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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김영준 또 다른 비리 덮어라?

금감원, 진흥 인수 과정 불투명 배임 포착 … 검찰 통보 관례 외면 비호 의혹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쉿! 김영준 또 다른 비리 덮어라?

쉿! 김영준 또 다른 비리 덮어라?

‘이용호 게이트’ 연루 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다 지난해 1월 초 차정일 특검팀에 검거된 김영준씨(왼쪽)와 김씨가 실소유주인 진흥기업㈜.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대주주 김영준씨의 또 다른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도 이를 축소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올 3월 한 개인 투자자의 진흥기업㈜(이하 진흥)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흥 대주주인 김씨의 비리 혐의를 일부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금감원은 통상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 과정에서 대주주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면 이를 검찰에 통보한다.

김씨는 이용호씨에게 부실기업 인수자금을 대출해주는 등 이씨와 사업상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 김씨는 2001년 9월 검찰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 착수 직후 잠적, 3개월 이상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다 ‘이용호 게이트’ 재수사를 맡은 차정일 특검팀에 의해 지난해 1월15일 체포돼 기소됐다. 대법원은 올 6월24일 김씨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11월14일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을 확정했다.

비싸게 매입 ‘원격조종’ 혐의 확인

김씨가 확정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주된 이유는 대양상호신용금고에서 70억원을 횡령한 혐의였다(김씨는 나중에 이 금액을 변상조치했다). 차정일 특검이 김씨에 대해 KEP전자 인수 과정에서 이 회사에 3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하긴 했지만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부터 일관되게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씨가 이씨와 함께 사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은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김씨가 진흥 인수를 추진한 것은 도피 기간 중이던 2001년 10월 무렵부터였다. 그러다 차정일 특검팀에 의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뜻대로 경영진을 개편, 진흥 경영권을 장악했다. 1959년 설립된 진흥은 국내 건설사 중 선발주자로, 60~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타고 10대 건설업체에 끼일 정도까지 성장했으나 해외 미수금 급증으로 87년 산업합리화 대상 업체로 지정됐다.



금감원이 포착한 김씨의 비리는 진흥으로 하여금 자신과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 지분을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하도록 한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김씨가 실질적인 대주주라는 의혹이 일고 있는 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코스닥 등록기업 이화전기공업 지분을 시가보다 3배나 높은 가격으로 진흥에 넘긴 것은 김씨의 ‘원격조종’ 때문이라는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했다는 것.

금감원은 통상 주식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조사를 하는 경우 대주주의 관련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나 대주주의 자금을 추적한다. 진흥의 경우도 바로 이 과정을 통해 대주주 김씨의 비리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이다. 더욱이 올 3월 금감원 조사과정에서 당시 경영진은 김씨의 비리를 상당부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은 증권거래소로부터 통보받은 한 투자자의 진흥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올 8월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쉿! 김영준 또 다른 비리 덮어라?

금융감독원을 지휘 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 건물.

이에 대해 금감원 이진우 조사2국장은 12월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금감원은 주식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가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모든 사안을 다 조사할 수도 없고, 조사할 권한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국장은 또 “김씨와 관련한 다른 건의 배임 혐의를 검찰에 알려주었는데, 김씨를 봐주려고 했다면 이 사안도 검찰에 통보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금감원 관련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쓴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장은 그러나 검찰에 통보한 김씨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국장의 말대로 당시 금감원이 진흥의 이화전기공업 지분 인수와 관련한 김씨의 비리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도 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를 포착하고도 검찰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축소 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이화전기공업 주식을 진흥에 매각한 회사의 대주주이자 김씨의 부인인 이모씨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씨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질문하는 등 회사 관계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진흥 관련 조사를 맡았던 금감원 조사2국 관계자는 거짓말까지 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기자에게 “진흥의 이화전기공업 지분 매입 과정이 깔끔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정밀하게 조사해달라고 검찰에 통보, 현재 서울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국장은 “그와 관련한 김씨의 비리 혐의는 검찰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진흥이 무정전 전원장치 및 변압기 제조업체 이화전기공업 주식을 처음 인수한 것은 지난해 6월29일이다. ㈜이화홀딩스가 보유한 이화전기공업 주식 238만주(지분율 10.87%)를 사들여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한 것. 당시 이 회사 주가는 주당 700원대에 불과했지만 진흥은 무슨 일인지 시가보다 3배 정도 비싼 주당 2100원에 사들였다.

진흥 경영 정상화 의구심 여전

또 김씨가 이화홀딩스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있다. 이화홀딩스가 2001년 7월16일 이화전기공업 전 사주 배모씨로부터 이 회사 주식 300만주를 인수할 당시 이화홀딩스 대주주는 김씨 부인 이씨였다. 또 ‘이용호 게이트’ 2심 판결문에는 “김씨가 이화전기공업을 인수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광덕물산 주식 70만주를 담보로 자신이 실소유주인 대양상호신용금고에서 72억원을 빌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 김씨가 이화홀딩스의 이화전기공업 지분을 매각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

결국 진흥측은 김씨가 실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화전기공업 주식을, 그것도 시가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경력 15년차 한 공인회계사는 “이 경우 진흥이 이화전기공업 주식을 시가로 매입했을 때의 금액을 초과한 부분을 진흥이 대주주인 김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릴 수 있고 당시 매입 결정을 한 진흥 경영진에게는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흥이 당초 인수하려던 가격은 주당 4100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말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씨를 대신해 진흥 이사회에 참석한 김씨측 관계자가 “대주주가 주당 4100원으로 매입하기를 원한다”고 발언했기 때문. 이는 이화홀딩스가 처음 배모씨로부터 이화전기공업 주식을 매입할 당시 주가가 주당 4100원이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당 4100원 안은 진흥 이사회에서 관철되지 못했다. 당시 유선구 사장 등이 강력히 반대,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 당시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당 2100원도 비싸다고 했더니 나중에 자기들끼리 이사회를 열어 매입을 의결한 것 같더라”면서 “그 사실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진흥측은 “이화전기공업 주식을 주당 2100원에 인수한 것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한 때문이고, 이에 대해서는 법무법인의 자문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프리미엄을 인정한다고 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고 말한다. 금감원에서도 오히려 회사 고문 변호사인 은모 변호사가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보내온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의 해명을 인정한다고 해도 진흥이 지난해 말 이화전기공업 주식 172만주(7.85%)를 역시 주당 2100원에 인수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한 공인회계사는 “진흥측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6월 경영권을 인수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인수한 7.85%의 지분은 경영권과 상관없는 지분이어서 프리미엄이 빠진 가격으로 매입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진흥 직원들은 “김씨의 이미지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진흥 경영권을 인수한 이상 진흥을 제대로만 경영한다면 문제 될 것 없지 않느냐”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진흥 인수 이후 보인 김씨의 행태는 직원들의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게 임직원들의 인식이다. 김씨의 동생 김영선 부사장은 “진흥을 본궤도에 올려놓아 어엿한 경영자로 인정받고 싶은 게 형의 뜻”이라고 말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주간동아 414호 (p50~51)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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