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8

2004.08.19

한강

한국의 젖줄 한강은 오늘도 잠들지 않는다

  • 사진 /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2004-08-13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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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기적’.

    세계는 6·25전쟁이 남긴 상흔을 놀랄 만큼 빠르게 씻고

    급성장한 한국에 이런 이름을 붙여주었다.

    서울의 남쪽을 휘감으며 서북쪽으로 뻗어가는 물줄기는

    그렇게 한국의 얼굴이 됐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빌딩 숲을 양곁에 거느리고

    수도 한복판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기세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힘차다.

    ‘작은 반도’ 한국 안에 어떻게 저토록 역동적인 강이 숨어 있을까.

    외국인들은 한강의 모습에서

    2002년 여름 온 세계를 벌겋게 달구었던

    붉은 악마의 물결만큼이나

    다이내믹하고 강렬한 한국의 힘을 본다.

    우리는 가끔 잊고 있는지 모른다.

    이 척박한 도시를 넉넉히 품고 있는 한강 줄기를.

    사람이 걸어 건너기 힘들 만큼 거대한 강폭 안에

    이 땅의 역사와 정신과 시를 실은 채 흐르고 있는 서울의 허파를.

    한강이 없다면, 우리는 무더운 한여름 더위를 어느 곳에서 식힐 수 있을까.

    한강이 없다면, 외롭고 갑갑한 하루하루의 무게를 어느 곳에서 덜어낼까.

    한강은 서울이 가진 시원한 축복이다.

    이제 그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한강
    1.양수리… 새벽에 눈을 뜬다

    한강은 투명한 은빛 물결에서 태어난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첫머리가 만나는 곳,

    두물머리(兩水里)의 새벽.

    대기에 사금을 뿌려놓은 듯 점점이 빛나는 물안개 속으로

    아직 채 자라지 않은 어린 한강이 흐르고 있다.

    저 물줄기가 더 자라 뻗어내리면

    서울을 넉넉히 감싸는 젖줄이 될 것이다.

    한강 7경의 제1경은 설레는 출발, 한강의 시작이다.

    한강
    2.레포츠 … 푸른 강물아 놀자!

    물에 가서 가장 좋은 일은 물위를 걷는 것이다. 다음은 배를 타는 것.

    요트와 윈드서핑으로 넘실대는 푸른 수면을 달리노라면 몸속의 모든 찌꺼기가 빠져나간다.

    한강은 레포츠의 천국이다. 물 밖에는 자전거타기, 달리기, 배드민턴, 인라인스케이트,

    캠핑, 낚시, 국궁 등을 즐기는 이들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북적거린다.

    한강은 서울 시민의 건강 지킴이다. 활기 넘치는 한강 풍경을 바라보는 것,

    신(新) 한강 7경의 하나다.

    한강
    3.수영장 … 온몸 즐거운 4000원의 행복

    성인 4000원.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의 미덕은 값이 싸다는 점이다.

    배둘레헴 아저씨, 쭉쭉 빵빵 아가씨를 훔쳐보는 재미는 덤.

    굳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낚시에 흠뻑 빠진 강태공 뒤로 수상스키가 시원스레 강물을 가른다.

    오후 늦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더위를 저만큼 날려버린다.

    삐쭉삐쭉 고층 빌딩 사이의 도심 속 리조트(resort). 4000원으로 누리는 행복치고는 호사스럽다.

    한강
    4.밤섬 … 생태 낙원 인간 접근 금지

    밤섬. 강물 속의 섬이다, 사람이 때려 부순 섬이다.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사이 0.24km2, 모양은 밤톨을 닮았다.

    섬 바닥엔 박주가리, 환삼덩굴, 능수버들, 물억새가 빽빽하다.

    모래톱, 게가 벗어놓은 딱지는 베짱이와 섬서구의 놀이터다.

    밤섬엔 1968년 2월 폭약이 설치된다.

    개발이 한창인 여의도를 감아 도는 거센 물길을 돌리기 위해서였다.

    윤중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개발은 역설적으로 사람을 쫓고 자연을 품에 안게 했다.

    흐르는 강물은 작은 섬을 기어이 살려내고야 말았다.

    밤섬은 이제 생태 낙원이다.

    푸른 초지 위로 괭이갈매기 한 마리 날갯짓을 한다.

    한강
    5.낙조 … 태양의 휴식 시간 ‘감동 출렁’

    사다리처럼 물에 비친 낙조(落照)를 타고

    우리 마음도 해까지 다다른다.

    한강 어디에서든 낙조는 ‘감동의 물결’을 안겨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강변의 카페에서, 다리 위에서,

    유람선 위에서 마주치는 낙조는

    피곤에 지친 마음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금물결 은물결 출렁이는 한강이여,

    행복 안고 마냥 흘러라~.

    사진은 잠실대교 수중보 쪽에서 바라본 석양과

    팔당대교를 수놓은 낙조(위 작은 사진).

    한강
    6.선유도 … 그 공원엔 여유가 있다

    ‘물장구치며, 다람쥐 잡던 어린 시절….’

    선유도 시민공원은 한강에서 가장 쉴 만한 곳이다. 원래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섬에

    정수장 시설이 들어선 뒤로는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던 곳이었다.

    가동을 멈춘 정수장 시설을 2년 전 생태공원으로 만들었고 정자와 원형소극장, 식물원 등으로 단장해 고즈넉한 여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양화선착장 쪽에선 명물인 구름다리를,

    한강 북쪽에선 양화대교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아침 6시~밤 12시.

    한강
    7.야경 … 달빛과 물빛의 하모니

    도심에 어둠이 깊어지면 한강은 오렌지색 눈을 뜬다.

    대낮의 소란과 열기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잔잔한 물결과 고요의 정취.

    맑은 달빛과 물빛이 어우러지는 풍경에 지나는 차들도 숨을 죽일 듯하다.

    뚜렷한 V자 모양 교각으로 유명한 원효대교는

    한강 다리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곳. 원효대교 아래를 흐르는

    금빛 물결의 낭만은 ‘미라보다리 아래를 흐르는 센강’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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