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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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동기 사시 17회 대법관 탄생할까

9월 서성 대법관 후임 첫 인사 뜨거운 관심 … 시민단체 공공연한 대법관 추천 활동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3-08-13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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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 동기 사시 17회 대법관 탄생할까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법부의 표상이다.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이 함께 자리한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7~11층은 최고의 사법기관답게 여타 법원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고급스러운 금제 장식과 철저한 보안은 그 권위를 대변한다. 그러나 깔끔하고 웅장할 것으로 생각했던 대법관실의 모습은 예상과 전혀 다르다. 각종 소송 관련 자료가 책상은 물론 복도에까지 쌓여 있어 어지러울 정도다. 대법관은 하루 평균 3건 이상, 대법원 전체는 매년 1만건 이상의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런 대법관을 향해 모든 판사들은 옷깃을 여미며 존경을 표한다.

    이같이 영광스러우면서도 고된 자리가 최근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다. 오는 9월 서성 대법관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새로이 임명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임 인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로 쏠렸던 시민단체와 법조계의 시선이 급속히 법원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영 대법원장과 어떤 호흡?

    그동안 대법관 인선은 대법원장의 전권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각종 단체에서 공공연하게 대법관 추천운동을 벌이는 데다 판사 출신 노무현 대통령의 첫 대법관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특히 임기가 2년 정도 남은 최종영 대법원장이 노대통령과 궁합이 맞을지, 그리고 노대통령의 동기인 사시 17회가 부각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2월 퇴임 직전의 김대중 대통령은 고현철 대법관(사시 10회)을 임명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인사를 마무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서열에 얽매인 구태인사라고 비난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앞으로 검찰개혁이 마무리되는 대로 법원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8월1일 시민단체 대표와 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대법관 헌법재판관 시민추천위원회’는 6명의 대법관 추천 인사를 선정, 공개했다(재야: 최병모 박원순, 재조: 이홍훈 박시환, 여성 판사: 전효숙 김영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도 이에 앞서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박시환 부장판사와 최병모 전 특별검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다.



    대법관 인선이 논쟁거리로 부각된 것은 대한민국 법조사에 특기할 만한 사건. 대법원은 시민단체 등의 공개추천운동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법원 주변에서는 “앞으로 대법관 하려면 진보적인 판결을 한두 개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법원이 그동안 밀실인사와 지나친 서열주의에 집착, 스스로 변화할 힘을 잃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인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자문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은 데다 비공개로 자문한다는 것은 과거 밀실인사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해 대법원의 방침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법조계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대목은 과연 서열 파괴가 이루어질 것이냐는 점. 현재까지 대법관 13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시 10회까지 차근차근 승계됐다. “한국의 대법관은 이념적인 판단을 내리는 미국의 대법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제도문제를 인사문제로 호도하지 말라”고 입장을 밝혀온 대법원의 전례대로라면 이번 대법관 인사는 사시 11회와 12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시민단체들이 “개혁의지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관심은 서열 파괴의 폭이 어느 정도냐 하는 점에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공개적으로 천거한 인물 6명은 모두 사시 16~22회. 현재 지방법원장이나 고등법원장인 10~14회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인사가 되는 셈이다. 법원의 경우 검찰만큼 서열을 중시하지는 않지만 역시 충격파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관심거리는 노대통령 동기인 사시 17회의 등장 여부. 현정부 출범 직후 노대통령이 후보시절 사석에서 자신의 특정 동기를 언급하며 대법관으로 밀겠다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떠돈 적이 있다. 법원의 독립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냥 흘려버릴 수만은 없는 얘기다. 특히 사시 17회가 전면에 부각된 검찰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사시 17회인 전효숙 판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과 연결돼 있지 않은 데다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화여대) 등이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법원행정처 조대현 인사관리실장도 주목받는 사시 17회 중 한 명이다.

    아무튼 관례와 개혁 사이에서 최종영 대법원장의 고민은 날로 커질 것 같다. 여기에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만만치 않은 난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의 고민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과거 인사청문회는 무난한 인사에 대한 요식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대통령과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에 몰렸다. 만일 어느 한쪽의 입맛에만 맞는 인선을 강요했다가는 방송위원회처럼 대법원이 갈등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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