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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장관 성적표

“청와대 비서진 바꿔 바꿔”

자천 타천 내년 총선 상당수 출마 거론 … 조직개편·인사 고심 속 ‘업그레이드’ 준비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청와대 비서진 바꿔 바꿔”

“청와대 비서진 바꿔 바꿔”

청와대 개편이 초 읽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개편이 임박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로서는 참으로 고단했던 올 한 해였다. 대과는 없었지만 출범 당시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 평가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더군다나 내년은 총선의 해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대규모 출전도 예상돼 청와대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과거 정권 시절 청와대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청와대의 역할을 다르게 설정했다. 출범 초기 노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엄격히 말하자면 참여정부 청와대는 행정부의 머리 위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국정을 지휘하는 지휘부가 아니다. 행정부와는 다른 몸으로 존재하면서 순수하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의 탄생 철학 자체가 다르므로 과거 같은 권위와 힘을 가질 수가 없어 청와대와 관련한 잡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은 한편으로는 청와대를 향한 세간의 비판과 그 끝이 닿아 있다. 실제 노대통령 집권 9개월, 외부로 드러난 청와대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경험이 부족한 인물 중심으로 청와대의 골간이 만들어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출범 초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이 해결사로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수석비서관들의 능력과 이들 간 역할분담에 문제가 있다는, 근본적 문제 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행정부처는 부처대로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히는 사안이나 민감한 현안과 관련한 결정을 앞두고 청와대를 쳐다보는 관행을 버리지 못했고, 이는 곧 정책결정의 지연과 혼선으로 이어졌다. 최근 사퇴한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경우처럼 대통령과 가까운 일부 측근그룹에 과부하가 걸리자 안팎에서 비판론이 제기됐고 마침내 ‘청와대 386인사’ 전체의 능력에 대한 회의론으로 번졌다.

순수 참모조직 … 현장 갈등 풀 기능 강화 목소리



청와대 한 관계자는 “과거 같은 권위가 사라진 것이 참여정부 청와대의 공이라면 이제부터는 이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때가 됐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청와대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변화요인은 내년 4월 총선. 그는 “내년 총선은 말 그대로 정권의 운명을 건 ‘배팅’이다. 노대통령에게도 그렇고 수석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기면 이후 4년을 제대로 끌어갈 수 있지만, 지면 국정 운용이 곤란하다는 게 우리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청와대도 쇄신해야 하고, 가용 가능한 모든 인물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모든 청와대 인사들이 총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천 타천으로 문희상 비서실장을 비롯해 문재인 민정수석, 유인태 정무수석, 박주현 국민참여수석비서관 등의 총선 출전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관들 중에는 윤태영 대변인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박범계 법무비서관도 오래 전부터 출마 뜻을 내비친 상태. 천호선 정무기획, 서갑원 정무1, 김현미 정무2비서관 등도 출마 후보군 1순위로 거론된다.

“청와대 비서진 바꿔 바꿔”

지난 10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관련 기자회견을 침울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문재인 민정수석,김세옥 경호실장,문희상 비서실장(왼쪽부터).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모으면서 지난 9개월간의 성적표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그동안 민감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잘 대처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북핵 위기가 그랬고 최근의 파병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 국익과 자주외교라는 대립되는 가치 사이에서 위태롭지만 줄타기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문제도 시간이 갈수록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국민여론도 좋아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이어져온 각종 노사갈등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둘러싼 농민시위, 그리고 최근의 부안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현안들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가고 있다. 이런 “지역적, 혹은 일부 사업장 단위로 발생하는 갈등 때문에 참여정부의 사회갈등 조정능력 자체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는 게 청와대의 분석이다.

따라서 사안의 크기를 떠나 참여정부의 사회조정 능력과 관련된 현장의 사안을 풀기 위한 청와대 기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갈등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참여수석실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청와대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

이 의견은 국민참여수석실을 중심으로 현장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이해 조정 모델을 만드는 한편, 각 행정부처에 갈등조정을 전담하는 부처와 공무원을 두고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국민참여수석실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또 국민참여수석실을 통해 노대통령의 결단과 판단이 신속하게 현장으로 전해지되, 그 경로는 철저히 해당 부처를 통해 이뤄지도록 해 청와대와 행정부가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직원 연말 인사고과 실시·조직진단도 병행

비서관들의 평균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386세대 중심의 청와대 비서진이 드러낸 경험 부족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사회 곳곳에 핵심 세대로 포진한 1970년대 학번 중심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재편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대통령은 문제가 드러난 장관에 대한 교체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인적 쇄신도 단행할 것으로 안다”면서 “2기 청와대에서는 ‘코드인사’나 ‘측근인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차원에서 경륜과 능력이 뛰어난 관료 출신들을 요직에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천정배 의원의 비서실장 등용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총선이라는 총력동원체제 하에서 노대통령이 이런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유력하다.

정책실 개편 여부 역시 관심사 가운데 하나. 여권 일각에서는 정책실이 그동안 운용 과정에서 비효율성을 드러냈다면서 정책실을 폐지하고 대신 부처별 수석제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책실 운용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이는 앞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은 현재의 정책실에 대해 확고하게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부처별 수석제의 폐해가 크다는 판단에서 현재와 같은 정책실을 만들었다. 노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책실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장점이 많은 조직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아젠다를 추진해 나가는 데는 더없이 훌륭한 조직이라는 것. 대통령 아젠다는 장기과제인 데다 여러 부처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과거의 부처별 수석제로는 수석들간 갈등만 깊어지게 할 뿐 아무런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재의 정책실 체제로는 각 부처의 긴급한 현안을 청와대가 신속히 조정해주지 못한다는 단점도 없지 않다. 또 정책실 소속 비서관이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출신이어서 다른 부처에서는 자신들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기조차 어렵다는 불평을 내놓고 있다.

결국 정책실 개편 방향은 현재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드러난 문제점은 정책실 내 비서관 및 행정관 사이의 긴밀한 네트워킹,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 개발 등을 통해 운용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해결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정책실장 밑에 수석 한 명 정도 보강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최근 청와대는 비서관과 행정관 등 400여명의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연말 인사고과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직원에 대한 인사고과와 함께 3개월 단위로 실시하는 조직진단도 병행할 방침이다. 인사고과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등급을 매기거나 그룹별로 서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병완 홍보수석비서관은 “평가대상은 실무자인 행정관과 비서관이며 업무평가를 통해 내년도 추진과제를 수립하는 데 참고자료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2기 청와대에는 과연 어떤 인물들이 주역으로 들어설 것인가. 청와대 인사들의 눈과 귀가 서서히 이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주간동아 2003.12.04 412호 (p26~28)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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