑아내며 그야말로 ‘황태자’로 등극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당초 이동국과 안정환 투톱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그 효과는 낙제점이었다. 이때부터 본프레레 감독은 이동국을 선발로 내세우되, 안정환에게 ‘기어변속기’의 임무를 쥐어주며 후반 조커로 활용할 구상을 현실로 옮겼다.

현재 본프레레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 같은 구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3년 만에 유럽 무대에 재진출하며 프랑스 르샹피오나(1부리그) FC 메스에 입단한 안정환으로서는 조커 구실에 만족할 수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황선홍과 번갈아 원톱을 맡았듯이 이번에도 주전 원톱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만일 이 두 선수를 모두 활용해야 할 경우에는 안정환을 좌우 윙포워드로 활용해볼 수도 있지만 이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런 만큼 태극호의 원톱 경쟁구도는 이동국의 자리 수성과 안정환의 막판 대역전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반면 ‘작은 황새’로 불리며 황선홍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됐던 조재진은 2004년 12월19일 독일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부각됐지만 여전히 본프레레호의 원톱 자리를 맡기에는 활약도가 부족해 보인다.

左 며느리도 모르는 안개정국

한국 왼쪽 윙포워드의 터줏대감은 ‘스나이퍼’ 설기현(26·잉글랜드 울버햄턴)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설기현이 본프레레호에서 보여준 활약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 설기현은 특히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매우 부진했다.

이 틈을 꿰차고 들어온 특급 태풍은 ‘국보급 킬러’ 박주영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6월 월드컵 본선행의 갈림길이었던 ‘죽음의 원정길’에 박주영을 포함시켰고, 그에게 설기현이 맡던 왼쪽 자리를 맡겼다. 박주영은 천재다운 기량을 선보이며 우즈베키스탄전과 쿠웨이트전에서 잇따라 골을 잡아내며 본프레레호를 살렸다. A매치 데뷔 2경기 연속골. 한국 축구사상 최순호, 김주성, 정재권, 이천수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세운 기록이었다.

물론 박주영이 원톱을 맡아도 충분하지만 수비수들의 밀집 수비를 견뎌내야 하는 원톱보다는 자유로운 윙포워드를 선호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왼쪽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쓴맛을 보고 K리그로 복귀한 이천수도 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물론 이천수는 오른쪽 자리를 맡을 수도 있는 양발잡이여서 자리 이동은 가능하다. 또 본프레레호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정경호는 후반 조커로 낙점받았다.

右 차두리 ‘중앙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려라’

왼쪽에 비해 오른쪽 자리는 경쟁이 덜해 ‘아우토반’ 차두리(25·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유력해 보인다. 차두리는 지난해 9월8일 베트남전부터 아버지 ‘차붐’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의 등번호 ‘11번’을 이어받아 아버지의 자리였던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를 꿰차고 있다.

차두리는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8골을 뽑아내며 소속팀 프랑크푸르트를 1부리그로 승격시키는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감을 높여가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빠른 돌파력과 몸싸움에서도 유럽 선수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차두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차두리가 본프레레호 출범 후 A매치 골 맛을 보고 있고, 월드컵이 벌어질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차두리에게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차두리는 돌파력에 비해 여전히 한 템포 늦고 부정확한 크로스로 중앙공격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좀더 중앙과 호응할 수 있는 경기운영 능력을 기른다면 차두리의 독일행은 무난해 보인다.

차두리에 대적할 경쟁자로는 최태욱(일본 시미즈)을 들 수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그동안 최태욱을 신임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 그를 첫 발탁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또 좌·우 윙포워드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천수가 오른쪽으로 방향 전환할 가능성도 있는 데다 김진용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 상방검의 향방은 과연 누구에게로

고대시대 왕들은 전쟁이 날 경우 장수에게 상방검(尙方劍)을 하사하며 지휘권을 부여했다. 독일월드컵의 상방검은 과연 누구의 손에 쥐어질까? 본프레레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보다도 더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히딩크 감독은 ‘튜닝(tuning·조율)’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킬러들의 경쟁구도를 교묘히 이용해 월드컵에서 폭발적인 골들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9개월. 아직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부족해 보이는 태극호의 공격 라인이 어떤 ‘튜닝’의 절차를 밟으며 강력해질지 킬러들의 발끝에 우리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안정환·설기현도  독일 못 간다?




주간동아 2005.08.16 498호 (p70~73)

최원창/ 축구전문 기자 gerrar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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