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8

2005.03.29

일품 산채 맛, 만점 건강식

  • chjparis@hanmail.net

    입력2005-03-24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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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품 산채 맛, 만점 건강식

    각종 나물과 채소를 무와 콩, 들깨 등 천연양념으로 무쳐 내는 ‘장독대 정식.

    ‘잘 먹고 잘 살자’라는 참살이(웰빙) 바람과 함께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게다가 날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대중매체의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은 ‘맛있는’ 것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부추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시적으로 입을 즐겁게 하는 자극적인 음식이 너무 많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이 지나쳐, 마치 모든 음식을 보양식으로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몸에 좋다는 약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음식은 믿음이 잘 안 간다. 사실 ‘잘 먹자’는 뜻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 우리 몸을 잘 지탱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눈과 입만 즐겁게 하는 음식은 물론이고 육류 위주의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는 신체의 유기적인 균형을 깨뜨리기 쉽다. 따라서 건강한 밥상은 자연스러움이 넘치는 밥상일 것이다. 자연의 절기와 생태계의 균형을 중시하는 밥상이야말로 ‘맛있는’ 밥상이자 약상이 아니겠는가.

    산채 전문 음식점 ‘장독대’는 바로 그러한 밥상을 차려내고자 한다. 이곳은 25년간 우리의 전통 밥상과 자연식의 중요성을 전파해온 자연식 연구가 강순남 씨가 경영하는 음식점이다. 최근 ‘밥상이 썩었다, 당신의 몸이 썩고 있다’라는 책을 펴낸 그녀는 이전에도 두 권의 책을 통해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일구고자 노력했다. ‘장독대’의 모든 음식은 그의 믿음의 발현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듯 요란하고 부담스러운 곳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장독대가 있는 옛집처럼 포근한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다란 장독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속에서는 무언가가 곰삭고 있을 것이다. 토담집 분위기가 나는 방에 들면 매실, 앵두, 산딸기, 오디 등으로 담근 과실주들이 살갑게 손님을 맞는다. 점심때 이미 ‘들깨국수’를 맛보고 간 터라 저녁에는 짝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정식을 시켰다. 들깨국수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에 매료돼서 욕심을 내 ‘큰상차림’을 주문한 것이다.

    목기에 담아져 나온 음식이 한 상 가득 나오는데, 너무 많아 음식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하게 된다. 알록달록한 나물과 생야채 샐러드가 먼저 구미를 당긴다. 치커리, 상추, 양배추, 적양배추, 배, 무, 피망 등으로 이뤄진 생야채는 빛깔도 좋지만 그 위에 얹어진 두 가지 소스가 특이해 보인다. 하나는 무를 갈아 만든 소스로 새콤달콤하며, 다른 하나는 콩과 샐러리를 간 것으로 고소한 맛이 난다. 입 안에서 야채와 소스가 상큼하게 어우러지는 게 그만이다. 단맛과 신맛은 설탕이나 일반 식초가 아닌 매실 정수와 산야초 효소에서 나오는 것이란다. 박고지, 가지고지, 취나물, 도라지 등 아홉 가지가 넘는 나물들도 들깨 가루나 현미 등을 갈아 만든 오곡 가루로 양념을 한 탓인지 맛이 깔끔하다.



    동치미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넣어본다. 혀가 짜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시원한 국물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음식을 먹다 다시 떠먹은 국물은 전체적으로 음식 간을 맞춰주는 구실을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시원한 동치미 맛은 겨울철이 지나서 낼 수 없다고 한다. 제철을 벗어나 억지로 맛을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품 산채 맛, 만점 건강식

    고소한 들깨국수.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다.

    ‘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소금을 기피하는 풍조가 오히려 심장병이나 신장병, 암 같은 생활습관병을 낳는다고 한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문제는 기계염이나 정제염이란다. 천일염은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을 비롯한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의 균형을 이루게 해 생활습관병을 예방한다고 한다. ‘짠’ 이유는 몸이 적절한 염도를 유지해야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 간을 강하게 한 때문이란다. 그래서 이 집에서는 천일염을 구워 핵비소(소금의 간수 속에 포함된 성분)를 제거한 죽염으로 간을 한다. 실제로 동치미를 제외하고 다른 음식의 간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손님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조절한다고 한다. 또한 주의할 것은 과도한 설탕 섭취라고 하니, 단맛을 천연재료로 내는 이유를 알겠다.

    일품 산채 맛, 만점 건강식

    ‘장독대’의 커다란 독들 안에선 무언가가 늘 곰삭고 있다.

    밥이 참 맛있다. 멥쌀과 찹쌀, 찰수수, 팥 등으로 지어낸 밥은 찰지면서 씹을수록 ‘밥맛’이 난다. 된장찌개와 맑은 배추 된장국의 맛은 이 집에서 직접 담근 장맛이다. 국물은 육수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야채 위주의 식단에서도 육류가 줄 수 있는 영양가를 보이지 않게 고려하는 균형 감각이 엿보인다. 산적 또한 요란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낸다. 잡채는 들기름과 매실 정수, 산야초 효소로 묻혀내서인지 달착지근한 일반 잡채와는 거리가 멀다.

    각종 산나물과 들나물을 넣은 모듬전, 담백하게 양념한 두부와 묵 맛도 은근하다. 맵지도, 아주 시지도 않은 묵은 배추김치 맛은 자극적이지 않다. 새콤달콤해서 중간 중간 입맛을 새롭게 해주는 매실장아찌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들깨를 갈아 넣은 버섯전골 또한 고소하고 부드럽다. 야채나 나물, 김치 등도 철 따라 바뀐다. 제철에 나오는 음식들이 기대된다. 거의 모든 음식이 자연재료로 양념해서인지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음식을 남길까봐 두려웠던 마음은 이미 두둑해진 배 뒤로 숨어버렸다.

    이 집 손님 중에는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조용한 분위기와 자연스런 음식 맛이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모양이다. 낮에 들깨국수 국물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비우는 젊은이도 보았으니. 거실에 여러 자연 식품들이 있어 물어보니 판매하는 것이란다. 친절하게도 사용법까지 알려준다. 문을 나서자 다소곳이 내리는 봄비 따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 ‘장독대’

    위치 :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를 나와 신림동 방향으로 가다 첫 번째 만나는 길을 끼고 돌아 50m 정도 간다.

    연락처 : 02-886-5857

    추천 메뉴 : 큰상차림(2만원), 장독대정식·더덕정식(1만5000원), 생야채식(9000원), 산채비빔밥·들깨국수·열무막국수(7000원)

    영업 시간 :11:00~22:00

    연중무휴, 주차·신용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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