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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금강산 살리기’ 안팎으로 고민되네

정부, 남북경협 중추사업 지속 의지 천명 … 누가, 어떤 방식으로 추진 초미의 관심사

  • 김승련/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rkim@donga.com

‘금강산 살리기’ 안팎으로 고민되네

‘금강산 살리기’ 안팎으로 고민되네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 이후 누가 어떻게 대북경협을 이끌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8월4일 현대아산 이사회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강산 사업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의 핵심이자,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경협의 중추였다. 심지어 ‘햇볕정책의 옥동자’로 불리기까지 했다.

금강산 사업만큼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회장 사망 직후부터 정당, 시민단체, 학자들은 제각각 이에 대한 백화제방식 해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논의가 모아지는 상황을 본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심산이다.

정치권은 연일 방송에 출연해 금강산 사업이 상징하는 대북경협의 성격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8월10일 밤에는 한나라당 김용균, 민주당 신계륜 의원이 KBS TV에 출연해 설전을 벌였고, 다음날인 11일에는 한나라당 박진,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한판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당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정회장의 죽음은 애석하고 안타깝다. 남북간 대화와 협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불투명하고 비밀스런 대북지원은 곤란하다. 현대가 5억 달러를 비밀리에 송금했고, 송금 시점을 전후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다. 군비증강과 관련이 없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하지만, 현금지원은 곤란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지원사업 전반이 정상화되도록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렇게 맞선다.

‘대북 경협사업은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를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상징적 사업이다. 고 정회장의 뜻대로 강력히 추진하자. 5억 달러 송금도 현대가 주판알을 튕겨 결정한 것이다. 북한의 전화·이동전화 사업, 항만 및 철도 개발권, 종합관광권 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속한 대가였다. 따라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면계약 성격이 강한 만큼 불법성이 없다. 한나라당이 ‘레드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

정치권 입씨름, 북한에서도 압박

그럼에도 최종 결정은 정부의 결심에 달려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일단 남북경협 차원에서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건설사업을 계속 추진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8월8일 통일부 정세현 장관과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이 만난 자리에서 내린 잠정 결론이다.

정부 여당의 결정에는 북한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5일 정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보낸 조전(弔電)에서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관광 중단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기로에 선 남북경협을 책임지고 계속하라는 압박성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고 정회장의 공백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고 정회장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투자 회수를 위해 계속 투자한다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경영자였다. 북한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사업 보장에 대한 약속이 필요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은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 물밑기류를 읽고는 8월5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북사업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대북사업은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것보다는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현대차의 대북사업 참여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살리기’ 안팎으로 고민되네
정부가 구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양대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개발을 공기업 중심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금강산 사업에는 한국관광공사, 개성공단 사업에는 토지공사가 사업 파트너 형식으로 공동참여하고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야 하는 공기업이 전담하는 것이 적합하냐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현대아산 이외에 제3의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구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정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아산이 원만하게 대북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면 다른 현대가(家)에서 추진토록 유도하거나 민간기업들의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문제가 한 묶음으로만 처리되란 법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사견임을 전제로 “중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금강산 관광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을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하고, 장기투자가 필요한 개성공단 사업은 토지공사가 계속 맡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금강산 사업은 호텔 증축, 골프장 건설 등 수익성 높은 부대시설 공사가 끝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제3자의 투자가 어렵지 않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우선적으로 묶여 있는 남북교류기금 200억원을 금강산 관광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8월13일 열리는 임시국회를 통해 국회에 요청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이 같은 구상은 실현되기 어렵다. 국회는 지난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북한핵 상황이 진전되면 쓸 수 있다”는 꼬리표를 붙여 199억원의 예산 사용을 막아왔다.





주간동아 398호 (p24~25)

김승련/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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