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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 여형사 다모 “시청자 꼼짝 마”

2주 방영 후 대사 따라하기 등 초반 돌풍 … 뛰어난 영상, 화려한 액션 ‘젊은 사극’ 호평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300년 전 여형사 다모 “시청자 꼼짝 마”

300년 전 여형사 다모 “시청자 꼼짝 마”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난 너에게 무엇이냐.” “가거라. 그리고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거라.” 이 대사를 곱씹으며 “종사관 나리” 하는 이가 있다면 분명 ‘다모폐인’이다. 7월28일 첫 방영한 MBC 미니시리즈 ‘다모(茶母·연출 이재규 PD)’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모폐인을 자처하는 열성팬들은 주인공들의 대사 한 마디,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MBC 인터넷 홈페이지 다모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4회까지 방영된 후 단숨에 10만 건을 돌파했다. 그 후 가속이 붙어 하루에 1만 건씩 새로운 게시물이 추가되고 있다. 벌써부터 9월9일(14회)로 예정된 종영을 가슴 아파하는 팬들이 ‘2회 연장’을 외친다.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연장불가’를 외치는 반대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그들의 다모 사랑은 뜨겁다 못해 폭발 일보 직전이다.

게시판에 하루 1만건씩 등록

사극 ‘다모’는 300여년 전 조선 한성부 좌포청에서 다모로 일했던 여자 채옥의 이야기다. 방학기 만화 ‘다모 남순이’를 토대로 만들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역모사건이라는 큰 줄기에 황보윤, 채옥, 장성백의 로맨스를 추가했다.

다모의 신분은 관노였지만 규방사건의 수사와 염탐, 탐문을 통한 정보수집, 여성 피의자 수색 등 오늘날의 여형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여주인공 채옥은 원래 홍문관 부제학 장일순의 딸 재희였으나 일곱 살 때 역모사건에 연루된 아버지가 자결한 후 황해도 신천 현감의 관노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현감 황보철의 서자 황보윤을 만난다.



‘명문가의 서자’로 울분을 삼키며 살아야 했던 황보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련한 신세의 채옥을 데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마지막 승군(僧軍)대장 수월 밑에서 무예를 연마한다. 훗날 좌포청 종사관이 된 황보윤은 채옥을 다모로 만들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총명함과 출중한 무예를 겸비한 채옥은 종사관의 심복으로 대활약을 한다.

이들 사이에 ‘검의 고수’ 장성백이 끼어든다. 신분제 개혁과 균전제를 주장하는 역모세력의 행동대장인 장성백은 사건 때마다 황보윤과 채옥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황보윤과 채옥이 신분의 한계 때문에 서로를 향한 감정을 억누르는 사이 장성백은 어느새 채옥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성백 역시 채옥이 자신의 누이 재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상한 감정에 이끌린다.

시청자들은 점점 더 긴박하게 진행되는 역모사건과 함께 황보윤, 채옥, 장성백의 삼각관계에 발을 동동 구른다. 더욱이 결말에서 황보윤이 장성백에 의해 죽고, 장성백은 다시 채옥의 칼에 죽는다고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연출과 작가를 향해 “살려주시오”라는 읍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8월8일 밤 8시. MBC의 의정부 오픈세트에서 ‘다모’의 야간촬영이 시작됐다. 올해 2월부터 사전제작에 들어가 이미 85% 가량 촬영이 끝났지만 결정적인 대목 촬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제작진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전봇대 없는 오지마을만 찾아 다니며 야외촬영을 강행하느라 시간을 많이 쓴 데다 최근 장마까지 겹쳐 여러 날 허탕을 쳤다. 당장 7~8회 분 촬영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시각이 너무 촉박했다.

300년 전 여형사 다모 “시청자 꼼짝 마”

의정부 오픈세트에서 촬영계획을 세우고 있는 ‘다모’ 제작진. 모자 쓴 이가 이재규 PD다. 황보윤 역의 이서진(왼쪽)과 이재규 PD. 채옥(하지원 분)과 황보윤이 아름다운 매화숲을 걷는 장면. “나는 너를 이미 베었다”라는 명대사가 나오는 장성백과 채옥의 대나무 숲에서의 대련 장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황보윤과 채옥이 대련하는 장면(왼쪽부터).

이날 촬영은 황보윤이 죄수들의 탈옥사건으로 파직된 후 새 종사관으로 부임한 조치오가 병조판서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산채로 가서 장성백 패거리를 체포해 오겠다고 허락을 구하는 장면에서 시작됐다. ‘다모’ 작가 정형수씨는 “7회에서 조치오가 공을 세우려는 욕심에 부하들을 이끌고 무리하게 산채로 갔다가 몰살을 당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촬영의 백미는 채옥이 궁궐 담을 넘는 장면이다. 채옥은 투옥된 좌포청 포도대장 조세욱과 종사관 황보윤의 목숨을 구하려면 직접 왕을 알현하고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해 목숨 건 월담을 강행한다. 이에 앞서 마음속에 묻어둔 정인(情人) 황보윤 앞으로 마지막 편지를 쓴다. 채옥의 유서는 방영되기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회자될 만큼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나리와 함께한 세월이 곧 제가 기억하는 생애의 전부입니다’로 시작한 유서가 ‘도련님’ 하고 애잔한 목소리로 부르는 것으로 끝나면 월담을 하는 채옥의 호쾌한 와이어 액션이 이어진다. 이 장면은 8회에 방영될 예정이다.

이재규 PD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온통 황보윤이 죽느냐 사느냐에 쏠려 있어 솔직히 당혹스럽다”면서 “자신이 아끼는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드라마는 ‘아름다운 비극’ 그 자체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리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지만 이날 촬영 분에서 드라마의 결과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 나온다.

“철저한 비극” 해피엔딩 없을 듯

장소는 어두운 막사, 황보윤이 장성백에 대한 연모의 감정으로 흔들리는 채옥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는 장면이다. “그물을 던지고 살아도 좋으니 장성백을 잊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자.”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한 채옥에게 황보윤은 칼을 내민다. “어쨌든 한 사람은 베어야 하지 않겠나. 차라리 나를 찌르고 가라.” 13회쯤 등장할 이 장면은 또 한 번 다모팬들의 눈시울을 적실 듯하다. 정형수 작가는 “한마디로 ‘다모’는 철저한 비극”이라며 다모팬들이 은근히 기대하는 해피엔딩은 없음을 암시했다.

스토리라인으로만 보면 ‘다모’는 평범한 무협 사극이다. 조선 숙종 재위기 역모사건을 추적하는 한성부 좌포청을 무대로 실존했던 다모의 활약상을 그렸지만 제작진은 처음부터 역사적 고증보다 아름다운 영상과 화려한 액션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탈역사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다모’는 ‘젊은 사극’ ‘퓨전 액션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한마디로 신예 연출자(이재규 PD의 데뷔작), 신예 작가(‘상도’ 일부를 집필한 정형수 작가의 사극 공식 데뷔작), 신예 연기자들이 똘똘 뭉친 겁 없는 ‘다모’팀이 일을 낸 것이다.

이재규 PD는 “영상의 신선함 때문에 ‘젊은 사극’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자평한다. 다모가 고화질 HDTV용으로 촬영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지금까지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촬영장비와 기법을 동원한 일종의 실험작이다. 이PD는 영화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감과 미묘한 질감까지 포착해주는 파나소닉 카메라를 고집했다. 또 이 카메라는 프레임 수(4~64프레임까지)를 조절하며 촬영할 수 있어 다모에서는 마치 동작이 정지하는 듯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난 너에게 무엇이냐”라는 대사가 나오는, ‘숨을 멎게 하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2회 장대비 속의 황보윤과 채옥의 대련 장면에서 마치 비가 붓으로 그린 듯 끊겨서 떨어지는 것이 바로 초당 4프레임으로 찍은 파나소닉 카메라 효과다. 그밖에 2부에서 어린 재희의 모습과 함께 금부도사가 말을 달리며 오는 장면에서도 일순간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그밖에도 다모는 현란한 와이어액션, 수중촬영 등 기존 TV사극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들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TV로 보기에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리즈가 중반에 접어들어 그동안 황보윤와 채옥에 가려졌던 장성백이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여름밤 잠 못 이루는 다모폐인들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주간동아 398호 (p62~63)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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