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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간편함과 개성 만점 샌드위치 그 매력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간편함과 개성 만점 샌드위치 그 매력

간편함과 개성 만점 샌드위치 그 매력

‘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의 필자인 김재준 교수가 요리 솜씨를 뽐냈다. 식빵 한 면에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고 호두를 뿌린 뒤 얇게 저민 멜론을 얹고 나머지 빵 한쪽을 겹치면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Tuna sandwich, please.(참치 샌드위치 주세요.)”

“On what?(어디에다?)”

“Excuse me?(네? 뭐라고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할머니가 바쁜데 시간 끌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헤매는 듯 보이자 이내 “흰 빵, 잡곡빵, 라이 브레드, 펌퍼니클…” 하며 빵 이름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빵을 선택하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평소 먹어보지 못한 펌퍼니클을 선택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시커멓고 두툼한 빵을 꺼내더니 또 내게 물었다.

“레터스와 토마토는?”

“넣어주세요.”

“양파는 추가로?”

“네.”

물어보지 말고 그냥 다 넣어서 만들어주지 왜 일일이 물어볼까 나는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피클이나 칩스는?”

모든 재료를 다 넣어도 어차피 가격은 똑같이 2달러30센트이니 이왕이면 넣어 먹는 게 좋겠다 싶어 그것도 넣어달라고 했다.

점심시간이라 내 뒤로 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개의치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학교 카페테리아 샌드위치 코너에서 일하는 이 할머니는 신경질을 잘 부려 종종 날 우울하게 했지만 나중에는 친해져 특별히 내 샌드위치는 크게 만들어주곤 했다. 그리고 할머니와 친해지면서 나도 할머니의 이 ‘섬세한’ 샌드위치 주문 방식에 익숙해졌다. 똑같이 만들어 팔면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는 있지만 내 입맛에 꼭 맞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영화 ‘담뽀뽀’를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한 일본 회사 중역들이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는데 모두 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메인 요리 히라메(광어)와 콩소메, 샐러드, 그리고 커피.

그런데 그들을 수행하던 젊은 신입사원은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제대로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요리는 파리에서 훈련받은 셰프가 만들었겠군” 하는 코멘트를 해가면서.

간편함과 개성 만점 샌드위치 그 매력

샌드위치는 간편하고 영양가 있는 한 끼 식사로 인기가 높다.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샌드위치의 매력. 왼쪽부터 쇠고기 스테이크 샌드위치, 패스트라미햄 샌드위치, 연어 아보카도 크루아상 샌드위치.

옆에 있던 부장이 테이블 아래로 그 신입사원의 발을 차면서 적당히 주문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그는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주문한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중역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는, 지나치게 획일적인 일본 사회를 풍자한 요리영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과연 일본과 다를까. 우리나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세트 메뉴다. 사람들이 세트 메뉴를 가장 많이 주문하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우리는 대부분 당황한다. 한 사람이 선택하는 음식은 그 사람의 지성과 감성 등 모든 것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자기 세계를 펼쳐 보이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테마는 샌드위치로 정해보았다. 내가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자주 가는 곳은 광화문 근처의 ‘오 봉 뺑’과 강남의 ‘리나스’ ‘르 뺑’ 등이다. 시네시티 뒤쪽 골목에 있는 ‘알레(alle、e, 02-544-5766)도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이곳은 천장이 높고 홀 안에 꽃과 나무들이 가득해 도시를 벗어난 듯한 느낌이 난다. 샌드위치 전문점은 아니지만 이곳의 피타 햄 샌드위치는 재미있다. 단순한 모양에 평범한 맛이지만 적당히 배가 부르고 느낌도 좋다.

주머니 모양의 피타 브레드에 햄, 상추, 토마토, 에그 샐러드, 허브 등의 재료가 들어가 있다. 허브 티를 곁들이면 좋은데, 허브티를 주문하면 천을 두른 동그란 찻주전자가 함께 나온다. 이곳의 요구르트 빙수도 맛있다.

샌드위치는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좋다. 빵에 크림치즈를 바른 뒤 호두와 잘 익은 멜론을 잘라서 얹으면 아주 독특한 샌드위치가 된다. 크림치즈의 부드러운 맛과 멜론의 달고 시원한 맛이 호두의 크런치한 느낌과 어우러져 기분까지 유쾌해진다. 단, 샌드위치는 가능한 한 만든 뒤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주간동아 396호 (p88~89)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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