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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 예술의 세계로

‘엄지족’ 디지털 예술을 창조하다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엄지족’ 디지털 예술을 창조하다

‘엄지족’ 디지털 예술을 창조하다

디지털 세대는 휴대전화로 새로운 표현수단을 만들었다.

직장인 문모(26·여) 씨는 요즘 말이 없어졌다. 시시때때로 울리던 휴대전화도 조용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문 씨는 수다 떠느라 바쁘다. 부지런히 문자메시지(SMS)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하루 평균 ‘날리는’ 문자메시지는 20건, 생일이나 복날처럼 특별한 날엔 50건을 훌쩍 넘는다.

그뿐 아니다. 처음엔 단순히 문자로 용건을 찍어 보내던 문 씨는 요즘 온갖 이모티콘을 동원해 메시지를 보내고 SMS 전송업체 등에서 하는 콘테스트에도 자주 응모한다. 문 씨는 심심찮게 부상으로 무료 SMS를 받자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에서 운영하는 ‘메시지사업팀’에서 일해보고 싶은 희망까지 생겼다.

이통사·포털업체들 다양한 문자메시지 개발 경쟁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쓰면 눈치 보이잖아요. 문자메시지는 일하는 척하면서 웹에서도 보낼 수 있어 자주 쓰죠. 또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전화하면 ‘생뚱’맞은데 문자메시지는 그런 어색함이 없고, 동시에 여러 명에게 연락하기도 편해요.”

KTF에 따르면 2005년 6월 문자메시지는 20억8615만건으로 음성전화 20억4669건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LGT는 2004년과 올해 6월을 비교해보면, 음성 착신이 7억7000만건에서 8억9000만건으로 약간 늘었는데, 문자메시지는 5억5000만에서 9억3000만으로 크게 늘어 음성을 앞질렀다. SKT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음성전화가 거의 정체-증가를 보이는 데 비해, 문자메시지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이통사들과 포털업체들이 다양한 문자메시지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LGT는 40대 문자메시지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데 착안, 체험관 ‘폰앤펀’에서 MJ(mobile-jockey)가 문자메시지 사용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SMS 발송 전문업체들도 늘어나 사용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문자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말 그대로 문자로만 된 문자메시지뿐 아니라 이모티콘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이모티콘 메시지, 컬러 그림이 함께 전송되는 ‘아이콘 편지’, 소리 등이 부가되는 ‘멀티미디어 메시지(MMS)’ 등이 서비스 중이다.

스크롤 하듯 길쭉한 이모티콘 메시지 ‘키다리’, 19세 이상 인증을 받는 야한 메시지 ‘에로티콘’, 유선으로 가입하면 편지지처럼 화면이 합성되는 ‘메시지코디’ 서비스 등은 문자메시지가 포맷 개발을 넘어서 콘텐츠 경쟁 단계에 들어서 있음을 보여준다.

점점 더 단순하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디지털 세대’의 출현을 예견하고 2000년 설립된 SMS 전문서비스 업체 ㈜쏜다넷(랭키닷컴 1위)의 송승한 대표는 “이모티콘은 이제 예술작품이다. 지금은 사용자들이나 업체들이 서로 퍼가고 변형해서 쓰지만 향후 저작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통사 중 KTF는 상대적으로 젊은 사용자가 많아 문자메시지 서비스도 가장 활발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이모티콘을 소개한 ‘이모티콘 디자이너’ 조문주 씨가 있는 ㈜지어소프트가 KTF에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은정 팀장은 “문자메시지 서비스 초기에 저작권 논의가 있었다. 오늘 우리 업체에서 만든 메시지 포맷이 즉시 타 사이트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KTF가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폰트’는 그래픽디자인 업체인 ‘윤디자인’과 손잡고 테이, 현빈, 세븐 등 스타들의 글씨체를 가져와 문자메시지에 쓰는 것으로 해당 연예인에게 로열티가 지불되는, 창작 개념의 문자메시지다. 광복 60주년 행사 때도 대형 스크린에 시민들의 문자메시지를 띄우는 퍼포먼스를 하게 될 예정이므로 문자메시지가 예술 대접 받을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문자메시지 증가 이유로 이통사들은 모두 ‘저렴한 요금’을 꼽는다. 이통사들이 요금 부담을 크게 느끼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본 혹은 정액 요금을 받고 ‘무한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보통 25~30원을 내야 하나, 이통사들이 대량 구매시 도매가 8~11원에 판매하므로 기업 등에서 홈페이지 홍보 등의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주는 경우도 많다.

응용 무궁무진 … 음성 통화 이어 e메일도 따라잡기

㈜쏜다넷의 송 대표는 “방송사에 시청자 의견을 주는 MO(Message Oriented) 서비스를 비롯해 문자메시지는 무궁무진하게 응용이 가능하다. 대량 발송이 쉽고, 명료해서 동호회 공지, 각종 수금통지, 무료 쿠폰 발송에 많이 쓰인다. 영화 ‘가족’과 이승철 콘서트 프로모션에 써봤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언론사에 전해지는 홍보자료도 우편-택배서비스-팩스-e메일을 거쳐 지금은 문자메시지가 활용된다. ‘SMS가 e메일을 죽인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는 “사람은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받아서 즉시 뭔가를 결정하고 대답해야 하는 ‘동시성’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발신자 표시 서비스를 쓰고, 문자메시지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한다.

삼성디지털솔루션센터 마케팅전략그룹의 이성훈 차장은 “이통사에서 보면 문자서비스는 다양한 기능으로 확대해 계속 이익을 내기에 매우 좋은 툴(tool)이다. 문자, 그래픽, 소리라는 정보를 전송하여 ‘모바일 멀티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디지털 세대의 사람들은 ‘공간의 재영역화’가 가능하다. 즉 공개적 공간에서 은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적 공간을 갖게 되고,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그는 “아무리 요금이 싸도 이 같은 특징이 없다면 문자메시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모티콘 문자메시지를 먼저 도입한 나라는 일본이지만, 이를 ‘모바일 멀티미디어’로 발전시킨 건 역시 우리나라의 디지털 소비자들이다. 일본은 ‘착신아리’ 같은 영화로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는 문자메시지에 대한 공포를 드러냈지만, 우리나라 사용자들은 이를 ‘창작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디지털에 관한 한 우리는 매우 낙관적인 민족인 듯하다.



주간동아 2005.08.16 498호 (p38~38)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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