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8

2005.03.29

“그놈의 규정…” 공군 현역 별 발가벗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5-03-23 16: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놈의 규정…” 공군 현역 별 발가벗다

    한 신문에 실린 공군장 광고. 이 광고에는 공군의 전·현역 장성 명단이 서열순으로 실려 있다.

    3월15일 도하 신문에 주영복 전 공군참모총장의 장례식을 알리는 공고(광고)가 실렸다. 주영복 씨는 제13대 공군 참모총장을 지내고 공군 출신으론 두 번째로 국방부 장관(제22대)에 오른 사람이다. 공군 발전을 위해 기여한 바가 커 공군은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공군장으로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공고에 따르면 공군장의 장의위원장은 현 공군참모총장인 이한호 대장이었다. 부위원장은 천기광 김명립 김성일 이기동 배창식 씨였고, 장의위원은 차종권 이화민 씨 등 67명이었다. 그리고 고문으로 김창규 김신 씨 등 19명이 선임되었다.

    이러한 이름을 나열한 공군장 공고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공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한눈에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대장은 모두 고문으로 하고, 위원장은 현역 대장인 공군 참모총장이, 부위원장은 현역 공군 중장이, 그리고 장의위원은 공군의 소장과 준장이 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공고문에는 공군의 현역 스타와 예비역 대장 이름이 총망라돼 있었던 것. 원칙적으로 군 장성과 그의 보직은 대외비에 준하는 것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요즘에는 대장과 중장은 정무직으로 판단해 언론을 통해 이름과 보직을 공개하지만, 소장과 준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외비에 준해 관리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수는 더욱 중요한 기밀로 여겨지고 있는데, 소장과 준장 수가 공개되면 적(敵)은 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군은 장의위원회를 구성하며 모든 현역 장성의 이름을, 그것도 같은 계급일 경우에는 서열에 따라 나열해놓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공군의 내부 규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군장을 담당하는 실무 부서는 규정에 따라 장의위원회 구성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보 관계자를 통해 이를 각 신문사에 보내도록 했다. 이때 공보 관계자들은 공고문에 공군의 모든 장성 명단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공군 규정은 이를 공개할 수밖에 없도록 돼 있었다는 것. 결국 공군 공보 부서는 주요한 기밀로 취급해야 하는 공군의 모든 장성 이름이 공개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무 부서에서 만들어온 대로 언론사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군 발전에 기여한 전직 참모총장이 타계했을 때 그를 기리기 위해 각 군이 각 군장을 여는 것 자체는 아름다운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각 군의 장성 명부가 서열 순서대로 완전 공개되는 것은 꼼꼼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공군의 한 예비역 장성은 “왜 신문에 돈을 주는 광고를 내면서 공군의 장성 명단을 완전 공개하는가. 그렇게 우리 실무자들이 현실 감각이 없나. 공군장 위원으로 이름이 난다고 해서 그들의 명예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실무자들이 그런 생각도 못하나. 잘못돼도 아주 잘못됐어”라며 안타까워했다.

    각 군은 장성 명단을 완전 공개하지 않으면서 각 군장을 치르도록 규정을 고칠 수 없을까. 공군 측은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