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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공포야 놀자

“혹~귀신 나올라 … 소름이 쫙”

온몸 으스스 ‘한밤의 공포’ 흉가체험 … 어둠 속 저편 두려움 떼낼수록 달라붙어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혹~귀신 나올라 … 소름이 쫙”

“혹~귀신 나올라 … 소름이 쫙”

귀신을 만나기 위해 흉가를 찾은 사람들이 집에 들어서기 전 향을 피우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8월2일 자정 무렵 경북 영덕군의 한적한 바닷가 언덕. 초승달이 뒷산 너머 밤하늘에 걸려 있었다. 야생 여우라도 있었다면 “아우~” 하고 이 괴기한 분위기를 알렸을 법하다. 외딴 흉가 아래로 돌아가는 7번 국도에서는 간간이 휴가지의 분위기에 취해 잠 못 드는 차량들이 정적을 깨뜨렸지만 그 아래 희미한 달빛을 머금은 동해바다는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뒤에서 누군가 확 잡아챌 듯 모골이 송연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으스스한 분위기의 외딴집을 방문했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만 찾아다니는 ‘흉가체험’(cafe.daum.net/hyunggabest) 동호회 회원들이다. 이날은 대구·경북지역 회원 15명(지역팀장 권영신)과 기자가 이 극단적인 ‘피서 행사’에 함께했다. 이 집을 체험단에게 소개한 ‘영맨’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빈집에 들어가기 전 회원들에게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전쟁 때 이 집은 인근에서 큰 지하실이 있는 유일한 곳이었답니다. 어느 날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숨어들었는데 그만 폭격으로 몰살당했다는 겁니다. 그 몇 십년 뒤 어떤 사람이 여기에 집을 지어 식당을 운영했는데 밤마다 괴상한 소리가 들리고, 좋지 않은 일이 계속 생겼답니다. 특히 지하실에는 지금도 원귀가 득실거린다고 하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기자는 일행들보다 몇 시간 전에 이곳에 도착해 인근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인 취재에 들어갔다. 그 결과 흉가에서 1~2k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 흉가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었다. 물론 누군가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렸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었다. 주인을 수소문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문만 돌았다.

“밤마다 괴성 원귀가 득실” 무시무시한 이야기



“혹~귀신 나올라 … 소름이 쫙”

지하실은 유난히 섬뜩한 기운이 감돈다. ‘흉가체험’ 동호회원 김도엽씨가 찍은 지하실 사진에 빛의 굴절로 인한 ‘유령 현상’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말 뭔가 있다는 말인가. 늦은 저녁을 먹고, 해수욕객들로 떠들썩한 바닷가를 서성거리는데 어쩐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내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날 밤에는 가위까지 눌렸다. 군대 가서 극기훈련도 여러 차례 받았고, ‘이 세상에 초월적인 무언가는 다 마음이 짓는 것(一切唯心造)’이라 생각하고 있던 기자의 마음속을 헤집는 무언가가 느껴졌던 것이다.

일행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당에서 멈칫거리자 다른 흉가에 갔다 온 적이 있다는 ‘똘기우유’(천재영)가 준비해온 팥을 나눠 주었다. “팥은 귀신이 싫어하는 음식이니 각자 주머니에 한 주먹씩 넣고 다니세요.” 기자는 팥을 한 주먹이 아니라, 두 주먹 움켜쥐고 주머니 속으로 밀어넣었다. 주머니에는 지난해 일본 도쿄의 어느 신사에서 장난삼아 산 부적도 들어 있었다. 사실 이번 체험행사에 앞서 부적을 사 가야 한다는 어느 회원의 말이 자꾸만 걸리던 참에, 책장 모퉁이에 꽂혀 있는 부적을 발견하고는 ‘옳거니’ 하고 집어넣었던 것이다. 지역팀장 권씨가 술렁거리는 일행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원래는 체험에 앞서 귀신이 우리들 세계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결계(結界)’를 해야 하는데, 무속인과 퇴마사가 일이 생겨 함께하지 못해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 집도 원귀의 힘이 무척 센 곳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모두 조심해야겠습니다. 일단 혼령들을 위로하는 뜻에서 제사부터 지내겠습니다.”

“혹~귀신 나올라 … 소름이 쫙”

한 회원이 얼굴에 플래시를 비춰 귀신 장난을 하고 있다(왼쪽 위).벽 전체가 젖어 있는데 부적을 붙인 자리만 말라 있어 한 회원이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고 있다(왼쪽 아래).떨어져 다니는 게 두려운지 회원들은 몰려다녔다.(오른쪽)

권씨는 초와 향을 꺼내 불을 붙이고 절을 했다. 일행들도 향을 피우고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빌었다. 체험은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각자 플래시를 든 회원들은 서로 떨어질세라 붙어서 움직였다. 흉가는 작은 지하실이 있는 2층 양옥집이다. 마당까지 합해 200여평쯤 될까. 음식점을 해서 그런지 작은 방이 15개 정도나 됐다. 완전히 빈집이 된 것은 3년여 전. 이후 집은 방치됐고, 집 안에는 아직도 의자며 이불, 베개, 옷가지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었고, 집이 언덕 위에 있는데도 건물 내부는 음습했다.

흉가에 도착한 뒤부터 천씨가 계속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7월 초 수백명의 양민이 학살된 현장 체험 때도 그런 경험을 했다는 천씨는 “퇴마사가 귀신이 스쳐 지나갈 때 그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며 두려워했다. 흉가 곳곳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던 부지역팀장 김도엽씨(26)는 “이상하게 카메라에 잡는 것이 다 희미하게 보인다”며 고개를 저었다. 2층에서는 모든 벽이 젖어 있는데 부적을 붙인 곳만 말라 있어 회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하실 들어서자 유난히 섬뜩 … 뒷머리 곤두서

누군가 “유난히 안방이 서늘한 느낌이 든다”며 “그곳에 아기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자 여자들이 자지러질 듯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구본욱씨가 퇴마사가 가르쳐줬다며 자신을 지키는 동작을 보여줬다.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마주 붙이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깍지를 낀 채로 가슴에 붙이면 자신만은 보호할 수 있다는 것.

화장실로 사용한 듯한 작은 방에는 특이하게도 낡은 앉은뱅이 의자가 여태 그대로 있다. 다른 사람들과 그곳을 살펴보던 중 모두 그 방을 나가고 기자 혼자 남았다. 갑자기 누군가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뒤돌아 뛰쳐나오는데 뒷머리가 곤두선다. 으이그~.

밖에 나와 그 말을 하자 동호회 회원 이동욱씨가 “그때 뒷머리를 쓸어내리면 그 손가락을 타고 영이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아닌가. 내가 뒷머리를 쓸었던가, 안 쓸었던가? 이씨는 “바로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정말 나는 어떻게 했던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전에서 왔다는 ‘cm1527’은 다른 회원들과 달리 아주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집이 울리는 느낌이 든다”며 “이곳에 와선 안 되는데, 안 되는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이 아는 무속인이 이번 체험에 절대 가지 말라고 했지만 몸이 저절로 이곳으로 향했다고 중얼거리며.

문제의 지하실로 향하기 전 잠시 설전이 벌어졌다. 함께 가야 한다느니, 오늘은 가지 말아야 한다느니 옥신각신하던 중 이 집에 와본 적이 있는 ‘영맨’이 “괜찮다”며 앞장섰다. 이에 용기를 낸 몇몇 사람들이 뒤따라 들어갔다. 지하실 바닥에는 물이 발목 높이까지 차 있었고, 건너다닐 수 있게 벽돌로 다리가 놓여 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의 ‘짓’으로 보이는 괴이한 낙서들, ‘살려줘~’ ‘돌아가’ 같은 글귀를 읽고 나자 다시 섬뜩해진다.

이 지하실에 들어갔다 온 이들은 한결같이 지나친 서늘함과 무서움을 토로했다. 일본의 나카무라 박사가 “(귀신은) 주변보다 온도가 내려가고, 감각이 차단돼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접하는 환영”이라고 했던 정의에 거의 일치했다.

물론 어떤 이는 “생각보다 덜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체험단 인원이 너무 많아 산만했던 탓도 있으리다. 권씨는 “이전에 어느 무속인과 일반인이 함께 지하실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무속인이 그 사람 어깨에 앉은 아기 유령을 보았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에 만났던 마을 주민 신귀연씨(57)도 “지하실에는 무서워서 아무도 못 들어간다”고 했다.

“혹~귀신 나올라 … 소름이 쫙”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어디일까, 호기심으로 가득 찬 회원들이 어둠을 쫓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다행히 이날은 빙의(憑依·귀신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는 현상) 현상을 체험한 이가 없었다. 지난 7월 초 충남 폐교에서 가졌던 이 동호회원들의 전국모임에서 빙의 현상을 보여 회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쪼맨한 김영기 법사’(한정규)는 기어코 지하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동호회 모임에 나오긴 했지만 다시 빙의 현상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빙의하는 순간 생각은 할 수 있는데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게 돼요. 물에 젖은 손으로 전기를 만진 듯 찌릿 하며 뭔가가 몸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편안해졌어요. 아기 귀신이 들어왔을 때는 제가 속으로 ‘고향의 봄’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러자 그 아기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영은 벽을 통과하는데 저는 벽을 통과하지 못해 벽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시의 경험 이후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몸과 마음이 깨끗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실제로 술 담배를 즐기던 그가 갑자기 담배를 피면 숨이 가쁘고, 술 먹기조차 싫어졌다는 것. 무속인들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귀신들이 머물기 좋아하는 영매(靈媒) 체질이다.

그렇다면 나는? 낯선 곳에 가도 이미 와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이 유난히 많이 드는 편이다. 가위도 자주 눌린다. 어떤 때는 우주를 유영하는 꿈을 꾼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아폴로11호가 달에서 지구 사진을 찍기 전 이미 꿈속에서 지구의 색깔이 푸르다는 것을 봤다고 한다. 내게도 그런 영적인 능력이 있는 걸까, 아니면 겁이 많은 탓일까. 영국의 심리학자 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귀신을 만난다는 사람들은 전두엽이 크게 활성화돼 있다고 한다. 미간에 힘이 들어가고 앞머리가 아파왔다.

평범한 사람들의 취미영역 열린 사고에 자극

오전 2시10분. 어둠은 더욱 깊어갔다. 일행은 아직껏 자신들의 뒷머리를 건드리고 있는 어둠 속 저편의 무엇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하고 빈집을 나왔다. 서로의 몸에 소금을 뿌리고 귀신의 안녕을 빌며 인근 화진해수욕장 모래밭으로 이동했다.

이들의 흉가체험 목적은 ‘귀신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회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귀신의 존재를 믿는 ‘흉가체험’ 운영자 박상규씨는 “귀신을 믿고 안 믿고는 철저하게 그 사람의 자유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특이한 소재를 통해 서로의 견해를 나누고, 사람을 사귀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흉가체험 사이트 귀사사모의 운영자 ‘아리수’는 “우리에게는 금기시된 것,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다. 그 대가로 공포를 경험해야 하지만 이 공포는 우리가 한 계단 더 성숙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흉가체험단은 그동안 두려움의 대상이던 ‘귀신세계’를 취미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물론 이들의 기이한 활동이 더위를 쫓으려는 사람들의 부질없는 유희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감의 반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고민, 전 지구적 환경파괴, 대재앙, 기존 종교에 대한 무력감 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특이하고 이색적인 소재에 경도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괴기한 사람들이 아니라 회사원, 대학생 등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이 세계가 울타리 치고 있는 영역 너머의 것에 대해 탐구하려는 열린 사고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나는 크게 자극받았다.

다만 아무리 마음을 열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흉가에서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일행이 가로등 켜진 환한 해수욕장 모래밭에 둘러앉았어도 뒤따라온 공포는 쉽게 물러가지 않았다. 혼자 이동하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 갈 때도, 옷 갈아입으러 갈 때도 둘 이상씩 함께 움직였다. 회원들은 술을 마시며 유난히 크게 웃고 떠들었지만 ‘그것’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이 글을 읽는 당신 뒤의 무엇처럼. 그날 새벽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주간동아 398호 (p48~49)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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