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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보다 외근사무장이 상전?

‘법조 브로커’ 역할로 사건 수임 좌지우지 … ‘유능하다’ 소문나면 스카우트 경쟁도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변호사보다 외근사무장이 상전?

변호사보다 외근사무장이 상전?

법조 비리 사건으로 변호사업계가 다시 한번 술렁이고 있다. 서초동 법조타운.

최근 법조 브로커에게 알선료를 주고 사건을 수임했던 변호사들이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법조 비리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자 변호사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겠느냐고 ‘변호’하는 변호사들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반적으로 브로커에게 건네지는 알선료는 수임료의 30%. 한 사건에 많게는 서너 명의 브로커가 연결돼 있기도 해 결국 이는 수임료 상승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법조 비리 사건을 받아들이는 일반인들의 충격은 크다. 더욱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사명으로 삼아야 할 변호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스스로 법을 어겨가며 활동하고 있었다는 데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 변호사들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법조 비리는 하나의 관행임을 자인한다.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낸 정모 변호사는 “법조 비리에서 자유로운 변호사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1년에 알선료로 수억원 챙기기도

서초동에서 합동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6월 전국 세무관서장 초청 특강에서 ‘나는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 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조세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릴 때 도덕적으로 절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의든 타의든 수임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그만큼 대부분의 변호사가 하나의 관행인 수임 비리를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 비리의 중심에 있는 법조브로커들은 경찰이나 검찰 직원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사건(외근)사무장으로 불리며 인맥을 활용해 사건을 따내서 변호사들에게 연결해주고 알선료를 챙긴다. 특히 이들이 관계하는 형사사건의 경우 판·검사의 재량권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자연히 실력보다는 전관예우나 연고 따지기 같은 비정상적인 관행이 우선하게 되고 법조브로커들은 이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구조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갓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맡은 형사사건은 법원과 검찰에서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는 전관예우의 관행을 자주 이용한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전관 변호사들에게 접근해 사건을 연결해주고 그 대가를 챙기는 것. 일반인들의 경우 송사에 휘말리는 것이 평생에 한두 번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용한’ 변호사를 찾게 된다. 브로커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전관 변호사를 연결해주고 수임료를 높여놓는다.

변호사보다 외근사무장이 상전?

외근사무장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법조 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관행화된 수임 비리가 쟁점으로 비화한 것은 전혀 엉뚱한 사건 때문이다. 올 초 창원지검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혐의자인 노무사가 소속된 노무관리 컨설팅회사가 경찰로부터 비밀리에 수사정보를 받고 뇌물을 건넨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과 별도로 뇌물 사건을 추가 수사하던 중 뇌물 수수자 목록에서 전직 경찰관 정모씨(46)의 이름을 확인했다. 정씨에 대한 추가 수사에서 검찰은 7월16일 정씨가 변호사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변호사에게 사건을 물어다 주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알선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확인하고 정씨를 돈을 건넨 이모, 한모 변호사와 함께 구속했다.

정씨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근무하던 1999년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경찰복을 벗었다. 이후 정씨는 2000년 2월부터 현직 대법원장의 사돈인 이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 노릇을 했다. 정씨가 최근 구속되기 전까지 함께 일했던 변호사는 다른 두 명의 이모 변호사와 한모 변호사 등 모두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사건 유치 활동 양성화 의견도 제기

정씨는 탁월한 인맥관리 능력을 보이며 엄청난 실적을 올려 변호사들의 환심을 샀다. 정씨는 이번에 구속됐다 구속적부심으로 나온 이모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2001년 1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외근 직원으로 일하면서 118건의 사건(수임료 11억원어치)을 물어다 주고 3억3000여만원의 사건 유치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이번에 구속됐다 구속적부심으로 나온 한모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200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동안 83건의 사건을 유치해주고 그 대가로 2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 입건된 나머지 두 변호사의 사무실에서도 정씨는 큰 활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창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인석 부장판사)는 7월21일 ‘정씨가 지방변호사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사무직원은 아니지만 고용계약을 맺고 그 대가로 알선료를 준 것이므로 제3자와의 거래와 금품 제공을 금지한 변호사법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여 두 변호사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변호사는 광고 금지, 사건 유치 활동 금지, 직원수 제한, 리베이트 금지 등에 묶여 활동 폭이 너무 제한돼 있다”며 “사무장들의 역할이 보험 모집인과 다를 게 없는데도 너무 제한하는 것이 악성 법조 비리를 양산하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무장들의 외근 활동을 합법화할 경우 그만큼 마진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그것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있는 이모씨(42)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외근 사무장의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는 등의 시스템을 갖춘다면 사전에 비리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건 유치 활동이 어느 정도 양성화하지 않으면 법률 서비스가 개방되는 2005년 이후에는 폐업하는 변호사들도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변호사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유능한 사무장을 두고 스카우트전이 벌어지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심지어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외근사무장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외근사무장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법조 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간동아 396호 (p42~44)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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