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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가을 수놓는 ‘국악 공연’

전통에 재미 보태 ‘어깨춤 절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전통에 재미 보태 ‘어깨춤 절로’

전통에 재미 보태  ‘어깨춤 절로’

참신한 감각, 실험적 시도로 무장한 매력적인 공연들이 올가을 국악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말은 때로 듣는 이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 것’이라면 그것이 촌스럽거나 심지어 고루할지라도 ‘좋은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국악계는 지금껏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안주해왔던 면이 없지 않다. 달라지지 않는 레퍼토리, 뻔한 구성도 언제나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레토릭(rhetoric·수사법) 속에서 용인돼왔다.

그러나 이에 실망해 국악에서 멀어진 관객이라면 올가을 국악 공연을 주목해도 좋을 듯하다. 참신한 감각과 실험적 시도로 가득한, 매력적인 국악 공연들이 잇따라 관객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11월21일부터 12월7일까지 부천, 의정부, 안양 등에서 공연되는 민요 뮤지컬 ‘붉은 점 아리따와 신의 탈’은 우리 음악의 새로운 시도로서 눈길을 끈다. 민요연구회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 작품은 민요와 판소리에 기반을 둔 한국형 창작 뮤지컬.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판소리의 ‘아니리’(판소리에서 소리하는 사람이 한 대목에서 다른 대목으로 넘어가기 전에 자유 리듬으로 사설을 엮어나가는 행위)와 유사한 ‘리듬 있는 대사’, 판소리의 ‘소리’와 같은 ‘노래하는 대사’로 극을 이끌고, 관객들은 무대 아래서 추임새(판소리에서 소리하는 사이사이에 고수가 흥을 돋우기 위해 내는 소리)를 넣고 후렴구를 노래하며 장단을 맞춘다.



이야기의 바탕은 제주도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마마신과 산호해녀의 전설’. 신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던 시절, 마마신이 마을을 공격해 주민들 사이에서 역병이 돌게 하자 해녀와 용왕이 힘을 합쳐 이들을 물리쳤다는 내용의 전래신화다. 뮤지컬은 이 이야기의 모티브를 현대로 옮겨온다. 배경은 문명의 발전과 현대인들의 오만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된 현대의 어느 곳. 당시 쫓겨났던 마마신이 강력한 변종이 되어 나타나 다시 인간들을 괴롭히는데,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이 바로 해녀의 후손 아리따다. 아리따와 마마신의 싸움이 시작되면 무대 밖의 이들도 바빠진다. 이미 추임새와 후렴구를 배운 관객들은 돌하루방, 나무, 장승, 도깨비 등 마마신에게 대적할 수 있는 신의 탈을 쓰고 전쟁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러스나 아리아까지 모든 음악이 민요 장단에 맞춰 작곡된 이 작품은, 뮤지컬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했지만, 사실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는 마당놀이나 판소리의 변종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옳을 듯하다.(문의 02-743-3139)

젊은 국악인들의 모임인 전통창작예술집단 ‘청예(靑藝)’가 11월29일과 30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창작 판소리 ‘난세 영웅 조조’도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판소리는 계보에 따라 전수되기 때문에 새로운 레퍼토리가 개발되기 어렵다는 점이 항상 한계로 지적돼왔다. 이 작품은 젊은 국악인들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새로운 판소리. 내용의 큰 줄기는 판소리 ‘적벽가’를 바탕으로 했지만, 여기에 한국 전통무예와 춤, 북, 시창(詩唱·한시를 일정한 장단 없이 긴 가락에 실어 부르는 노래)과 검무 등을 보태 젊은 관객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새로 꾸몄다.

특히 삼국지에 난세의 간웅으로 묘사된 조조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 그가 사실은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으며 천하통일의 꿈을 품은 진정한 영웅이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창작 판소리지만 ‘적벽가’ 예능보유자 후보인 김일구 선생이 감수하고, 국립창극단 박종선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아 작품의 질을 담보했다.(문의 02-2274-0551)

국립무용단이 12월2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기획공연 ‘동동(東動) 2030’도 참신하고 개성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동’은 음양오행에서 각각 봄과 젊음을 상징하는 한자어 ‘동녘 동(東)’과 힘, 에너지를 상징하는 ‘움직일 동(動)’을 합성한 말. 2030은 20, 30대의 젊은 안무가들이 만든 무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이번 기획공연은 주제와 안무 면에서 젊은 국악인들의 패기와 창의성이 넘쳐난다. 백제춤 ‘그 새벽의 땅’, 춘향전의 방자 역 등으로 유명한 정길만이 안무한 ‘1967.6.17’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 ‘1967.6.17’은 윤이상이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된 날이다. 이외에도 이현주의 ‘紅雨(두 번째 사랑 이야기)’, 장현수의 ‘바람꽃’, 우재현의 ‘BABEL.Cue.Party’ 등이 공연된다.(문의 02-2274-1173)



주간동아 2003.12.04 412호 (p90~9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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