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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료전지 車’ 언제쯤 씽씽 달릴까

녹색전쟁 시대 유일한 대안 … 미국, 5년 동안 주요 도시서 시범 운행 예정

  • 장미경/ 사이언스타임즈 객원기자 rosewise@empal.com

‘연료전지 車’ 언제쯤 씽씽 달릴까

‘연료전지 車’ 언제쯤 씽씽 달릴까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연료전지 차량.

기상학자인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곧 기상이변이 일어날 것을 감지하고, 국제회의에 참석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기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얼마 뒤 끔찍한 토네이도(tornado)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을 휩쓸고, 일본에서는 우박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등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속출한다. 홀 박사의 주장대로 지구 북반구가 빙하로 덮이는 재앙이 시작된 것인데….

2004년 상영됐던 영화 ‘투모로우’의 줄거리다. 영화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재앙과 비참한 종말을 실감나게 그려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대선에서는 온실가스 사용량 감축에 대한 세계적 합의인 교토의정서를 거부해온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 영화가 거론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가공할 피해는 영화에서나 펼쳐지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월16일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 법하다. 이산화탄소, 프레온가스, 메탄 등 지구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하는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는 누가, 언제까지, 어떤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다. 의무이행 대상은 일본·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선진 38개국이며, 각국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부터 적용되는 의무대상국에는 빠져 있지만, 선진국들이 교토의정서에 따른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경우 생산원가 증가 문제를 비롯해 국제 무역시장의 장벽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른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녹색전쟁’이 시작되는 것인데, 철강·석유화학·자동차회사 등의 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교토의정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09년까지 EU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행 1km당 186g에서 140g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계는 이에 대한 방안으로 환경친화형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소음도 적고 배기가스도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공해 문제 해결과 동시에 에너지 부족 문제까지 한시름 덜 수 있는 환경 친화형 차세대 자동차는 크게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생산하는 동력을 이용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생산하는 동력과 전기를 섞어 쓴다. 즉 일반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함께 쓰는 시스템이다. 특징이라면 지금처럼 일반 엔진을 얹고, 낭비되는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 축전지를 충전하는 원리가 추가된 것이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함으로써 축전기 등에 임시로 저장한다. 차가 출발할 때는 전기 모터가 힘을 공급하고, 속도가 붙으면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는 시속 30km 안팎에서 내연기관에 시동이 걸리고, 속도를 늦추거나 정차할 때는 내연기관이 꺼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모터가 엔진을 도와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연비는 좋은 반면, 배출 가스는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료전지 자동차로 가는 과도기에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등의 연료가 갖고 있는 화학에너지로부터 전기에너지를 직접 발생시키는 발전 시스템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얻어지는데, 연료전지의 원리는 그 역반응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즉,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연소 반응에 의해 열이 발생하면서 물이 되는데, 이때 수소와 산소를 직접 반응시키는 대신,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화학반응을 유발하면 물과 열 이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전력이 매우 커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동력원이 되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이 없어도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 따라서 연료전지 자동차는 시동을 걸 때 ‘부르릉’ 하는 엔진 소리도 들리지 않고 뿌연 배기가스도 배출되지 않는, 그야말로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다.

현재 1대당 10억원 선 … 상용화 위해선 경제성이 ‘관건’

원래 연료전지는 우주선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주선의 동력기관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도 부산물이 적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야 하는데, 연료전지는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와 산소는 로켓의 연료와 산화제로 쓰이고, 연료전지에서 생기는 순수한 물은 승무원의 식수로 공급할 수 있다.

기존 화력발전과 달리 연료전지는 발생되는 생성물이 오로지 물뿐이므로 공해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반응이 간단해 소음도 거의 없다. 환경 문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또한 열효율이 65~70%이므로 기존의 내연기관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다. 하지만 연료전지 자동차가 빠른 시간에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성이 확보돼야 한다. 현재 1대당 10억원 선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일반 자동차 값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필수 과제다.

최근 미국은 에너지부 주관으로 2010년까지 자동차 총 판매량의 4분의 1가량을 수소 자동차로 공급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총 소비량의 10%를 수소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30년 이후에는 휘발유 자동차가 아예 지구촌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연료전지 자동차를 일컬어 ‘진정한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말한다. 연료전지 자동차가 시장에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2030년 이후에는 지구 온난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있을지 궁금해진다.



주간동아 2005.03.08 475호 (p60~61)

장미경/ 사이언스타임즈 객원기자 rosewis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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