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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뮤지컬 ‘미녀와 야수’

쇼 같은 마법 속에 핀 휴머니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쇼 같은 마법 속에 핀 휴머니즘

쇼 같은 마법 속에 핀 휴머니즘

벨과 야수가 함께 춤추는 모습.

“한 편의 마술이에요.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쇼 같은.”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역의 조정은은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막이 열리면 관객들은 오래지 않아 그가 말한 ‘마술’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마법사의 손끝에서 뿜어져나온 불길이 무대 위에 치솟는 순간 왕자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야수로 돌변하는 것이다. 매끈한 옷차림의 왕자가 텁수룩한 야수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한 야수의 성이 천둥 번개 아래 빛나고 작곡가 알란 멘켄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흐르면, 관객들은 무대의 주술에 함께 취하고 만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현실’은 ‘마술’ 이외의 말론 설명할 도리가 없다.

‘미녀와 야수’는 1994년 디즈니사가 제작한 첫 뮤지컬. 10년간 장기 공연되며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에 이어 브로드웨이 장기 흥행순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누구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 뮤지컬’의 성공 뒤에는, 인간이 야수로 변하고 촛대가 말을 하는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로 되살려낸 디즈니사의 기술력이 숨어 있다.

쇼 같은 마법 속에 핀 휴머니즘

‘촛대’ 뤼미에르 역의 성기윤씨. 양손에서 불을 뿜게 하는 특수장치가 달린 무대의상을 입어 보이고 있다.

“약간의 힌트도 주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거든요. 그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실로 믿으세요. 그럼 이 모든 것이 진짜 현실이 될 겁니다.”



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촛대로 변하는 시종 ‘뤼미에르’ 역의 성기윤씨는 ‘무대 위 마법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뤼미에르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무대 위 화려한 특수효과 관객들 환상 속으로

뤼미에르에게도 마법사의 저주가 걸려 있기 때문에 그가 깜짝 놀라거나 흥분할 때면 초로 변한 양손 끝에 불이 붙는다. 그러나 성씨는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어 보이면서도 양손에서 불을 내뿜는 ‘특수장치’에 대해서는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뮤지컬 ‘미녀와 야수’는 이처럼 비밀스런 마술적 효과를 곳곳에 구현해내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특히 개스통의 칼에 찔린 채 죽어가던 야수가 미녀의 키스를 받은 뒤 ‘펑’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라 순식간에 왕자로 변하는 마지막 장면은 어른들까지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이 뮤지컬의 압권이다.

벨의 집에서 야수의 성으로, 광야와 선술집으로 43회나 바뀌는 무대 배경과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화려한 의상들. 그리고 뤼미에르, 콕스워스(시계), 폿츠 부인(찻주전자), 칩(찻잔) 등 ‘물건’ 조연들의 사실성도 애니메이션의 그것과 비교할 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14개 국가 2400만명의 관객을 모은 뮤지컬을 무대와 특수효과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듯하다.

쇼 같은 마법 속에 핀 휴머니즘

‘미녀와 야수’의 빛나는 조연들. 뤼미에르.

뮤지컬의 또 다른 매력은 널리 알려진 주제곡의 가사처럼 ‘시간만큼이나 오래된(tale as old as time)’ 사랑 이야기에 담긴 ‘휴머니즘’이다.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서 뤼미에르와 콕스워스, 폿츠 부인, 칩은 애니매이션에서와 달리 저주에 걸리는 순간 바로 사물이 되지 않는다. 야수의 장미 꽃잎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물’로 변해가는 ‘반인반물(半人半物)’들이다.

뤼미에르의 경우 1막에서는 양손에 촛불만 생긴 ‘사람’의 형상이지만, 2막이 되면 머리 위에 초 심지까지 생겨나 사실상 ‘촛대’에 더 가까워진다. 1막까지만 해도 사람의 손이던 콕스워스의 팔이 2막에서는 시곗바늘로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 폿츠 부인의 머리에는 주전자 뚜껑 모양의 모자까지 씌워진다.

그래서 이 ‘괴물’들은 사라져가는 자신들의 ‘인성(人性)’에 괴로워하며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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폿츠 부인,

하지만 인간의 외모를 가진 ‘인간’은 단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을 공격하는 사실상의 ‘괴물’로 그려진다. 자신의 삶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야수를 공격하기 위해 그들은 ‘차이’와 ‘잠재적 위험성’이라는 이유를 든다.

“야수를 살려두면 깊은 밤 마을로 숨어 들어와 우리 아이들을 잡아 죽일 거야. 저 송곳니를 봐. 저 발톱을 봐. 저건 괴물이야. 우리가 죽지 않으려면 먼저 야수를 죽여야 해”라는 개스통의 선동은 오늘의 현실과 맞물려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쇼 같은 마법 속에 핀 휴머니즘

콕스워스.

‘미녀와 야수’의 화려한 무대와 눈부신 특수효과,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 안에는 괴물의 얼굴을 한 인간과 인간의 얼굴을 한 괴물 사이에 진정한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숨어 있는 것이다.

‘휴머니즘’이 ‘미녀와 야수’를 만든 ‘미국’의 ‘디즈니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은 이색적이지만, 뮤지컬을 보는 어린이들은 우리와 다른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상대라는 이유로 다른 존재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 같다. ‘미녀와 야수’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신비로운 마술이다.



주간동아 448호 (p82~83)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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