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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센 콘크리트 그린서 ‘퍼팅 쇼’

US오픈 골프 3년 만에 頂上 … 마지막 라운드 홀당 퍼팅수 1.33개 다른 선수 압도

  •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구센 콘크리트 그린서 ‘퍼팅 쇼’

104회 US오픈 골프대회(총상금 625만 달러)의 마지막 라운드는 13번홀(파4, 370야드)부터가 흥미진진했다. 두 점 차 리드를 지키던 마지막 조의 레티프 구센(35·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드라이버가 오른쪽 러프에 빠졌다. 미국 뉴욕주 사우샘턴의 시네코크 힐스 골프장(파70, 총 6996야드)의 러프는 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구센은 공을 찍어 쳤지만 러프에 아이언이 감기면서 공이 왼쪽 갤러리 석으로 들어갔다.

포커페이스의 구센이지만 이 상황에선 당황한 빛이 감돌았다. 전홀까지의 종합점수는 -4. 3라운드 합계 -5로 선두를 달린 구센은 마지막 라운드 12번홀까지 버디 2개에 보기는 3개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추격자 필 미켈슨(34·미국)이 12번홀까지 버디 1개에 보기 3개로 2점을 잃어 -1로 밀렸다가 13번홀에서 버디로 회생해 -2로 2타차의 승부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미켈슨 17번홀서 스리퍼팅 ‘더블 보기’

미국프로골프(PGA) 무대 데뷔 첫해인 2001년 US오픈에서 우승했던 구센은 갤러리들 앞에서 아주 부드럽게 트러블샷을 했다. 무서우리만치 침착한 샷이었다. 핀 가까이 붙었지만 안심할 수 없는 거리. 그러나 흔들림 없는 구센은 파 세이브를 했다. 구센이 이 홀을 지키지 못했다면 종반 레이스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미켈슨에겐 기회가, 구센에겐 위기가 이어졌다. 14번홀(파4, 443야드)에서 구센의 세컨드샷이 그린 앞 벙커에 박혔다. 턱 바로 앞의 에그 프라이였다. 오른발을 벙커에 담그고 폴로스로 없이 가볍게 샷 하자 공은 2m 앞의 벙커 턱 위에 걸렸다. 결국 포온. 3m 가까운 퍼팅을 극적으로 성공시켜 보기로 막았다. 미켈슨과는 1타차.



구센은 15번홀(파4, 403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을 오른쪽 러프에 집어넣었다. 이 순간 구센의 앞 조에서 어니 엘스와 플레이한 미켈슨은 이 홀에서 세컨드샷을 컵 가까이 붙였다. 함성과 박수에 묻혀 그린에 오른 미켈슨은 여유 있게 버디. -3으로 공동선두가 됐다. 구센은 세컨드샷을 또 벙커에 집어넣었다가 파세이브를 했다. 그의 퍼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6번홀(파5, 540야드)에서 미켈슨이 버디를 기록해 -4로 한때 구센에 1타차로 앞서가기도 했다. 구센 역시 이 홀에서 버디를 건져 이내 동점을 만들었다. 미켈슨이 1.5m, 구센은 3.6m의 퍼팅이었다.

드디어 17번홀(파3, 179야드). 미켈슨의 6번 아이언샷이 왼쪽 벙커로 찾아 들어갔다. 여유 있는 벙커샷 후 1.5m의 내리막 퍼팅을 남겨두었다. 미켈슨은 퍼팅 라인을 꼼꼼하게 여러 차례 살펴본 뒤 퍼터를 가볍게 갖다 댔다. 공은 홀컵 위로 살짝 빗나가면서 데굴데굴 하염없이 굴러 컵에서 2.1m까지 달아났다. 심각한 표정의 미켈슨은 여러 각도에서 라인을 다시 살피고 신중하게 퍼팅을 했지만 공은 똑같은 경로로 홀컵을 놓치고 말았다.

1.5m에서의 스리퍼팅이었다. 더블보기로 종합점수는 -2.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후반에 31타의 기록적인 스코어로 마스터스 트로피를 가슴에 안았던 천하의 미켈슨으로선 통한의 퍼터였다. 갤러리들이 그의 그랜드 슬램을 향한 도전을 의식하면서 일방적으로 열렬하게 응원한 것을 감안하면 그로선 더더욱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경기 후 그는 “17번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벙커샷은 어렵지 않았고 그린이 빠르기 때문에 퍼팅을 아주 살살 했는데도 2m나 내려갔다”고 말했다.

벙커에서 나와 그린 위에서 왔다갔다하는 미켈슨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17번 티박스의 구센도 미켈슨과 똑같은 벙커에 공을 집어넣었다. 벙커샷은 컵 1m에 붙었고 미켈슨의 경우보다 퍼팅라인도 쉬워 파세이브. 구센 -4와 미켈슨 -2로 다시 2타차가 됐다. 남은 홀은 하나. 전쟁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18번홀(파4, 450야드)은 오히려 싱거웠다. 1타차라면 몰라도 2타차인 데다 최근 난이도가 낮아진 홀이기 때문. 이홀은 1986년 대회 때는 선수들의 평균점수가 4.51타로 18개 홀 가운데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그러나 개발경쟁 끝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어난 덕분에 1995년 대회 때는 평균점수가 4.39타로 줄어 두 번째로 어려운 홀이 됐고 올해 대회에선 점수가 4.32로 또 줄어 네 번째로 어려운 홀이 된 것.

미켈슨이 투온 투퍼팅으로 파를 건지고 나간 뒤 세컨드샷을 오른쪽 에지에 붙인 구센은 퍼터로 버디를 노렸다가 실패한 후 여유 있게 파를 세이브했다. 두 선수의 이날 스코어는 66명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1오버파 71타. 강한 바람과 햇살에 바짝 말라붙은 그린은 “콘크리트 같았다”고 선수들은 하소연했다. 종합점수는 구센 70-66-69-71로 276타(-4), 미켈슨 68-66-73-71로 278타(-2).

놀라운 것은 구센의 퍼팅이었다. 그는 마지막 라운딩에서 18홀을 24개의 퍼팅으로 막았다. 12개홀을 원퍼팅으로 끝낸 것이다. 홀당 퍼팅수 1.33개. 페어웨이 히팅(FH)이 14개 중 5개, 레귤러 온(GIR)이 18개 중 6개에 그쳤지만 다른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그린에서의 플레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에 우승 트로피를 3년 만에 다시 품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13번홀에서 18번홀에 이르는 긴장된 종반 레이스에서 모두 원퍼팅을 성공시켰다는 것은 그의 실력이라기보다 기적이라 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우즈 공동 17위, 최경주 공동 31위

반면 미켈슨은 티샷이 페어웨이를 9개 확보했고 GIR 역시 9개로 질적으로 우세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퍼팅이 27개, 홀당 평균 1.5개여서 구센에게 뒤졌다. 이날 그린 상황을 감안하면 퍼팅 27개가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우승레이스에서 자멸하게 만든 17번홀에서의 스리퍼팅은 퍼팅 불안감을 악화시킨 셈이다.

타이거 우즈는 72-69-73-76, 290타(+10)로 공동 17위였다. 셋째날 18번홀에서 60도짜리 샌드웨지로 띄워올린 공이 홀컵에 찾아들어 이글을 건진 뒤 “토너먼트에 다시 끼어들게 됐다”며 기뻐했지만 마지막 날 버디 1개,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로 6개 오버의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우승후보로 주목을 받았지만 첫날 라운딩부터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8차례 메이저 우승의 대기록에 빛나는 우즈에 대해 그의 스윙코치였던 부치 하먼은 “우즈가 때때로 페어웨이를 놓치는 이유는 스윙에 문제가 생긴 때문인데 우즈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스윙을 되찾으려면 2000년 당시의 비디오테이프를 돌려 자신의 폼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먼은 “그의 몸매가 2000년 이후에 크게 변했다”면서 “그의 가슴과 이두박근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닉 프라이스도 “우즈가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서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의 스윙이 뭔가 잘못됐다”고 하먼과 비슷한 말을 했다.

우즈가 호랑이처럼 포효하던 시절, 다른 선수들은 그에게 위축되고 그를 따라하려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선수들이 말한다. 아일랜드 출신 패드레이그 해링턴은 “우즈를 대하는 선수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종전엔 타이거를 이기려면 경기를 아주 잘해야 했다. 요즘은 우리는 우리식으로 플레이를 한다. 타이거로서는 우리를 이기려면 경기를 잘해야만 할 것이다.”

우즈는 스웨덴 모델 출신 엘린 노르데그렌과 약혼한 상태다. 우즈는 코치였던 하먼과 2002년 갈라서면서 “나도 스윙의 문제점을 스스로 고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의 플레이 내용을 보면 드라이버 302야드, FH은 총 56개 중 26개(46%), GIR는 72개중 36개(50%), 라운딩당 퍼팅수 28.75개(홀당 1.60개)였다.

최경주는 76-68-76-75로 295타(+15)로 공동 31위에 그쳤다. 첫날은 컷오프의 우려를 낳았다가 둘쨋날 선전했으며 마지막 날 순위를 부쩍 끌어올렸다. 엘스는 셋째날까지 70-67-70으로 3언더까지 치고 올라가다 마지막 날 구센과 라운딩에서 퍼팅(31개) 난조로 80타를 치며 자멸, 총 287타(+7), 공동 9위로 밀렸다. 한때 우즈 아성을 위협하면서도 메이저 우승 없이 초조하게 지내다 애인과 결별, 부상 등에 시달려온 데이비드 듀발은 2라운드까지 25오버파로, 데이비드 러브3세는 11오버파로 각각 컷오프됐다.



주간동아 441호 (p78~79)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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