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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비틀거리는 청와대 비밀경찰

“梁 때문에” 文수석 주가 급락

양길승 파문서 이중잣대 논란 ‘원칙맨 명성 타격’ … 386과의 갈등설도 부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梁 때문에” 文수석 주가 급락

“梁 때문에”  文수석 주가 급락

문재인 수석 등 측근들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다며 문수석의 퇴진을 요구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한때 부산 부민동 법원 앞에서 복집(남경복국)을 경영했던 이정이씨(63).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그를 항상 ‘어머니’라 부른다. 복집 2, 3층을 변호사 사무실로 이용했던 문수석은 식사는 물론 술을 먹을 때도 수시로 이 집에 드나들었다. 8월10일 이씨는 문수석에 대한 잔영을 이렇게 떠올렸다.

“다른 변호사들이 수시로 판사와 검사를 데리고 복국을 먹으러 왔지만 ‘문변(문수석)’은 한 번도 검사 판사들과 밥을 먹지 않았다.”

이씨의 눈에 비친 문수석은 타협하기보다 원칙을 지키려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비정치적’이라는 말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수석의 정신적 지주인 송기인 신부가 기억하는 문수석도 비슷하다. 송신부는 8월9일 “서울 가기를 싫어하는 그를 내가 호통쳐 보냈다”며 “그는 정치인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참모 역할은 잘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송신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문변’의 처신이 비정치적으로 비쳐 쓸데없는 오해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검은 먹구름에 갇힌 문수석의 위기는 정치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일까.

1, 2차 조사결과 발표 후에 모두 뒤집혀

문수석을 잘 아는 사람들은 민정수석실 위기가 송신부나 이씨가 지적한 것처럼 문수석의 타협할 줄 모르는 비정치적 경직성에서 연유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당 정대철 대표와의 갈등. 당시 ‘독’이 오른 정대표는 “청와대가 검찰을 왜 통제 못하느냐”며 대선자금 폭로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쥐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이에 대한 문수석의 반응은 너무나 ‘드라이했다’.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한다는 것은 시대가 바뀐 줄 모르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며 면박을 준 게 고작이다. 정대표의 측근 당직자 M씨는 “차라리 문수석이 화풀이하는 정대표에게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더라면 정대표의 노기가 이렇듯 하늘을 찌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표측은 문수석의 이런 발언을 접하고 곧바로 ‘음모론’을 들고 청와대를 공격해 당-청이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기국면을 초래했다.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조사를 둘러싼 문수석의 일처리는 미숙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문수석은 술값에서부터 향응 참석자 면면 및 숫자, 나이트클럽 업주와의 회동 날짜 등에 대한 1,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얼마 안가 모두 뒤집혔다. 양 전 실장 사건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이 사건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로 등장했는데도 민정수석실은 ‘팩트’에 입각한 원칙만 강조했고 이것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 것.

참여정부는 김대중(DJ) 정부의 청와대 직제를 대폭 개편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은 DJ 정부의 직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각종 사정기관의 정보와 친인척 비리, 인사 파일, 공직기강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이곳에 노무현 대통령은 전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문수석을 비롯, 이호철 비서관 등 동향의 심복들을 배치했다. 통치권 강화를 위한 준비된 포석이다. 이 시스템은 그러나 공직기강 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한계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업무의 반은 정무기능임을 감안한 마인드가 아쉽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일단 구성원들의 성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민정비서관 가운데 이호철 민정1비서관을 뺀 나머지 4명의 비서관(박범계 민정2비서관,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양인석 사정비서관, 황덕남 법무비서관)은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법과 원칙’으로 무장한 이들은 대화와 타협을 필요로 하는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호철 비서관 역시 원칙 중시에 관한 한 문수석을 능가할 정도. 민정수석실의 행정관들 가운데 상당수도 재야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사람들이다. 또 사법부 출신 비서관들은 행정부의 생리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수석이 앞뒤 재지 않고 나서 ‘왕수석’의 지위를 확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해득실에 대한 정치적 계산 부족에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직성은 정무적 판단에 있어 커다란 약점을 드러낸다.

“梁 때문에”  文수석 주가 급락
그러나 정무 마인드 부족이 민정수석실의 위기를 부른 전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 업무에 대한 다른 비서실과의 명확한 구분이 없는 점도 민정수석실의 혼란을 부채질한다.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은 인적 구성과 규모, 역할이 유사해 혼선을 빚을 개연성이 높다. 국민참여수석비서관실도 마찬가지. 이는 문수석과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의 개인적 캐릭터와 맞물리면서 파워게임설을 양산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까지 인사와 정무의 주도권은 이 상황실장이 쥐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문수석이 임명된 후 상황은 바뀌었다. 인사·정무 등 국정 전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문수석이 확보했고 힘의 균형은 급격하게 민정수석실로 쏠렸다. 이 때문에 두 진영의 의견차와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청와대 내 암투와 음모론, 386그룹과의 갈등설도 따지고 보면 이곳이 진원지다.

문수석과 이실장은 노대통령의 부산인맥과 서울인맥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이들의 견해차는 곧바로 부산인맥과 서울 386그룹 전체의 입장차로 상황이 비화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당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관련된 나라종검 사건 때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 안부소장 문제가 터진 후 문수석이 의혹을 막기보다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것이 386그룹의 공통된 견해다. 문수석은 이후 대통령 측근들의 전횡을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정보수집과 감찰 활동을 강화했다. 386그룹은 “이 사건을 계기로 문수석이 본격적으로 청와대 내 386그룹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문수석 주변에서는 노대통령의 젊은 참모들이 심각한 구설에 오를 경우 정권에 큰 타격이 올 것을 우려해 ‘좌(左)희정, 우(右)광재’라고 불릴 정도였던 대통령 최측근에 대해 관찰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 인정했다. 이후 문수석은 청와대를 천하통일하는 말 그대로 ‘왕수석’의 위상을 확보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내부의 반격이 터져 나왔다. 안부소장과 가까운 관계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안 돼 안희정씨와 용인땅 문제로 두 번이나 기자회견을 한 것은 문수석 등 측근들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수석의 퇴진을 요구한 것.

최근 민정수석실 한 비서관은 거주하던 서울 서초구 S아파트를 나와 숙소를 옮겼다. 민정수석실 내 다른 인사 소유의 아파트 신세를 졌던 이 비서관이 보따리를 싼 것은 “이 사실이 청와대 내 386그룹들의 안테나에 잡혔고 조만간 그들이 이 문제를 거론할지 모른다”는 측근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법과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또 다른 구설을 우려한 이 비서관은 애초 싹을 자른다는 차원에서 아파트를 나온 것. 여권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부터 청와대 참모들의 파워게임이 이처럼 심각하게 전개된 적이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보다 큰 문제는 문수석을 중심으로 한 부산인맥과 386그룹의 갈등이 앞으로 더욱 첨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관련, 양측의 해법이 서로 다른 점이 또 다른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부산파는 지역정서를 감안, 신당 창당에 목을 매고 있다. 반면 386그룹을 중심으로 한 서울파는 민주당을 아우르는 통합신당 등이 오히려 총선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여정부 출범 후 문수석은 ‘왕수석’과 ‘저승사자’라는 두 가지 별칭을 얻었다. 노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그의 행보가 곧 대통령의 의중으로 받아들여져 참여정부 대부분의 현안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 ‘왕수석’이란 별칭을 낳았다면, 각종 청탁에 송곳 하나 들어가지 않는 칼 같은 원칙을 고수해 붙여진 별명이 ‘저승사자’다. 그러나 이번 양길승 파문에서 보여준 문수석의 처신은 ‘왕수석’이나 ‘저승사자’의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냉혹한’ 이중 잣대로 청와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비난을 몰고 왔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이를 곧바로 민정수석실의 ‘아마추어리즘’으로 해석한다. 공직 마인드가 부족한 구성원들의 한계라는 것이다. 특히 노대통령 친형 건평씨 문제, 새만금 헬기 사건 등 잇단 ‘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 미숙에 대한 내부 비판 여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민정수석실의 정보 왜곡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민정수석실이 양 전 실장의 술자리 사건을 파악했으면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최진 전 청와대국장은 “옷 로비 사건도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 대형사건화한 원인”이라며 “청와대는 비정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이 권력 내부를 감시하는 사정기관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민정수석이 정책 문제에까지 간여하면 국정 운영 시스템이 망가진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일부 비서관들은 “문수석의 독주를 막으려면 비서실 업무조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비서진 간의 ‘힘의 균형’이 깨진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앞으로 문수석의 역할 중 상당부분을 이정우 정책실장이 맡아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노대통령 신뢰 여전 … 민정실 조직개편은 없을 듯

청와대는 8월 말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민정실 내 몇몇 비서관의 자리 이동을 점치기도 한다. 문수석과의 갈등설이 흘러 나오는 박범계 2비서관의 자리 이동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아마도 민정수석실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최근까지 민정수석실은 난공불락이자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상자기사 참조).

노대통령은 최근 문수석을 ‘잡초’에 비유했다고 한다. 겉보기와 달리 공수부대 출신인 문수석의 강인함을 칭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출범 초 등장한 ‘왕수석’이란 별칭과 민정수석실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해 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주간동아 398호 (p14~16)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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