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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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세리 性벽 뛰어넘나

  • 문승진/ 굿데이 신문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3-10-09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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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그린에 성(性)대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오픈(10월9~12일)에 ‘괴력의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40·영국)가 출전한다. ‘골프여왕’ 박세리(26·CJ)도 2003 SBS골프최강전(10월23~26일)에 참가할 뜻을 밝혔다. 이로써 국내에서 2주 간격으로 성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이는 미국무대에서 ‘냉철한 승부사’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수지 웨일리(미국)가 미국남자프로골프협회(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데 이어, 한국계 골프천재 위성미(미국명 미셸 위)가 캐나다 투어와 PGA 2부투어에 나서는 등 최근 불고 있는 남녀 성대결 열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평범한 대회였던 PGA 콜로니얼대회와 그레이크하트퍼드오픈, 그리고 거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캐나다투어와 PGA 2부투어가 성대결이라는 흥행카드로 전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오픈의 주 타이틀 스폰서사인 코오롱FnC도 ‘성대결 카드’로 대회 홍보효과를 높이고 침체된 국내 골프대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준비했다. 하지만 많은 골프 관계자들은 이번 성대결이 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의 권위와 전통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내셔널타이틀은 각국 협회가 대회의 품위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출전선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내셔널타이틀 대회에서 성대결이 펼쳐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장이 177cm인 데이비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장타자다. 1963년 잉글랜드의 코번트리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위인 오빠의 영향으로 14살 때 골프에 입문, 87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렸다. 데이비스는 현재까지 통산 20승을 거뒀다. 하지만 2001년 로체스터 인터내셔널 대회 우승 이후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특히 98년 비제이 싱(피지) 등 남자 프로선수 8명과 함께 조니워커 슈퍼투어라는 이벤트성 대회에 참가했지만 선두에 39타나 뒤진 채 꼴찌를 기록했다.

    성대결 소식을 들은 국내 남자 프로선수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프로선수들은 데이비스의 참가로 대회 홍보효과는 높아질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오픈의 위상은 그만큼 떨어지게 됐다고 평한다. 한 프로는 “다른 대회도 아니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회가 이벤트성 대회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골프대회에 비즈니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유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홍보효과를 얻고 싶어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내셔널타이틀 대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치러진 4차례의 성대결에서 여자 선수들은 세계정상급 대회가 아닌데도 모두 컷오프당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회에서 데이비스는 다섯 번째 성대결 여전사로 나선다. 데이비스가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오픈에서 또다시 남자 골프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고 해서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컷오프를 통과한다면 이는 골프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한국 남자골프의 위상은 그만큼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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