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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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장도 못 넘기고 골치 아픕니까

눈 혹사 만성과로 ‘안정피로’ 증상 … 짝눈 시력교정·평소 눈운동으로 예방해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10-09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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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장도 못 넘기고 골치 아픕니까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기만 하면 머리가 아픈 사람은 짝눈을 의심해야 한다 .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가을에 수확한 뒤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책을 가까이했다. 적당히 서늘한 날씨가 평소 책을 멀리한 사람도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와도 책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장을 덮고 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컴퓨터 모니터로 문서를 들여다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게 마련인데, 그들을 비웃기 전에 그들의 눈이 만성과로 상태가 아닌지 살펴보는 게 좋다. ‘안정피로(眼睛疲勞)’에 의한 증상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감 중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눈을 풀가동하기 때문에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는 말까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눈도 기계가 아닌 이상 지나치게 혹사당하면 시리고 아프게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안정피로다.

    안정피로는 컴퓨터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매스미디어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1990년대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을 혹사한 결과 눈의 굴절력에 이상이 생기고 그 눈으로 쉼 없이 일을 하니 눈이 만성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 실제로 각 안과에는 90년대 이후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안정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열의도 안정피로가 늘어난 한 요인이다. 인간은 정보의 80% 이상을 눈에 의존해 인식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현대인으로선 그만큼 눈을 혹사하기 쉽다.

    눈 아프고 두통·어지럼증

    눈이 이러한 피로현상을 겪는 이유는 눈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뇌’이기 때문이다. 즉 눈이 시신경을 통해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받아들이는 정보를 뇌에 전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눈이 안정피로를 느끼게 되면 뇌를 혹사했을 때처럼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안정피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경우는 양쪽 눈에서 서로 다른 정보를 받아들여 발생하는 짝눈, 즉 ‘부동시(不同視)성 안정피로’다. 예안과 최우정 원장은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2디옵터 이상일 때 사물의 크기와 거리에 대한 정보가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에 심한 안정피로가 온다”고 설명한다.

    사실 일반적인 안정피로는 휴식을 취하면 금세 상태가 호전된다. 하지만 양쪽 눈의 시력차로 인한 안정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정보를 종합해서 인식하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눈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탓이다. 그래서 부동시성 안정피로 환자들은 단순히 눈이 시리고 아플 뿐만 아니라, 심한 두통과 메슥거림, 구토를 호소하기도 하고 사물이 2개로 보이는 복시(複視) 현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들은 또 휴식을 취해도 전신에 피로를 느낀다. 단순히 눈의 피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양부족, 과로, 수면부족에 의한 증상과 같은 피로가 평상시에도 쌓이게 된다. 긴장감과 스트레스, 불안감이 심해지고 머리가 띵하며 가슴이 뛰고 귀가 울리는 증상까지 생긴다. 때문에 뇌질환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 한 장도 못 넘기고 골치 아픕니까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다면 먼저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안정피로 환자들이 증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의 시력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밀한 시력검사가 아닌 몇 년에 한 번씩 받는 직장인 건강검진이나 초·중·고교 시절에 받은 시력검사를 통해 확인된 시력이 평생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결과다.

    그러나 시력은 서서히 나빠지기 때문에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커질 때까지는 잘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시력에 이상 증세를 느끼면 즉시 정확한 시력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껴지거나, 새로 맞춘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도 잘 보이지 않을 경우 이미 심한 짝눈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교정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짝눈의 교정방법 역시 근시나 원시처럼 안경 혹은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다. 단, 두께 차이가 심하게 나는 안경보다는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양쪽 눈의 시력이 다르다고 해도 처음 렌즈를 맞출 때는 시력이 더 좋은 눈에 렌즈 도수를 맞추도록 한다. 이후 사물이 편안하게 보일 때까지 서서히 나쁜 쪽 눈의 렌즈 도수를 높여준다.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시력이 나쁜 쪽 눈만 라식수술을 받는 방법도 있다. 예안과 최우정 원장은 “라식수술의 장점은 다양한 짝눈의 유형에 맞춰 교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쪽 눈 모두 최고 시력으로 회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즉 한쪽 눈은 정상시력이면서 다른 한쪽 눈이 근시 혹은 원시일 때, 또 양쪽 눈이 각각 근시와 원시일 때에도 시력을 균형 있게 교정해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라식수술 기계의 발달로 근시는 -12디옵터, 원시는 +4디옵터까지도 교정이 가능하다.

    시력을 교정해도 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눈이 쉬 피로해질 수 있다. 평소 안구운동을 해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 모니터 등을 보는 등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을 장시간 본 후에는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러주고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보는 것이 좋다. 4~5초간 지속적으로 눈동자를 상하좌우, 대각선 방향으로 최대한 움직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를 할 때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를 반복해주도록 한다.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여주면 눈물이 각막 표면을 고루 덮어주기 때문에 이물감으로 인한 충혈을 피할 수 있다. 눈꺼풀과 눈 주변을 따뜻하게 마사지해 주는 것도 눈 근처에 모여 있는 림프관을 활성화해 생동감 있는 눈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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