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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나기 그 ‘위험한 곡예’ 후유증

양길승 前 부속실장 광주 행보도 구설수 … ‘청주 사건’ 터지자 “결국 올 것이 왔다”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사람 만나기 그 ‘위험한 곡예’ 후유증

사람 만나기 그 ‘위험한 곡예’ 후유증

3월17일 법무부 업무보고장으로 들어가는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뒷줄 왼쪽).

7월30일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광주에 있었다. 휴가차 고향인 광주에 내려온 것이다. 이날은 한국일보가 양 전 실장의 ‘청주 향응사건’을 보도하기 하루 전이다. 이날 양 전 실장을 만난 광주의 한 공직자는 “양 전 실장이 ‘휴가 기간을 이용해 모처럼 광주에 내려와 순천 보성 곡성 화순 등 전남지역 시·군을 돌고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 전 실장의 당시 행적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 당시 양 전 실장을 만난 광주의 한 공직자는 “양 전 실장이 ‘모처럼 광주에 내려왔는데 지난해 대선 때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광주 전남지역 여론도 수렴할 겸 지방을 한 바퀴 돌고 왔다’고 했는데,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민주당 당직자의 해석은 다르다. 이 당직자는 “양 전 실장 입장에서야 광주 전남지역 여론을 들어보기 위한 차원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제1부속실장이 그렇게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니다 보면 사고가 터지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제1부속실장실은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대통령에게 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이 아닌 한 통상적인 전화연락도 제1부속실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직급이야 낮지만 ‘대통령과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권력의 속성상 장관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리다. 이 때문에 많은 유혹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함부로 사람을 만나다 결국 ‘청주 향응사건’과 같은 사고를 쳤다는 얘기다.

지역 여론 수렴차 지방 순회



당초 양 전 실장이 제1부속실장으로 발탁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경우 오랜 측근을 부속실장으로 발탁했기 때문. 반면 양 전 실장의 경우 ‘노풍(盧風)’의 결정적 진원이던 지난해 민주당 광주 경선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긴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오랫동안 ‘코드’를 맞춰온 ‘동지’는 아니다.

이에 대한 해석도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노대통령이 광주 경선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양 전 실장을 직접 발탁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양 전 실장이 광주의 주류 사회 출신이 아니어서 학연이나 지연에 따른 인맥이 별로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구설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양 전 실장을 발탁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동안 양 전 실장은 제1부속실장으로서 ‘수도승’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으로 비쳤다. 임명된 후 줄곧 생활해온 청와대 관사와 본관 사무실 사이만 오가며 외부 출입을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스스로도 4월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임자인 김한정씨에게서 ‘사람 조심하라’ ‘절대 명함 주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바깥 출입을 안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사람 만나기 그 ‘위험한 곡예’ 후유증

양길승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이 6월28일 청주에 내려와 2차로 술을 마신 장소로 알려진 청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나이트클럽 ‘키스’ 전경

지난해 대선 때 그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민주당 관계자는 “양 전 실장이 제1부속실장으로 간 이후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청와대가 민심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시내에서 한번 만나자’고 해도 ‘제가 나가기는 그렇고, 소주 사 가지고 한번 관사로 오십시오’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물론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업무시간 외에는 얼마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취임 직후 노대통령이 양 전 실장에게 다짐했던 업무방침과도 관련이 있다. 노대통령은 당시 양 전 실장에게 “업무시간 외에는 부르지 않을 테니 크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는 후문. 대통령 관저 가까이에 살면서 DJ에게 한밤중에도 자주 불려 갔던 전임 김한정 실장에 비하면 ‘근무조건’이 훨씬 좋았던 것.

그러나 양 전 실장은 광주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양 전 실장이 위세를 부린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와 관련, 그를 잘 아는 광주지역 한 인사는 “광주 전남권에서는 자기 나름대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당연히 양 전 실장을 떠올리게 됐고, 양 전 실장도 매정하게 뿌리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 보니 나온 소리일 것”이라고 양 전 실장을 옹호했다.

특히 광주지역에서 주목 대상이 된 것은 양 전 실장과 건설업자 P씨의 관계다. 현지에서는 P씨가 지난해 3월 민주당 광주 경선뿐 아니라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양 전 실장을 많이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지역 사정기관 관계자는 “P씨가 노대통령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양 전 실장과도 가깝다는 소문이 나면서 P씨에게 접근하려는 사람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당연히 양 전 실장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했다. 광주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은 “양 전 실장이 지난해 대선 때 사용했던 사무실에 자신의 대리인을 상주시켜놓고 주말이면 광주에 내려와 지역 건설업자 등을 만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양 전 실장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나도 그런 소문을 듣고 양 전 실장에게 주의를 주었더니 양 전 실장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양 전 실장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한 것을 두고 양 전 실장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많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비주류’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양 전 실장이 제1부속실장이라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발탁됐으니 일부러라도 뒷말을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

양 전 실장은 어려운 집안형편 탓에 광주 숭의실고(현 숭신공고)를 졸업하고 한동안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가 전남대 농업경제학과에 들어간 것은 동기들보다 7, 8년 늦은 1984년이었다. 성실하고 학구적인 자세가 눈에 띄어 졸업 후 지도교수의 조교로 발탁된 그는 박사학위를 딴 후 지도교수의 소개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1996년 신한국당 전국구 의원이 된 전석홍 의원 보좌관이 된 것.

노대통령 사람이 된 것은 2000년 총선 이후다. 2000년 총선 직후 한때 민주당 김경천 의원(광주 동구) 보좌관 생활을 하다 쫓겨나다시피 김의원실을 떠난 그를 서갑원 대통령 의전비서관이 노무현 캠프로 끌어준 것. 양 전 실장은 한때 노무현 후보 의전팀장을 맡기도 했다.

사람 만나기 그 ‘위험한 곡예’ 후유증

나이트클럽 ‘키스’에서의 술자리 모습을 찍은 몰래카메라 장면.SBS 제공

광주에서는 지난해 민주당 광주 경선 당시 그의 역할에 대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역 한 중견 언론인은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광주 시민들의 이심전심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인물로 조사된 노무현 후보에게 쏠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노사모대로 불만이었다. 노사모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사모 쪽과 가까운 일부 민주당 신주류 관계자들이 양 전 실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노사모가 일궈낸 광주 경선 승리의 과실을 양 전 실장이 독식하고 있다는 노사모의 시각이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경선 당시 노후보를 지지했던 한 인사는 “누구보다 노대통령이 양 전 실장의 당시 역할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부속실장으로 발탁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청주 향응사건’은 광주지역에서 양 전 실장의 행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왔다. 광주지역의 한 언론인은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광주 전남 지역 업자들이 양 전 실장 줄을 잡기 위해 애쓰는데 양 전 실장이 곡예를 하듯 쓸데없이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면서 양 전 실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청주 향응사건’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398호 (p20~21)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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