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1

2004.07.01

문학과 문화의 자유인을 다시 보다

  • 입력2004-06-25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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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문화의 자유인을 다시 보다
    2002년 11월 급성 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이성욱씨(사진)의 유고가 네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쇼쇼쇼, 김추자, 선데이서울 게다가 긴급조치’(생각의 나무 펴냄) ‘비평의 길’(문학동네) ‘한국 근대문학과 도시문화’(문화과학) ‘20세기 문화이미지’(문화과학) 등 네 권의 책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한날 출간된 것도 이채롭지만 문학과 문화 사이에 걸터앉아 다양한 상상력을 보여주던 그의 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이 책들은 ‘고 이성욱 유고집 출간 준비위원회’가 그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원고와 언론매체 기고문, 학위논문 등을 모아 만들었다. 이 가운데 ‘쇼쇼쇼…’에는 이소룡, 고고장, 킹드롭프스, 조용필, 수사반장, 빨간책 등 70년대에 사춘기를 보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호들이 등장한다. ‘쇼쇼쇼…’와 닮은 ‘20세기…’에는 그가 관심을 기울였던 현대의 문화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복고, 팬터지, 몸, 휴대전화, 공주병, 체 게바라, 축구와 월드컵 등 생활 속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성욱은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였으며, 사춘기 시절 부산의 대형호텔 디스코테크 경연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고, 밴드 드러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대중문화를 엄밀한 비평가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삶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문학과 문화의 자유인을 다시 보다
    박사 학위논문을 새로 편집한 ‘한국 근대문학과 도시문화’에서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형성된 ‘도시 또는 도시문화 현상과 문학적 소재 및 표현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졌던 사람답게 문학비평 역시 다채로웠다. ‘비평의 길’에 보면 70, 80년대 민족·민중문학에서부터 90년대 포스트모던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비평이 정리돼 있다.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성욱은 민요연구회 연구원, ‘문화과학’ 편집위원,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상임기획위원 등을 역임했고 90년대 초 소설가 이인화씨와 표절논쟁을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유고집 편집 실무를 맡은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문화연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형의 뜻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형은 문학과 문화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 자유인이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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