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반도

포퓰리즘은 독도에 상륙 말라

목청 키우고 감정적 격한 대응 비효율 … 실리적 차원서 개발 영유권 굳히기 필요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포퓰리즘은 독도에 상륙 말라

포퓰리즘은 독도에 상륙 말라

장황하게 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 해상보안리포트 26쪽(가운데)과 43쪽(오른쪽).

1997년부터 2000년 사이 발간된 국방백서에는 독도를 우리 영토로 분명히 표기한 문구가 있었는데, 지난달 발간된 2004년 국방백서에는 이것이 빠졌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면 일본의 국방백서에는 어떻게 돼 있을까. 방위청 및 자위대 창설 50주년을 유난히 강조한 2004년판 ‘일본의 방위’ 제3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사정세’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36~37쪽).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영토문제와 통일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북방 영토와 (한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다케시마 영토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짧지만 일본의 국방백서는 다케시마를 자기네 영토로 거론하고 있다. 해군과 함께 해양주권을 지키는 것이 해경인데, 일본에서는 해경을 해상보안청으로 부른다. 해상보안청 백서는 훨씬 더 장황히 다케시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백서를 제대로 보려면 먼저 ‘맥아더 라인’부터 이해해야 한다. 일제를 패망시킨 연합국은 46년 1월29일 연합군총사령부 지령 제677호로 일본의 어업한계선을 설정해주는데 이것이 세칭 ‘맥아더 라인’이다. 맥아더 라인은 독도 동쪽 12해리 밖에 그어져 일본 어민은 그 밖에서만 조업할 수 있었다. 연합군총사령부는 독도 주변 12해리 바다는 한국 어선만 조업할 수 있는 한국 관할 수역으로 획정해준 것이다(포토 참조).

3월17일 신 對日 독트린 발표



맥아더 라인은 52년 4월2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되면서 폐지된다. 그런데 그 직전인 52년 1월18일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라인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화선(일명 이승만 라인)’을 선포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백서인 ‘해상보안리포트 2004’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어업을 제한하고 있던 맥아더 라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와 함께 폐지될 것 같은 움직임이 있자, 소화 27년(52년) 1월 한국은 수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해양주권 선언을 발표하고 이승만 라인을 설정해 한국 수역에서 조업하는 우리나라 어선을 쫓아냈다. 그런데 한국이 설정한 이승만 라인 안쪽에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가 포함돼 있었다. 동도와 서도를 비롯한 여러 암초로 구성된 다케시마는 옛 문헌 등에서는 ‘마쓰시마(松島)’로 불렸고, 메이지 시대 때 내각이 우리나라에 속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재차 영유권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 제2차 세계 대전 후 연합국 군정을 받을 때 우리 행정권이 미치지 못했고, 맥아더 라인이 선포됨으로써 우리 어선이 조업할 수 없는 수역이 되자, 그 틈을 타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했다. 한국은 이승만 라인을 설정한 뒤 우리 어선에 총격을 가하며 격렬히 단속했고, 소화 29년(54년)에는 등대를 건설하고 경비대원을 상주시켰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국 측에 항의하고, 우리 어선이 그 해역에서 탈출하는 것과 승무원을 구출하는 것 등 우리 어선을 한국 경비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가능한 대항 조치를 하였다.”(26쪽 ‘해양 범죄와 해상안보의 대응’편)

포퓰리즘은 독도에 상륙 말라

다케시마 영토문제를 거론해놓은 ‘일본의 방위’.

“다케시마에 대해 한국이 이승만 라인을 설정하고 소화 29년부터 등대를 건설하고 경비대원을 상주시키는 등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다케시마가 역사적·국제법적으로 봐도 우리의 고유 영토라는 것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한편, 다케시마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므로 외교 차원에서 끈질기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을 좇아 해상보안청은 다케시마 주변에 상시 순시선을 배치해 감시하는 한편, 우리 어민이 (한국에) 나포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43쪽 ‘영해 경비’ 편).

한국의 최신판 국방백서는 독도에 대한 언급을 생략했지만, 일본의 최신 백서는 모두 독도 영유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비교로만 본다면 한국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정부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3월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동영 상임의장이 신 대일(對日) 독트린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양한 시설 독도 유인화 좋은 기회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언론도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RF-4C 정찰기가 독도로 접근해오자 공군이 F-4 전폭기를 비상 출동시켜 쫓아냈다고 한 3월17일자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가 좋은 사례다. 일본 항자대의 RF-4C 정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근처로 접근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F-4 전투기를 비상 출동시킨 사실도 없고 쫓아낸 적도 없다.

이날 공군의 F-4 전투기들은 동해에 있는 한 공역(空域)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 항공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으로 접근해오자, 공군은 이 전투기를 한국방공식별구역과 맞닿아 있는 동쪽 공역으로 이동시켜 계속 훈련케 한 것이 공군 대응의 내용 전부다. 이러한 통제는 대구에 있는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했고, F-4 조종사들은 일본 항공기의 접근과 상관없이 옮겨간 공역에서 부과된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을 뿐이다. 이들이 진짜로 일본 항공기에 대응하려고 했으면 기지로 돌아와 다른 무장(대공전 무기)을 하고 출격했어야 한다.

일본의 도전에 대해 결연히 맞서는 구도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언론도 좋아하는 구도다. 평소엔 독도는 물론이고 해양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여야의 몇몇 국회의원들은 시마네현 조례가 통과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독도로 달려갔다.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독도 문제에 대해 가장 깊이 있게 생각하는 층은 역시 전문가들이다. 많은 국민들은 일본이 독도를 무력으로 점령할 가능성을 걱정한다. 이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인 박춘호 전 고려대 교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 이유를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면 시코탄(色丹) 등 일본 북부의 4개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와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물론이고, 한때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아시아의 국가들이 일본을 비난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포퓰리즘은 독도에 상륙 말라

일본 해상보안리포트에 명기된 배타적경제수역 범위. 이 지도 맨 아래에 오키노토리시마가 있다(위 지도). 침대 반 정도 크기의 오키노토리시마와 그 주위를 둘러싼 콘크리트 보호벽.

이것이 한국에는 기회다. 일본이 입으로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틈을 타서 한국은 독도를 유인화해야 한다는 것. 한국은 독도 개발 논리의 실마리를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지도에서 보듯 일본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 떨어진 태평양에 ‘세계에서 가장 작다’고 하는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를 갖고 있다.

이 섬의 전체 면적이 침대 반만 하고 최고 높이는 해발 1m도 되지 않지만, 일본은 주변에 영유권 시비를 걸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이 섬 주변 12해리를 영해, 200해리를 배타적경제수역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이 섬은 산호섬인지라 파도에 부숴져 물속에 잠길 수도 있다. 때문에 일본은 섬이 파도에 깎여내리지 않게 주변에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보호벽을 쌓았다.

바닷새나 잠시 쉬었다 갈 암초에 이런 시설을 했으니 한국은 이보다 수만 배 큰 독도에 다양한 시설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독도 영유권이 한국에 있다며 목청만 높일 게 아니라 독도를 합리적 합목적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과 언론이 포퓰리즘 차원에서 독도를 거론한다면 독도 개발만 힘들어진다. 전문가들은 묵묵히 실리적 차원에서 독도 영유권을 굳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간동아 2005.03.29 478호 (p38~39)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28

제 1228호

2020.02.28

[단독] 진단키트 싸게 판다? 코로나 불안감 파고든 유통업자 주의보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