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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사냥꾼 대박시대 끝?

100억대 소문 ‘IMT2000.com’ 소유자 사업 정리 … 몇몇 제외 대부분 헐값 처분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도메인 사냥꾼 대박시대 끝?

도메인 사냥꾼 대박시대 끝?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글 도메인. 도메인 관련 산업은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지만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대박 도메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00년 5월8일, 흥미로운 뉴스가 TV와 인터넷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한국의 한 대학생이 스웨덴의 세계적 통신회사 에릭슨이 보유하고 있던 ‘www.IMT2000.com’ 도메인을 확보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IMT-2000 사업은 전 세계 통신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이었고 국내 이동통신 3사 역시 사업권을 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더없이 소중한 도메인을 놓친 에릭슨을 조롱하는 전 세계 네티즌들은 이것에 100억원 가량의 가치가 있다는 데 이의가 없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기 1년 전, 또 한 명의 한국 네티즌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Exxon)과 모빌(Mobil)의 합병 소식을 접하고 ‘www.exxonmobil.com’과 ‘www.exxon-mobil.com’ 도메인을 먼저 등록해 수백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이른바 인터넷 황금광 시대를 알린 이 거사는 이후 수많은 네티즌을 도메인 관련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두루넷은 korea.com이란 도메인에 500만 달러(약 60억원)란 거금을 투자해 그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사이버스쿼터(cybersqatter·무단 점유자)로 불리는 도메인 스쿼팅 사업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엑슨-모빌사의 예에서 보듯이 미리 예측해 관련 도메인을 사재기하는 것이다. 로또가 화제가 되면 ‘로또마니아(lottomania)’ ‘로또피아(lottopia)’ 같은 도메인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도메인 등록비가 1년에 20~30달러 내외이기 때문에 제대로 팔리기만 하면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둘째는 이용기간이 만료된 도메인의 새 주인을 정하는 낙장 도메인 등록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다. IMT2000.com을 획득한 방식이 바로 그것.

사이버스쿼터 소규모 실속 투자

벤처회사 도메인샵의 권혁일(28) 사장은 2000년 당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벤처 붐을 타고 도메인 관련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0년 5월4일,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IMT2000.com 도메인이 유지비 연체로 당일 주인이 바뀐다는 소식을 접한 권사장은 즉시 PC방을 통째로 전세 내고 아르바이트생 20명을 고용해 등록 전쟁에 뛰어들었다. 누가 먼저 정해진 시각에 서버에 접속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미 소식을 접한 전 세계 도메인 스쿼터들은 그날 오후 8~10시 사이에 IMT2000.com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일부 스쿼터들은 도메인 등록을 총괄하는 NIC(Network Information Center) 서버의 해킹을 감행하기도 하고, 혹자는 자동 재접속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들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수만대 1의 경쟁을 뚫고 권사장이 IMT2000.com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 그는 당장 100억대 신화를 탄생시킨 것처럼 보였다.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 앞다투어 나의 성공을 치켜세웠다. 문제는 언론에서 100억원이라고 보도하는 순간 세인들의 뇌리에 IMT2000.com 도메인의 가격이 100억원으로 굳어진 것이다.” 권사장의 회상이다.

그러나 금세 난관에 부닥쳤다. 우선 고가 도메인에 대한 양성화된 시장이 없다. 대학생이던 권사장은 바로 브로커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브로커들이 몰려들었으나 이들은 성공 보수와 리베이트에만 매달렸다.

해가 바뀌면서 도메인의 가치는 날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도메인 확보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했다. 그 사이 KT는 대안으로 www.IMT2000.co.kr를 자신들의 도메인 주소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IMT-2000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데다 인터넷 붐이 가라앉으면서 이 도메인을 고가에 매수할 곳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도메인 사냥꾼 대박시대 끝?
최근 사이버스쿼터들은 소규모 실속 투자로 전략을 수정했다. 도메인 컨설턴트인 가비아(www.gabia.com)의 윤원철 과장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제 도메인 스쿼싱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근래에는 인지도 높은 도메인을 소유권 소송 비용인 2000달러 이하에 팔겠다는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분쟁에 휘말리기보다 팔아치워 살 길을 도모하겠다는 것. 또한 ‘com, net, org’에 이어 2002년에 ‘biz’와 ‘info’가 등장한 데다 국내에서는 한글 도메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도메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최소 100개 이상의 도메인을 선점해 판매를 노리는 사람들을 ‘사이버스쿼터’라고 부른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사이버스쿼터는 300여명 선. 1000여명에 이르던 2000년 초에 비해 훨씬 줄었다. 한 도메인당 1년 평균 2만원인 도메인 유지비가 부담스럽기 때문.

그러나 이같이 추락한 도메인 시장이 회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가능성을 든다.



첫째는 브랜드 가치가 계속 상승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있었던 www.sex.co.kr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한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www.sex.com 같은 최고급 도메인은 광고수익만 연간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결국 브랜드화가 가능한 도메인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둘째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고 모바일 주소 체계가 등장해 인터넷 관련 사업이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도메인 매매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셋째는 전 세계 180여개에 달하는 도메인 레지스트라(등록기관)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업체들이 전 세계적 카르텔을 형성해 도메인 헌팅사업에 뛰어들 경우 가격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T2000.com을 소유한 권사장은 최근 도메인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5개 선발업체의 공격적 경영에 맞설 여력이 없는 것. 그는 “IMT2000.com 역시 적당한 가격에 팔아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한때 호가만 50억원을 상회했던 www.emoney.com 역시 창고에서 썩고 있다. 몇몇 성공적인 예를 제외하고는 호가만 높았지 대부분 언론보도와는 달리 헐값에 매매됐다. 도메인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격언이 떠돈다.

“도메인은 수석(水石)과 같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보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지 돌멩이일 따름이다.”





주간동아 396호 (p34~35)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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