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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권력과 광기’

소문난 폭군들 다 모였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소문난 폭군들 다 모였네!

소문난 폭군들 다 모였네!

비비안 그린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펴냄/ 572쪽/ 2만3000원

미치광이는 신분의 고하, 역사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인간은 광인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내면의 분노를 폭발시키도록 잠시만이라도 길을 터주면 우리는 그 세계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모두가 광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미칠까.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 개인의 정신병은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크게는 국가나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왕이나 권력자가 광기를 지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권력과 광기’는 통치자들의 비정상적인 성격과 행동이 민중의 한숨과 탄식을 부르고, 역사의 물줄기를 어디로 흘러가게 했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파헤친다.

의심과 음모가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 왕실이다. 특히 어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통치자에게 광기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을 것이다.

56세에 로마 황제가 된 티베리우스는 차갑고 감성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술독에 빠져 살아 병사들이 ‘비베리우스’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불안정한 심리는 기이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심복을 독살하고 근위병에게 자신의 권한을 넘기고 정치를 멀리했다. 말년에 카프리 섬으로 거처를 옮긴 티베리우스는 그릇된 쾌락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는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멀쩡하지도 않았다. 경계선 증후군으로 살다 간 것이다. 그를 이어 황제가 된 칼리굴라는 자신이 신성하다고 믿었다. 특히 자신을 주피터와 동일시하며 신처럼 입고 신처럼 행세했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 일종의 과대망상이었다.



로마 폭군 중의 폭군은 역시 네로 황제다. 그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첫 번째 부인을 내쫓아 자살하게 만들었다. 임신 중이던 두 번째 부인은 그가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죽었고, 노예 출신 젊은이를 거세한 뒤 그와 결혼한다. 편집증 환자였던 네로는 환락을 위해 국가재정을 탕진한다. 로마에 큰 화재가 일어났지만 더욱 많은 세금을 부과해 민심을 들끓게 만든다. 파온 별장으로 쫓겨가 자살한 네로는 그제야 편집증을 내려놓는다.

“마법과 요술에 걸려 미쳤다.” 영국의 존왕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한 작가가 그에 대해 한 말이다. 존왕은 ‘악마의 가문’이라 불리는 비정상적인 왕실에서 성장, 조울증에 시달리고 심각한 인격장애를 지녔다. 사치와 방종은 그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세금에 불만을 품은 귀족들의 강요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에 서명한 그는 왕의 권위를 잃고 시름시름 앓다 생을 마친다.

샤를 6세는 본인은 물론 프랑스 왕가의 비극이었다. 그는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탓에 가문이나 주위 사람들의 도구나 다름없었다. 삼촌들과 귀족들에게 실권을 빼앗기고, 잇따른 사건으로 정신병 증세를 보이게 된다. 정치는 엉망이 되고 재정은 파탄이 났으며, 그는 혼수상태에 빠져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러시아 이반 14세가 대공에 오른 나이는 겨우 세 살이다. 귀족들은 그를 노리개 취급했다. 귀족들의 손아귀에서 느낀 무력과 마음의 상처는 그의 성격과 정치 방향을 결정짓는다. 유능한 통치자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었지만 뇌염 또는 매독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폭군의 길을 걷는다. 가학적이고 잔인한 성향은 발작적으로 터져나왔다. 주위를 지켰던 사람은 그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분노는 사나운 폭풍우 같았다. 지혜로 충만했던 정신을 사나운 야수와 같은 성질로 바꿔놓았다.”

20세기, 시대가 바뀌었어도 폭군은 등장한다. 바로 군화 신은 독재자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이다. 권력에 중독된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가치관을 국민에게 강요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제거한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는 그들의 유일한 존재 목적이 되어버린다.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격적 능력이었다. 이는 민주사회가 정착된 21세기에도 통치자의 인격적 능력이 여전히 중요함을 역설적으로 일깨워준다.





주간동아 2005.06.07 488호 (p80~81)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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