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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의 실수, 항공기 확보 ‘발등의 불’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해경의 실수, 항공기 확보 ‘발등의 불’

해경의 실수, 항공기 확보 ‘발등의 불’

5월15일 레저용보트 침몰 사건 유족들이 18일 인천해양경찰서 앞에서 고인들의 영정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족들은 해경 구조작업이 늦어져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5월15일 오후 4시20분쯤 경기 화성시 우정면 입파도 부근에서 일어난 레저용 보트 침몰 사고는 밤을 새워 16시간 동안 물에 떠 있으면서 죽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유일한 생존자인 한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이 어머니는 다음날 아침 6시20분쯤에야 해경 경비정에 의해 구조됐는데, 그 사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빠진 채 구조를 기다리던 7명의 가족은 차가운 바다 온도를 견디지 못해 차례로 숨을 거두었다.

이 사고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것은 15일 오후 8시쯤이었다. 그러나 해경은 오후 11쯤 배를 끌고 나가 수색을 시작해 날이 훤히 밝은 다음에야 유일한 생존자인 구자희 씨를 구조해냈다. 해경이 신고를 받고도 늦게 배를 출동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그로 인해 해경은 신고 사항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5명을 직위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과연 해경은 앞으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기회로 해 해경의 업무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해경은 경비함정이 아닌 항공기로 바다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넓디 넓은 바다에서 그것도 야간에 배를 띄워, 파도 속에서 머리만 보일까 말까 한 조난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헬기나 프로펠러기를 띄워 수색한다면 훨씬 더 쉽게 조난자를 찾아낼 수 있다.

조난자를 발견한 헬기나 프로펠러기는 즉각 음식물과 물 등을 실은 고무보트를 조난자 가까이에 떨어뜨려준다. 조난자들이 이 고무보트에 올라탈 수만 있다면, 비행기로부터 통보를 받은 경비함이 빠른 시간 안에 올 것이므로 이들은 안전하게 뭍으로 올라올 수가 있다.

해경은 현재 11대의 헬기와 챌린저라는 이름의 프로펠러기 1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밤 이 비행기들은 무용지물이었다. 이유는 야간 비행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야간항법장치와 야간에 조난자를 찾는 데 쓰이는 열상장비(TOD)가 탑재된 비행기가 단 한 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장비만 있었다면 해경 함정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7시간 동안 ‘무작정’ 밤바다를 헤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해안경비대나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비행기를 이용한 구조 활동을 펼친 지 오래인데, 한국 해경은 아직도 함정에 의존한 구조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함정은 바다를 관리하는 주 세력이 아니라 보조 세력으로 밀려났다. 대신 비행기가 주 세력의 자리를 차지했다. 비행기는 높이 뜬 상태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넓은 바다를 초계한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것이 발견되면 함정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 확인한다.

중국 어선이 서해의 우리 수역을 자주 침범한다면, 최선의 방어책은 이곳에 초계기를 띄우는 것이다. 헬기는 체공 시간이 짧으니 프로펠러 비행기를 띄우는 것이 유리하다. 8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프로펠러 초계기는 해경 경비함정으론 상상할 수도 없는 넓은 바다를 초계한다. 그러다 우리 수역을 침범하려는 중국 어선이 발견되면 대기하고 있던 해경 경비함정에 그곳의 좌표를 알려준다. 좌표를 통보받은 만큼 해경 경비함은 헤매지 않고 바로 목표 수역으로 달려가 단속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72대의 프로펠러 초계기를 갖고 있고, 일본 해상보안청은 29대의 프로펠러 해상초계기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해경이 보유한 프로펠러 초계기는 단 한 대. 때문에 관계자들은 해경이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은 대형 함정의 확보가 아니라 프로펠러 초계기의 확보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해경은 7명이 희생된 입파도 사고를, 관련된 사람들을 직위해제 하는 선에서 끝낼 게 아니라 해경의 항공 세력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05.06.07 488호 (p12~12)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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