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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아플 땐 다른 질환도 ‘일단 의심’

인체 여러 부위와 신경 연결 … 인후염·후두염·편도선염 걸리면 귀에까지 영향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귀 아플 땐 다른 질환도 ‘일단 의심’

귀 아플 땐 다른 질환도 ‘일단 의심’

귀가 아프다고 귀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귀가 아프다면 귀 내시경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작은사진).

스산한 늦가을, 멀쩡히 길을 가다 말고 귀가 아프다며 인상을 찡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거참, 이상하네” 하고 그냥 지나치겠지만 방치했다간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 보통 귀에 나타나는 통증은 귀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코나 목, 신경 이상으로 인한 증상 때문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를 앓고 난 후 음식을 삼킬 때 나타나는 귀 통증도 마찬가지. 이는 다른 기관의 질환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연관이통(聯關耳痛)’으로, 원인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확률이 높다.

꽃가게를 운영하는 고혁수씨(37)는 요즘 밥 먹는 일이 고통스럽다. 얼마 전부터 오른쪽 귀가 욱신거렸는데 음식을 삼킬 때마다 비명을 지를 정도로 심해진 것. 심지어 침을 삼키기도 힘들다. 통증을 견디지 못한 고씨는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귀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불치병’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리며 절망하고 있는 고씨에게 의사가 대뜸 최근에 감기에 걸린 적 없었느냐고 물어왔다. 순간 귀 통증 때문에 잊고 있었던 목감기를 생각해낸 고씨. 의사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급성 인두염이 귀에 통증을 유발시킨 경우라고 진단했다. 목 통증이 신경을 타고 귀 쪽으로 옮아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턱관절 장애 때 귀 아플 수도

고씨처럼 귀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귀에는 이상이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되어 귀에 통증이 나타나는 연관이통. 이는 귀 관련 통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때 나타나는 귀 통증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부터 경미하지만 지속적으로 아릿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특히 기온차가 심하고 찬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씨에 흔히 발생하는데 감기가 주원인이다. 목과 코에 생긴 염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통증이 연결 부위인 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이렇듯 귀가 아닌 다른 곳의 질환으로 인해 귀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인체구조를 이해해야 쉽게 납득이 간다. 귀에는 감각을 지배하는 4개의 뇌신경과 1개의 경추신경이 있는데, 이 신경들은 귀뿐만 아니라 구강이나 인후두 등 여러 부위와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으로 인해 인후염, 후두염, 편도선염 등에 걸리면 귀 통증이 함께 느껴진다. 위나 식도에 문제가 있거나 턱관절에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적으로는 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신경들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귀에 피해가 가게 마련.



미래이비인후과 송병호 원장은 “인후염이나 편도선염 환자들이 귀 통증을 호소하는 일은 많지만, 귀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이들이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때 의사가 적절히 처방해주지 않으면 심각한 코, 목 질환이 방치될 수 있으므로 의사는 물론 환자 자신도 귀 통증이 나타날 때는 다른 이비인후과적 질환이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연관이통이라고 해도 귀가 아플 때는 제일 먼저 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들은 귀지를 파다가, 혹은 목욕이나 수영 후에 귀에 들어간 물을 억지로 닦아내려다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은 감기 후유증으로 급성중이염이 발생해 귀가 아픈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귀 내시경과 귀 현미경을 이용해 외이도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청력을 측정하는 순음청력검사, 귓속 압력을 재는 임피던스 검사를 시행해 귀의 전반적인 기능과 상태를 점검한다. 점검 후 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연관이통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데, 여기에는 비강과 인후두에 이상이 없는지 관찰하는 내시경 검사가 추가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환자에 대한 정확한 병력보고다. 전에 감기나 위염 등을 앓은 적이 있는지, 악관절 장애가 있는지 등을 알아야 연관이통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귀 아플 땐 다른 질환도 ‘일단 의심’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귀가 가렵다고 해서 귀지를 파는 것은 금물. 질환이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연관이통을 앓는 당사자는 괴롭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꾀병 취급을 받기 때문에 심리적인 억울함까지 겹쳐 실제보다 더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원인질환만 제거한다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만큼 각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연관이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인후염과 후두염, 편도선염 등이다. 이들 질환은 감기뿐 아니라 과로에 의해서도 나타나는 만큼 평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단 발생하면 빠른 시일 내에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단, 편도선염의 경우 고열을 동반한 채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수술로 치료하는 게 낫다.

삼킨 음식물이 위장에서 다시 식도, 후두, 인두로 거슬러 올라가 생기는 위 식도 역류증이 원인일 때에는 치료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진단할 때부터 후두내시경 검사 이외에 식도 내 압력이나 산도를 측정하게 되며, 위산을 중화하거나 산 분비를 억제시키기 위해 3개월 이상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중간에 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병이 재발하면 처음보다 치료효과가 많이 감소하므로 첫 치료가 중요하다. 악관절 장애에 의한 경우에는 턱관절 이상인지, 관련 근육이나 치아와 관련된 이상인지에 따라 치과에서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원인불명 통증 땐 ‘삼차신경통’ 우려

검사 결과 귀는 물론 다른 연결 부위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귀가 아픈 경우가 있다. 게임업체 웹디자이너 오수연씨(여·30)가 그런 경우인데, 그는 패션 리더임을 자청하면서도 바람 부는 날에는 어김없이 귀마개를 하고 다닌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원인불명의 통증이 귓속을 파고 들기 때문이다. 동네 의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귀 전문병원을 찾았는데 엉뚱하게도 신경과로 가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씨는 귓속에서 아무 자극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통증만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로, ‘삼차신경통’이 의심되었기 때문. 삼차신경통 환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특정 부위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곤 하는데, 그 증상이 귓속에도 나타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인간이 느끼는 통증 중 가장 극심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간단한 약으로도 삼차신경통을 치료할 수 있으며, 약으로 치료하지 못할 경우에는 신경차단술 등 신경외과적 수술을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간동아 2003.12.04 412호 (p86~8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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