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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고치려다 얼굴 망칠라!

선풍기 아줌마 사연 알려진 뒤 ‘불법 성형수술 주의보’ … 불량 재료 인한 부작용·감염 ‘무방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싼값에 고치려다 얼굴 망칠라!

싼값에 고치려다 얼굴 망칠라!

전문 의료진이 합법적으로 하는 필러 성형술은 전혀 문제가 없다.

최근 온갖 불법 성형으로 인해 얼굴이 망가진 한 중년여성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성형중독과 부작용 때문에 얼굴이 정상인에 비해 세 배나 커진 일명 ‘선풍기 아줌마’의 모습과 그로 인한 은둔생활이 소개되면서 그에 대한 동정 여론과 함께 성형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동아일보로 보낸 편지에서 성형 부작용에 대한 의사로서의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씨(가명·42)의 얼굴을 괴물처럼 만든 주범은 합법적 의료 기술이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형 재료를 이용한 무면허 시술이었다. 불법 성형 재료는 다름 아닌 파라핀과 콩기름. 또 자가 성형 과정에서 생긴 온갖 감염도 부작용을 일으킨 한 원인이었다.

젊은 시절 밤무대 가수로 활동했던 한씨가 처음 실리콘을 주입한 이유는 평소 콤플렉스로 여기던 사각턱을 교정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성형중독에 걸린 그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보다 좀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에 이끌려 자신이 직접 얼굴에 콩기름과 파라핀을 넣었고, 결국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콩기름과 파라핀을 넣으라는 환청을 들을 정도로 정신분열증에 빠져 있었다. 끝없는 성형 의존증이 정신병으로 이어진 것.

제2, 제3의 선풍기 아줌마 있을 수도



문제는 환자 본인 또는 무면허자의 불법 성형이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이루어지면서 제2, 제3의 선풍기 아줌마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대학병원과 인터넷에는 이런 불법 성형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 한 대학병원의 성형외과 교수는 “사실 선풍기 아줌마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금도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불법 성형 피해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귀띔했다. 또 “불법 성형의 가장 큰 위험은 시술과정에서의 감염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형 재료”라며 “이런 불법 성형 피해 때문에 제대로 된 합법적 성형시술이 도매급으로 취급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에 의한 불법 성형이 독버섯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은 얼굴이나 특정 신체 부분 중 푹 꺼진 부위에 볼륨을 주기 위해 보형물을 삽입하는 시술, 즉 필러(filler·보충제) 성형이 유행하면서부터였다. 주사기를 이용해 피부와 유사한 물질을 피부 밑에 삽입하는 시술 방법인 필러 성형은 주름과 얼굴 윤곽, 코 성형에 주로 사용되며 불과 1~2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시술되고 있는 보편적 성형법. 수술하지 않고 국소 마취로 시술이 진행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시술시간도 10분 정도로 짧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싼값에 고치려다 얼굴 망칠라!

불법 성형술로 얼굴을 망친 선풍기 아줌마와 성형 이전 모습(오른쪽).

필러 성형이 무분별한 불법 시술로 이어진 이유는 턱없이 비싼 성형수술 비용 때문. 필러 성형이 인기를 끌자 찜질방이나 미용관리실 같은 비의료기관에서 필러 성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싼값에 하려다 보니 의료기관에선 사용이 금지된 파라핀오일과 실리콘오일 등 불법 보충제(필러)가 삽입되기 시작했고, 감염에 의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이 모두가 칼을 대는 수술이 아닌 주사기를 이용하는 시술이라 간단하고 별 문제 없을 거라는 일반인의 착각이 불러온 결과였다.

평소 푹 꺼진 볼이 불만이었던 이지은씨(가명·22)는 찜질방에서 양볼에 필러를 주입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 주인공. 그는 불법 성형시술 업자인 속칭 ‘성형 아줌마’한테서 필러 삽입 제안을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해오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시술할 뿐 아니라, 100만원대의 필러를 10만~20만원대에 할 수 있다는 말에 그만 마음이 흔들렸다. 필러로 사용되는 재료조차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술을 받는 데 동의했다.

결국 이씨는 오래지 않아 불법 시술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불법 시술을 통해 아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쓴 것은 물론, 주사를 맞은 부위의 피부가 곪고 진물이 나오는 등 부작용까지 생긴 것. 주사를 맞을 당시 감염으로 생긴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와 항염증제를 사용했지만, 피부 흉터는 고스란히 남았다.

필러는 주사를 이용한 시술이기 때문에 찜질방같이 대중이 이용하는 공간에서 하면 각종 세균에 의해 감염되기 쉽다. 비의료인이 쓰는 필러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필러 불법시술 사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풍기 아줌마처럼 피부에 파라핀오일을 넣는 불법 시술을 받고 피부가 부풀어오르는 부작용이 생긴 사례도 있다. 교통사고로 종아리 부분의 피부가 푹 꺼진 김이선씨(42)는 서울의 모 미용실에서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이라는 한 여성에게서 필러 성형을 받았다. 비용도 쌀 뿐 아니라 간호사 출신이란 말에 김씨는 선뜻 시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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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시술업자에게서 불법 필러 성형술을 받고 난 뒤 부작용이 생긴 사례.

하지만 시술 이후 피부가 부어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병원을 찾아 조직검사를 한 결과 파라핀오일을 주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간호사 출신의 불법 시술자에게서 설명을 듣긴 했지만 보형물이 파라핀오일인지 정상적인 의약품인지, 몸에 아무런 해가 없는 물질인지를 분간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불법 시술때 찜질방·미용실 주로 이용돼

필러 성형은 의학 지식이 있는 전문의가 아니면 제대로 시술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감염에 따른 위험도가 높아 불법 시술은 절대 금물. 주사로 하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함부로 했다가는 선풍기 아줌마처럼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실리콘과 파라핀, 정확히 말하면 실리콘오일과 파라핀오일은 의약품으로 허가가 나지 않은 물질로 이것을 성형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 두 오일이 피부에 삽입됐을 때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실리콘오일과 파라핀오일이 불법 필러 시술에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두 물질의 말랑말랑한 질감이 실제 합법적인 필러 보형물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 또 값싸고 구하기 쉬우며 성형수술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고체 실리콘과 이들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도 불법 성형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은 “실리콘오일과 파라핀오일은 피부에 들어가 주입한 위치에 있지 않고 이동하거나 이물반응을 일으킨다”며 “이러한 반응을 ‘실리코노마’ ‘파라피노마’라고 하는데, 피부가 붓고 결절이 만져지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선풍기 아줌마의 경우 실리콘오일, 파라핀오일에다 유래도 알 수 없는 콩기름까지 사용했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이들 물질은 그의 피부에서 이물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제거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비록 수술로 제거한다 해도 피부에 심한 흉터가 남는다.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 김형준 박사는 “의료기관에서 전문적으로 행하는 필러 성형의 경우 특이한 알레르기 체질을 제외하고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며 “병원에서 사용하는 필러는 전문 의료진이 KFDA(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은, 인체에 대한 친화성이 뛰어난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발된 공인 필러들은 인체 피부를 구성하는 물질로 이물반응이 없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게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주장. 최근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자기 지방을 이식하는 수술이 나와 있기도 하다.

김형준 박사는 “필러 성형은 시술이 간단해 보여도 의료 기구를 사용해 얼굴 모양을 변화시키는 만큼 고도의 의료 행위”라며 “주사를 이용하는 시술은 언제나 감염 위험이 뒤따르므로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전문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465호 (p42~44)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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