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0

2005.01.25

새해 다짐, 더 늦기 전에

  • 입력2005-01-19 19: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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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다짐, 더 늦기 전에
    을유년 새해가 벌써 보름 남짓 지났다. 더 늦기 전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첫 페이지처럼 나도 올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과 ‘꼭 해야 하는 일’을 추려 새해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2004년엔 유난히 후회스러운 기억이 많았던 만큼, 아래의 십계명이 실천 가능한 다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1. 과음하지 말자. 부모에게서 독립한 이후 2년 동안 마셔댔던 술이 그 이전에 마셨던 술의 곱절이 넘는다. 술자리에서의 친근하고 느슨한 분위기는 순간일 뿐이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교훈을 아프게 기억하자. 2004년에 당한 망신 대부분은 음주와 관련된 것이었다.

    2. 다이어트를 하자. 날씬하지 않은 몸에 대해 애정을 잃지 않고 지내왔지만, 이제 동대문 쇼핑몰에서는 아무것도 사 입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먹는 양을 줄일 자신은 없으니 수영과 요가라도 꾸준히 하자. “소싯적 육상선수였냐”는 인사를 더는 듣지 않는 원년으로 삼아야겠다.

    3. 더는 실연당하지 말자. 지난해의 연애 실적. 1년간 만나오던 사람을 정리하고, 한 번의 거절과 한 번의 변심을 경험하다. 2004년만 같지 말라. 제대로 된 연애를 하거나 아예 연애를 말거나. 나이 들어 감정을 다치면 골절과 같이 회복도 더디다. 안 하느니만 못한 연애는 더 이상 하지 말자.

    4. 일을 제대로 하자. 삽화와 만화를 그리며 경력 11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분에 넘치는 기회와 사람들을 만났지만 부끄럽게도 매너리즘에 빠져 몇 년을 허비하기도 했다. 이제 실수와 방황이 너그럽게 용서되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모든 원고에 ‘자뻑’할 만큼 최선을 다하고 단행본 출간도 미루지 말자. 무엇보다 이 칼럼을 위시해, 모든 마감을 담당자 애먹이지 말고 제대로 지키자고 다짐한다.



    5. 화내지 말자. 다혈질로 발끈하는 성격을 다스리기 어렵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화를 내는 것’이라며 자기 옹호를 해오고 있긴 하지만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발화 원인은 실종되고 길길이 뛰는 모습만 남는 법이라는 걸 어찌 모를까.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일단 화는 참고 보는 것이 사회생활의 관건인 것 같다. 대신 조목조목 합리적으로 따져나갈 것.

    6. 제2 외국어를 공부하자.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고 일어나 불어 공부를 망설일 필요는 없다. 가타가나, 히라가나도 헷갈리는 일어 대신 기초 문법을 배워둔 프랑스어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가자. 내년쯤 파스칼 라바테의 만화 ‘이비쿠스’ 원본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7. 친구들을 편하게만 대하지 말자. 젊음도 남자도 돈도 평생 내 곁에 머무르란 보장이 없지만 친구와의 관계는 영원을 기대할 수 있다. 응석과 짜증으로 마냥 쉽게만 대했던 그녀들에게 이제 정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보답해야 할 때다. 내 할 말만 하고 급하게 전화 끊던 만행만 삼가더라도 조금 더 멋진 친구가 될 수 있겠지.

    8. 부모님께 자주 전화하자. 경제적인 도움을 드릴 처지도 못 되니 신경이라도 살뜰하게 쏟자. 안부 전화뿐 아니라 좋아하실 만한 공연이나 영화도 챙겨드려야 할 텐데. 내년 어머니 환갑을 위해 언니 부부, 동생과 의논해 적금 통장을 만들어두었다.

    9. TV 시청과 인터넷 서핑을 하루 30분씩 줄이자. 대신 몇 가지 취미를 정교하게 가꿔나가는 데 공을 들일 계획이다. 특히 뮤지컬과 발레 공연을 분석하거나 해설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 위해선 봐야 할 책도, 나가봐야 할 공부 모임도 만만치 않다.

    10. 집안 청소와 설거지를 미루지 말자. 음식 배달 온 청년들이 “오늘 이사 오셨냐”며 짐짓 건네는 반갑잖은 농담들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 정책에도 협조할 겸 귀찮은 음식물쓰레기 분류에도 주의를 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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