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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에이즈 감염자 혈액 유통?

감염자 10명, 판정 보류자 13명 혈액대장서 ‘실종’ … 수혈용으로 공급 의혹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에이즈 감염자 혈액 유통?

에이즈 감염자 혈액 유통?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은 과연 유출된 것일까. 적십자사의 혈액관리 대장에서 누락된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에 대한 추적조사가 시급하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됐을 우려가 있는 ‘유통 부적격 혈액’이 각 병원과 제약사에 공급됐다는 주간동아의 보도(401호 특집)가 사실로 확인된 뒤 이번에는 에이즈 확진자, 즉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이 시중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부적격 혈액 유통에 따른 에이즈 감염 가능성은 ‘확률적’ 수치로 존재하지만 에이즈 감염자 혈액의 유통은 곧 추가 감염자의 발생을 의미한다.

주간동아는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 혈액원의 내부 전산자료와 국립보건원(이하 보건원)의 에이즈 최종 검사 실적에 대한 취재 결과 보건원이 에이즈 감염자로 최종 확진한 헌혈자의 숫자보다 적십자사가 관리하는 에이즈 감염자 숫자가 10명이 적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이 수혈 부적격 혈액으로 묶여 폐기처분되지 않고, 건강한 혈액으로 분류돼 시중의 병원과 제약사에 수혈용과 혈액성분 제제의 원료용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과연 이는 사실일까.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적십자사 혈액원과 보건원 간의 에이즈 감염 우려 혈액 관리시스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적십자사는 헌혈자의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혈액에 대한 1차 선별 검사, 2차 선별 재검사를 적십자사 혈액원 자체에서, 3차 확인 검사와 4차 웨스턴 블러드(western blood) 검사를 적십자사 수혈연구원에서 각각 실시한 뒤 4차례 모두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보건원에 최종검사를 의뢰한다. 보건원은 수혈연구원에서 혈액 샘플을 접수하면 또 한 차례의 웨스턴 블러드 검사를 실시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 후 최종검사 결과를 양성, 기양성, 미결정(판정 보류), 음성으로 구분해 수혈연구원에 통보한다.

여기에서 ‘양성’은 에이즈 감염자를 말하며, ‘기양성’은 예전에 감염자로 판정이 난 사람, ‘미결정’은 검사 결과로 보아 감염이 극히 우려되지만 감염자인지 정확히 구별되지 않아 판정이 잠정적으로 보류된 사람을 가리킨다.

2000~2002년 자료 … 추가 확인 땐 더 누락?



보건원의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수혈연구원은 이중 양성 판정자(감염자)와 미결정자(판정 보류자)를 자체 헌혈유보군(DDR) 관리지침에 따라 헌혈영구유보군(PI·이하 영구유보군)으로, 혈액원 자체 선별 재검사 결과 한 번이라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을 헌혈일시유보군(TI·이하 일시유보군)으로 구분해 전산상에 등록한다. 일시유보군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유보군에서 해제될 때까지, 영구유보군은 죽을 때까지 헌혈과 그 혈액의 유통이 일절 금지되며, 특히 헌혈영구유보군 중 에이즈 감염자 혈액의 유출은 2차 감염, 즉 수혈사고 발생을 의미한다. 이 자료는 일선 직원들이 실제 현장에서 헌혈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 수혈 가능한 혈액과 불가능한 혈액을 구분하는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 자료에 등록돼 있지 않은 사람의 혈액은 곧 건강한 혈액으로 취급돼 각 병원과 제약사에 공급된다.

주간동아가 확인한 적십자사 혈액원 내부 전산자료는 2000년과 2001년, 2002년에 헌혈유보군으로 등록된 모든 사람이 등록일별로 적시된 전산상의 대장(일명 DDR 관리대장). 혈액원은 관리지침에 따라 수천명에 달하는 전체 유보군을 ‘TI’와 ‘PI’로 구분해 표시해놓았다. 혈액관리법과 헌혈유보군 관리지침대로라면 보건원의 최종검사 결과 양성이나 미결정으로 판정된 사람의 합계와 적십자사 전산 관리대장상의 영구유보군, 즉 PI로 등록된 사람의 숫자가 일치해야 한다.

에이즈 감염자 혈액 유통?

2001년과 2002년 헌혈자 중 적십자사 혈액원 자체 에이즈 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은 적십자 내부 전산자료.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는 “2000년과 2001년, 2002년 영구유보군으로 묶여야 할 에이즈 감염자 10명과 판정 보류자(미결정자) 13명 등 3년 동안 23명이 전산 관리대장상에서 누락된 것이 사실”이라며 “연도별로는 2000년에 양성 판정자(감염자) 3명, 미결정자 1명, 2001년에 양성 판정자 3명, 미결정자 3명, 2002년에는 양성 판정자 4명, 미결정자 9명이었다”고 밝혔다. 즉 절대 유출이 금지된 영구유보군 23명의 혈액이 그동안 혈액 유출로 인한 사고가 잇따른 일시유보군으로 잘못 등록된 것. 이번 자료는 단 3년 사이의 자료로, 그 이전과 이후 자료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면 더욱 많은 자료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적십자사의 전산 관리대장의 영구유보군 명단에서 에이즈 감염자의 정보가 누락되면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적십자사측은 “이들이 ‘PI’, 즉 영구유보군으로 등록되지 않아도 보건원측에 최종검사를 의뢰할 당시 이미 일시유보군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혈액이 수혈용이나 혈액성분 제제 원료용으로 제약사에 공급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적십자사가 혈액관리법상에 규정된 부적격 혈액의 유통 금지 조항이나 자체 헌혈유보군 지침을 잘 따랐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일시유보군의 혈액 유통 자체가 철저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 혈액관리법상에도 적십자사의 혈액선별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과거의 혈액선별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일시유보군) 혈액을 수혈이 불가능한 유통 부적격 혈액으로 못박고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10월2일 국정감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에이즈 관련 부적격 혈액(일시유보군의 혈액)을 유통시킨 사실(주간동아 401호)을 스스로 인정하고, 10월 말까지 261건의 부적격 혈액 유통에 따른 수혈감염 발생 여부에 대한 추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적십자사가 자신들의 지침상 일시유보군으로 묶인 혈액 중 많은 양을 실제 수혈용으로 공급했다는 뜻이다. 이는 헌혈유보군 전산 관리대장상에 누락된 에이즈 감염자들의 혈액도 충분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적십자사의 이번 추적조사 내용 중에는 실제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 유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적십자사 내부자들이 제보한 채혈일별(헌혈일별) 전산자료는 적십자사측이 제시한 누락 사례와는 터무니없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보자들은 “적십자사측이 제시한 등록일별 자료는 에이즈 감염자의 대장 누락 가능성을 축소하기 위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2001년의 적십자사 채혈일별 전산 관리대장을 살펴보면 영구유보군(에이즈 감염자+미결정자) 대상은 7명인 데 반해 보건원의 검사 결과 나온 양성자는 모두 31명(기양성자 1명 제외)으로 기록돼 있다. 같은 해 판정이 보류된 미결정자의 숫자 10명을 빼더라도 24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영구유보군 기록에서 누락된 것.

2002년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 기간 동안 적십자사 전산 관리대장상의 영구유보군 대상은 모두 11명. 이중 5명은 2001년부터 이미 영구유보군으로 등록된 사람이라 2002년에 새롭게 영구유보군으로 구분된 사람은 실제로 6명에 불과하다. 반면 2002년 보건원이 최종 양성으로 판정한 에이즈 감염자는 모두 35명(기양성자 2명 제외)으로, 29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대장에서 증발해버렸다(미결정자 14명 제외). 종합하면 2001년과 2002년 지정된 영구유보군은 모두 13명인 데 반해, 이 기간 중 혈액원이 검사를 의뢰해 에이즈 감염자로 밝혀진 사람은 66명에 이르러 모두 53명의 감염자가 적십자사의 영구유보군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에이즈 감염자 혈액 유통?


에이즈 감염자 혈액 유통?

적십자사 혈액원은 헌혈이 영구적으로 금지된 헌혈 영구유보군의 혈액을 계속 채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서울대병원에서 한 직원이 환자의 혈액에 대해 에이즈 항체검사를 하고 있다.

더욱이 적십자사에 대한 취재 결과 대장상에 기재된 영구유보군 13명 중 실제 감염자는 3명뿐이고, 나머지는 판정 보류(미결정)로 기록돼 있다. 10명의 감염자가 또 공중에 떠버린 것. 여기에다 그 2년 동안 보건원이 미결정으로 판정을 내린 24명 중 5명이 추후 검사에서 에이즈 감염자(양성)로 밝혀져 결국 실제 적십자사 전산 관리대장상의 영구유보군에서 사라진 에이즈 감염자는 총 68명(53+10+5명)이 됐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측은 “해당 자료는 채혈일, 즉 헌혈한 날짜를 기준으로 영구유보군을 표시(PI)한 것으로, 헌혈한 날로부터 국립보건원에서 확진 판정이 날 때까지 한 달에서 두 달 가량이 걸리므로 PI의 표시는 영구유보군 등록일 기준으로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 옳고, 채혈일 기준으로 PI 자료를 전산 검색할 경우 해당 헌혈자가 다시 헌혈을 하지 않으면 PI로 등록된 자료가 전산상의 데이터에 기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등록일 기준으로 검색한 영구유보군 자료를 보아야 보건원에서 감염자로 확진한 양성 판정자와 미결정 판정자가 제대로 영구유보군으로 등록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혈액사업본부측의 반론이다. 즉 채혈일 기준의 전산 데이터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십자사 내부자들의 이야기는 이와 전혀 다르다.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영구유보군과 일시유보군을 합해 모두 ‘고위험군(HRG)’으로 관리하다 영구유보군과 일시유보군으로 구분한 시점이 2002년 11월 이후인데, 즉 채혈일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국립보건원의 자료를 보고 거꾸로 헌혈자의 헌혈유보군 상태를 일일이 ‘PI’와 ‘TI’로 나누어 입력했는데 어떻게 채혈일 시점에는 영구유보군이 등록돼 있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예를 들어 최근 60대 노인 2명을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되게 한 A모씨(21)의 경우 3월31일 헌혈을 해 5월7일 보건원으로부터 양성자로 판명됐는데 이 사람이 다시 헌혈하지 않는 한 채혈일 기준의 자료에는 이 사람이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기록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는 반론이다. 내부자들의 주장은 오히려 보건원 자료가 뒤늦게 들어온 것이고, 영구유보군 일시유보군에 대한 구분은 채혈일로부터 빠르면 1개월, 많게는 2년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채혈일 시점에도 반드시 영구유보군으로 등록돼 있어야 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적십자의 주장대로 등록일 기준의 자료는 보건원의 검사 결과와 일치할까. 하지만 등록일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적십자 자료의 경우도 영구유보군(양성자+미결정자)이 2001년 35명, 2002년 24명으로 보건원의 자료상의 양성과 미결정을 합친 41명과 49명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게 사실.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그때서야 적십자 혈액사업본부 조남선 안전관리부장은 “솔직히 말해 국립보건원에서 감염자로 판정난 사람의 일부가 영구유보군으로 등록되지 않고, 일시유보군으로 잘못 등록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지침을 잘못 해석하거나 전산상의 오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하지만 일시유보군으로 잘못 등록된 사람이 2000년과 2001년, 2002년을 합해 23명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에이즈 감염자의 유보군 등록 누락 사실을 시인했다. 조부장은 “일주일 내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의적으로 누락시킨 부분 빠른 시일 내 시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1, 2002년 보건원이 미결정자로 판정한 숫자는 무려 24명인데 적십자사측은 이중 많은 사람들을 영구유보군에서 누락시키고 일시유보군으로 등록했다. 이에 대해 조남선 안전관리부장은 “2002년 11월 헌혈유보군 지침이 만들어진 후 일시유보군과 영구유보군을 구분하면서 보건원에서 미결정 판정이 난 사람들 중 일부를 영구유보군으로 묶지 않고 일시유보군으로 등록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보건원에서 이들을 미결정으로 판정한 까닭은 에이즈 감염 가능성이 높아 추후 검사를 계속하겠다는 의미인데도 적십자사는 자의적으로 이를 판단해 혈액 유출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만약 이들 중 추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부장은 “자의적으로 영구유보군에서 누락시킨 부분은 빠른 시간 내에 시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1, 2002년 보건원의 에이즈 확진 검사 결과 미결정 판정자 24명 가운데 5명이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된 데다 나머지 19명 중 9명은 주소불명, 본인의 검사 거부 등으로 더 이상의 검사 자체가 불가능해진 사람이었고, 현재까지 검사가 진행 중인 사람도 5명이나 된다. 추후 조사에서 음성으로 밝혀진 인원은 5명에 불과했다. 결국 미결정자 중 대부분이 감염자거나 감염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사실 원칙대로 한다면 적십자사는 헌혈유보군 지침(과거 ‘HRG 지침’)에 따라 대장에 올라 있는 13명의 영구유보군을 비롯, 수천명에 달하는 일시유보군으로부터 헌혈조차 받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주간동아가 입수한 적십자사의 내부 전산자료상에는 영구유보군으로 묶인 이후 5, 6회씩 헌혈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21번이나 헌혈한 사람이 있었다. 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2003년 8월1일 이전까지 군부대 등 야외채혈 현장에서 헌혈자 헌혈 경력에 대한 전산 조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노트북과 PDA의 보급으로 지금은 이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과연 헌혈유보군 전산 관리대장에서 누락된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은 어떻게 됐을까. 적십자사와 보건원은 모두 에이즈예방법 제7조 에이즈 환자 관련 정보의 비밀 누설 금지조항만 강조할 뿐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유통 부적격 혈액 파동이 끝나고 선진국형 혈액 수급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405호 (p54~5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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