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8

2005.01.11

‘한국산 독사’ 맹독 맛 봤나!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1-07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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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 독사’ 맹독 맛 봤나!
    1차전은 장군 멍군이었다.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바둑올림픽 응씨배. 우승 상금만도 40만 달러가 걸린 바둑 황제 자리를 놓고 한국의 최철한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이 연말 치열한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1승1패. 먼저 홈그라운드(서울)에서 상대를 맞은 최철한 9단이 서전을 장식했으나 2국을 내줘 승부는 3월 초 중국에서 속개될 2차전에서 판가름나게 되었다.

    한국은 지금까지 네 차례 치른 응씨배를 모두 휩쓸며 세계바둑대회를 10년 넘게 독주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이번 대결에 쏠린 관심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창호 9단이 8강에서 최철한 9단에게 일격을 맞고 탈락한 상황이라 중국은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호랑이(이창호) 없는 굴로 여긴 듯한데 의외로 ‘한국산 독사’ 최철한이 맹독을 머금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산 독사’ 맹독 맛 봤나!
    결승5번기의 1국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선을 제압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이제껏 응씨배에서 결승1국을 이긴 사람이 모두 우승했기에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도한 대해처럼 유장한 창하오 9단의 바둑에 최철한 9단이 고전하고 있는 장면이다. 우중앙 백 세력이 워낙 두터워 이대로 가다가는 이기기 어려운 형세. 그런데 이때부터 창하오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 부족’ 현상이 드러난다. 백1로 서둘러 우상귀 흑 한 점을 품으려 했던 게 패착이다. 흑2가 기막힌 삭감이었다. 백3으로 넉넉히 지킬 수 있다고 보았겠지만 이어진 흑4~10의 강수에 아연 난감해졌다. 뒤늦게 백11로 강하게 버텼지만 한 술 더 떠 흑12로 패의 덩치를 한껏 키우고 나오니 여기서 바둑이 역전! 팻감이 부족한 백은 결국 이 패에 졌고 바둑도 날려버렸다.

    최철한 9단은 복기를 하면서 백1을 패착으로 지목했다. 흑2나 A로 우상귀를 살려주더라도 백1로 막아 우변을 크게 키우면서 백3의 패를 노렸으면 흑이 뒤집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227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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