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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한국의 부자동네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강남 빅3 대표적 … 동부이촌동 한강자이·분당 파크뷰도 ‘급부상’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야경.

이지수(53·여) 씨 가족은 2월 서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26층으로 이사했다. 거실 베란다의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양재동 방향으로 곧게 뻗은 남부순환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게 갠 날에는 멀리 관악산까지 보인다. 다른 방향으로 난 창으로는 대치동 아파트촌과 대모산, 양재천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구의 ‘금싸라기’로 떠오른 대치·도곡동 일대가 이 씨 집 창 밖으로 한눈에 잡히는 셈이다.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평당시세 4000만~5000만원

남편이 건설회사 대표이사인 이 씨 가족은 서초동 빌라에서 15년간 살다 올해 마침내 강남 주민이 되었다. 재건축 인가가 떨어지자마자 낡은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 조합원 자격으로 비교적 ‘싼값’에 이주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밤마다 맨해튼 야경처럼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며 “대학생인 아들이 강남 주민들에게만 비용을 할인해주는 고급 영어회화학원에 다니는 등 강남 주민으로서의 혜택을 보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부촌은 움직인다. 성북동, 한남동, 평창동의 ‘전통 부자’가 그 동네에서 대대손손 뿌리내리고 산다면, ‘신흥부자’는 경제발전의 축을 따라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 70년대 이후 신흥부자들의 거주지는 여의도, 동부이촌동, 서초동, 방배동, 압구정동 그리고 도곡동과 대치동으로 줄곧 이동해왔다.

2000년대 신흥 부촌은 강남 부자들의 새로운 ‘헤쳐 모여’의 산물이다. 서울 강남구와 인근 서초구, 송파구의 상류층이 80년대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를 떠나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이주하는 것이다. 대치동의 청실·우성·미도 아파트가 강남의 ‘빅3 아파트’로 불렸지만, 지금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 강남의 3대 신흥 부촌으로 손꼽힌다. 이들 아파트의 평당 시세는 3000만원을 훌쩍 넘어 현대아이파크의 경우 4000∼5000만원까지 고공 상승하는 추세다. 다만 내놓는 사람이 없어 실제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세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대개 과거부터 강남에 거주했던 사람들이다. 타워팰리스는 분양 단계에서부터 입주 대상자를 강남 주민으로 제한했다. 재건축 아파트인 동부센트레빌은 850가구 중 550가구가 조합원 몫으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일반분양 물량도 대개 강남 사람들이 사갔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현대아이파크 입주자의 30∼40%가 송파구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서, 20∼30%가 압구정동에서, 그리고 나머지가 대치동 등 강남구 일대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동부센트레빌 26층에 자리한 이지수 씨 댁 거실.

이들 신흥 부촌 거주자들은 다수가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대기업 임원급 이상, 탤런트, 운동선수 등 고소득층이다. 타워팰리스에 삼성 계열사 임원 등 삼성 관계자들이 많다면, 현대아이파크에는 현대그룹 관계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 탤런트 손창민,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이상호 우리들병원장 등이 현대아이파크에 거주하는 것으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 본부장은 동부센트레빌에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한강시민공원과 바로 연결돼 있는 동부이촌동 엘지 한강자이.

최근 이 일대 신흥 부촌의 이슈 중 하나는 ‘타워팰리스의 전성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2002년 첫 입주를 시작해 그동안 ‘귀족 아파트’로 굳건히 명성을 지켜왔지만, 주상복합아파트의 한계로 인해 거주지로서는 단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 것.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김모(56·여) 씨는 “오피스텔 분위기가 강하고 층수도 너무 높아 거주지로서는 불편한 게 사실”이라며 “양도세 걱정만 없다면 하루빨리 처분하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1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에는 타워팰리스에서 옮겨온 주민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워팰리스는 집값 또한 현대아이파크나 동부센트레빌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4월 입주한 타워팰리스 3차 60평형의 평균 평당가가 2830만원인 데 반해, 동부센트레빌 60평형의 평균 평당가는 3420만원 선. 현대아이파크는 이 두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평당 4000만원 이상에서 가격대가 형성된 상태다.

지난해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삼성동 현대아이파크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넘버 원 아파트’로 자리를 굳혔다. 전망에 따라 평당 3500∼5000만원을 육박하는 시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 뜻밖에도 전·월세 거주자가 20%나 된다. 55∼73평형의 전세금만 해도 무려 7억∼12억원 수준. 아이파크부동산 관계자는 “청담동 고급빌라에 본인 소유의 집이 있으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 전세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인 시선 완전 차단 … 입주민끼리는 잘 어울리는 편”

귀족 아파트답게 현대아이파크는 ‘성 밖’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거절한다. 입주자들은 자동센서가 달린 차량출입통제시스템에 따라 ‘논스톱’으로 아파트단지 안팎을 미끄러져 드나들지만, 외부인들은 단지 입구에서부터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고 출입증을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보안요원 K씨는 “외부인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하지만, 입주자들끼리는 친하게 어울려 지내는 편”이라며 “오늘도 골프동아리 회원들인 주부 30여명이 버스를 빌려 경기 양평의 골프장으로 떠났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세탁소 ‘노블레스 클리닝’은 호텔식 서비스를 지향한다. 전 직원이 양복 차림으로 집집마다 돌며 세탁물을 수거·배달한다. 이 세탁소 직원은 “세탁물의 95% 이상이 해외 명품 브랜드”라며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은 소리를 하기보다는 조용히 다른 세탁소로 옮겨 간다”고 말했다.

현대아이파크는 10개의 상가 터를 마련해두었지만, 현재까지는 이 세탁소를 비롯해 은행과 부동산 등 단 3개의 상가밖에 자리잡지 못했다.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이르는 상가 터의 월 임대료가 워낙 비싼 탓이다.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전경.

이들 세 초고층아파트가 강남의 신흥 부촌이라면, 요즘 강북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곳은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엘지 한강자이 아파트단지다. 동부이촌동 일대는 60년대 말부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이래 고급 관료, 정치인, 학자, 변호사, 의사, 연예인 등 각양각색의 부자들이 살고 있는 부촌. 그러나 2003년 이 동네 부자들이 엘지 한강자이로 옮겨오면서 이 아파트단지는 동부이촌동 내에서도 ‘핵심 부촌’으로 자리잡게 됐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서빙고동의 신동아아파트에서 옮겨온 분들이 많다”면서 “은퇴한 정재계 인사들, 교수들 등 중년 이상의 거주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허창수 LG건설 회장, 이상범 이수건설 회장 등이 이곳 주민이다.

엘지 한강자이의 특색은 외국인 거주자가 많다는 것.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전체 주민의 20% 정도가 외국인으로 대개 월세로 거주한다(월세는 65평형이 500만원 정도). 잠시 한국에 머무는 한국계 미국인이나 한국 주재 외국 기업인들 등이 대부분이다. 구몬학습 박영주 신용산 지국장은 “외국에서 살다 온 자녀들이 많다보니 엘지 한강자이 주민들은 수학과 국어 과목은 많이 구독하지만, 영어 과목은 거의 구독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주민 조규형(30) 씨는 “한강시민공원이 가깝고 단지 안이 워낙 조용해 60세가 넘은 부모님이 지내기 좋다”며 “지하 주차장에는 70% 이상이 외제 대형승용차”라고 전했다. 엘지 한강자이의 폐쇄성은 여타 고급 아파트단지와 마찬가지다. 김일성 경비대장은 “미용사나 피부관리사가 방문을 예약한 집에 들렀다가 홍보를 할 겸 다른 집 초인종을 누르면 잡상인을 함부로 출입시켰다며 항의 해오기 일쑤”라고 말했다.

성남시 시흥동 일대 ‘미래의 부촌’으로 주목

2002년 특혜 분양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행사 대표가 구속되는 등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던 경기 분당 정자동의 주상복합아파트단지 파크뷰는 지난해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분당의 대표적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크뷰 인근에는 로얄팰리스, 동양파라곤 등 비슷한 주상복합아파트 10여 단지가 탄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지만, 파크뷰의 인기를 따라오진 못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임에도 상가를 1개 동으로 집중시켜놓고 30%의 녹지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 파크뷰의 장점. 평당가가 2100만원 안팎으로 분당에서는 최고 시세다.

파크뷰 주민들 또한 대부분 서울 강남 출신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50평 이상 대형 평수는 80% 이상이 강남 출신이며, 나머지는 분당 출신의 중·장년층”이라며 “변호사, 의사, 은퇴한 기업가, 벤처사업가 등이 많다”고 전했다. 주민들 간의 교류는 여느 주상복합아파트단지보다 활성화되어 있다.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 인사하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취미 동호회도 와인, 골프, 등산, 기타, 조기축구회, 산악자전거, 주부합창단 등 15개 정도가 결성되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동호회는 50대 이상의 시니어그룹인 ‘상록회’로 회원수가 무려 500명에 달한다. 상록회는 매달 한 번씩 탄천걷기대회를 주관하면서 주민들 간의 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제1회 파크뷰 축제를 열 계획이다.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탄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들.

이처럼 파크뷰 주민들은 내부적으로는 서로 적극적인 교류를 즐기지만, 밖으로는 역시 폐쇄적이다. 성남시청은 단지 내 보행자 통로 등 공공시설을 일반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조건으로 기본 용적률을 250%에서 380%로 높여줬으나, 파크뷰 주민들은 이 같은 공개에 반대해 성남시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부촌의 아성은 주상복합아파트나 고층아파트 등 고급 아파트단지가 이어받았다. 그렇다면 향후 부촌은 어디로 옮겨갈까. 현재 ‘미래의 부촌’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지역은 판교 신도시의 후광효과로 고급 단독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 경기 성남시 시흥동 일대다.

강남 부자들 헤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신흥 부촌’

40여채의 고급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 성남시 시흥동의 동산마을.

판교 신도시 건설이 가시화된 2∼3년 전부터 이 일대에 고급 단독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80년대 세종연구소가 들어서면서 형성된 동산마을(40가구)은 2002년을 전후해 땅값이 크게 올라 현재 200평 규모의 주택이 대략 12∼13억원 선이다. 포스코건설이 지은 포스힐(24가구)은 최근 입주를 거의 마무리했으며, 코오롱건설 또한 한국도로공사 본사 바로 왼쪽에 고급빌라단지 린드그로브(52가구, 65∼87평)를 지난해 가을 분양하고 한창 건설 중이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개포·양재동까지 20분 거리이기 때문에 서울 시내나 다름없는 입지조건”이라며 “주로 공기 맑은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강남에 연고를 둔 고소득 중·장년층이 옮겨오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세종연구소 바로 옆 대지에는 한 채에 40억∼50억원 한다고 소문난 고급 단독주택단지가 은밀하게 건설되고 있다. 이 공사현장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닫힌 채 공사차량만 간신히 통과시키고 있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일주일 전에 예약한 뒤 구경할 수 있었는데, 완전한 미국식 고급주택이었다”면서 “유럽인 전문가가 설계, 미국인 전문가가 인테리어, 일본인 전문가가 조경을 맡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의 불법 부동산 거래 지역으로 구설에 올랐던 성남시 대장동의 남서울파크빌, 그리고 판도 신도시 내의 단독주택 단지 등도 향후 신흥 부촌으로 떠오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닥스클럽㈜ 봉준호 대표이사는 “고층 아파트에 피곤을 느낀 부유층은 서울과 인접해 있으면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베벌리힐스식 주택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2005.03.29 478호 (p28~32)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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