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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박근혜의 ‘정체성 1라운드’

“박대표, 강탈한 정수 장학회서 손떼라”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의 직격탄 “유신의 권력자가 대선후보 되는 것은… 본인 하기 나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박대표, 강탈한 정수 장학회서 손떼라”

“박대표, 강탈한 정수  장학회서 손떼라”

8월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문수 의원.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인터뷰 요청에 처음엔 거절을 했다. 3월 전당대회와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승자를 향해 뭐라 얘기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다른 비주류들이 수시로 박근혜 대표에게 잽을 날릴 때 김의원이 침묵으로 일관한 배경이다. 그러나 국가 정체성, 유신과 독재, 친일 등과 같은 미묘한 이슈를 화제로 꺼내자 입을 열었다.

김의원은 차분했지만 법과 원칙, 정의와 도덕성을 앞세워 박대표를 압박했다. 먼저 박대표를 “권위주의 체제 하의 권력자”라고 규정했다. 또 “이 원죄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신’의 딸이 정치 지도자가 되고, 대통령후보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하기 나름”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소유 문제와 관련해서는 “폭압적으로 권력을 이용한 강탈행위”라고 정리하고, “당사도 내놓았는데 그건(정수장학회) 왜 내놓지 않느냐”며 박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일세력”이라고 못박았다. 8월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의원은 6일 오전 “고구려사 논쟁의 본질을 파헤치겠다”며 동료의원들과 중국 지안(集安)으로 떠났다.

“박근혜 리더십은 성공 … 수도 이전 문제에는 갈팡질팡”

-2기 박근혜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정쟁이 일고 있는데, 박대표의 지도력을 평가해달라.

“박근혜 리더십은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나는 박대표가 당을 맡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내 구석구석에 복잡한 계산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공주 같은 이미지를 가진 박대표가 그런 계산들을 통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대표 경선에 나선 이유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보다 성공적으로 당을 이끌어가고 있다.”



-박근혜 리더십의 장점은.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잘 대응하는 점이 기성 정치인과 다르게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절제되고 품위 있는 언행, 처신 등이 대중에게 믿음과 호감을 주는 것 같다. 박대표는 함부로 분노하거나, 옆길로 간 적이 거의 없다.”

-박근혜 리더십의 문제점은.

“대통령 실정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나 이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너무 갈팡질팡한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전략적 접근에 치중하는 것 같다. 수도 이전의 발상과 진행 상황, 수도 이전이 가져올 각종 해악, 국가경제의 불가측성 등으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당은 ‘충청도 표심을 건드리면 안 된다. 전략적으로 가야 한다’는 등 알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대표는 의견을 밝혔다 안 밝혔다 이런 식이다. 밝히는 듯하면서 안 밝히고, 안 밝히는 척하면서 밝히고…. 안 밝히는 것이 무슨 심모원려에 의한 것처럼, 고도의 정책적 전략적 판단이 있는 듯하게 보이려는 태도는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은 본질을 보고 있다. 야당 태도가 이래서는 안 된다. 수도 이전 문제는 아주 간단하다. 옮길 이유가 없는데 왜 옮기냐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충청도 표를 얻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박대표는 확실한 의견을 밝혀야 한다.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도 희망이 없지만 이런 식이라면 한나라당도 희망이 없다.”

-박대표는 정부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등 국가정체성을 흔든다며 전면전을 언급했는데, 동의하나.

“정체성이 뭐냐가 문제인데…. 참여정부가 일관성 없이 포퓰리즘에 입각해 극단을 오락가락한 점 등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고, 이것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여권에서 유신논쟁을 촉발시켰는데, 유신은 박정희 문제인가 아니면 박대표도 책임이 있는가.

“한마디로 박대표도 유신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박대표의 아버지 박정희를 친일파로 본다. 그러나 아버지가 친일파이기 때문에 딸이 친일에 책임져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쿠데타를 주도했던 아버지의 활동에 대해서도 박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유신’은 다른 문제다. 박대표는 유신 시대 영부인 대행을 했다. 박대표가 권위주의적 체제 하에서 막강한 권력자였음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당시 박대표의 자리는 민주국가의 단순한 퍼스트레이디하고 다르다. 그런 점에서 책임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나.

“나는 복잡하게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유신에 대한 평가는 이미 다 나와 있다. 유신은 일정한 공과(功過)가 있다. 민주주의 측면에서 나쁜 부분이 많다. 반면 개발독재에서 개발과 관련한 경제성장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박대표는 이 가운데 ‘과(過)’에 대해 정치적 사과를 해야 한다. 유신은 부정한다고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분명 친일 세력”

-박대표는 지난 20년간 사과를 했다는 주장이다.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반대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계속 요구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 문제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논쟁도 거론되는데.

“나는 박정희가 친일을 했다고 본다. 당시 만주 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와 만주군 장교로 활동했다. 그 정도면 친일이다. 이 문제는 정쟁의 소재, 또는 도구가 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현대사를 조명하는 역사의 법정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친일과 유신이라는 족쇄가 앞으로 박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

“친일세력의 딸이, 유신의 권력자가 당대표로 있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바로 그렇게 연결돼야 하는 것이냐.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렇다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틀렸다 할 수도 없다.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것이 무슨 문제냐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나는 박대표가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사실 (유신 등은) 사과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친일은 박대표하고 상관없는 일이지만 유신의 경우 어떤 폐해가 있었는지 잘 판단해 정치적으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또 피해자를 위로해야 한다. 그런 활동이 많아질수록 본인에게뿐 아니라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박대표는 우리당 대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해 뽑은 직선 대표다. 이 또한 현실이다.”

-당장 정수장학회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권은 박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를 강탈했다고 주장한다.

“강탈이 맞다. 권력을 폭압적으로 이용한 강탈행위다. 사유재산권은 자유민주주의 기본권으로 신성한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며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취득한 것이다.”

-정수장학회 처리방법은.

“박대표는 이사장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사도 내놨는데 이사장직은 왜 못 내놓느냐. 과거의 잘못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돈도 버리고, 기득권도 버려야 한다. 과감하게 자기 신변, 과거 역사 주변에 대해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당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고 자기 자신도 구한다. 당사까지 던지고 천막당사까지 갔던 우리다. 천막정신으로 살자고 했다. 천막정신이 뭐냐. 버리는 것 아니냐. 왜 대표는 못 버리냐.

정수장학회는 현재 MBC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 등 여러 언론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당의 대표가 그런 걸 갖고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 이사장직에서 손떼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본다. 박대표가 정수장학회에서 일정한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의 겸직금지 조항에 저촉되지 않으나 2개의 직책에 상근하며 급여를 수령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부도덕한 행위로 볼 수 있다. 대표 자리를 놓고 지난 3월 경선에서 맞붙었는데, 경쟁자였기 때문에 말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정치권의 과거 집착이 지나친 것 아닌가.

“민주화 세력이 친일 군부독재 유신세력 등을 공격하는 데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도탄에 빠진 민생을 건질 수 있다.”



주간동아 448호 (p16~17)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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