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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상장이익 누구 몫일까

업계 “당연히 주주” 시민단체 “보험 계약자에게도 나눠져야” … 99년 논란 그대로 재연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생보사 상장이익 누구 몫일까

생보사 상장이익 누구 몫일까

생보사 상장 조건을 둘러싼 시민단체의 계약자 배분 주장은 사실상 삼성생명과 이건희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가 논란을 거듭하던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 상장 방안에 대해 8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앞서 상장 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 한국개발연구원 금융경제팀장)의 권고안을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8월중으로 생보사 상장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게 됐다. 금감위는 상장안 마련에 앞서 각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7월21일 생보사와 시민단체, 금융연구원 등 11개 기관 및 단체의 의견서를 접수한 바 있다.

금감위는 또 자문위원회 권고안 발표에 앞서 상장 차익의 계약자 배분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 양 당사자들을 불러 8월11일경 토론회를 연다는 방침이어서 생보사 상장안 확정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태다. 생보사 상장안이 확정되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9년 삼성자동차의 부채 처리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면서 삼성생명 주식을 내놓아 불거졌던 생보사 상장 방안과 관련한 논란이 4년 만에 종지부를 찍는 셈. 뿐만 아니라 80년대 후반 재무부가 ‘생보사 상장기준’을 마련한 뒤 시장 여건을 이유로 늦춰져 왔던 생보사 상장이 10여년 만에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99년 ‘상호회사냐’ ‘주식회사냐’로 맞서

그러나 아직까지는 상장으로 인한 이익을 보험 계약자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주식회사의 성격상 상장 이익은 주주의 몫이라는 생보사의 견해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사자간 격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같은 보수적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생보업계를 옹호하고 나서서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시민회의는 금감위로부터 의견서 제출을 요청받지는 않았지만 ‘상장 이익의 계약자 배분은 재산권 침해’라는 요지의 의견서를 금감위에 제출한 바 있다.

금감위에 의견서를 낸 대부분의 기관들은 1999년 생보사가 상호회사냐 주식회사냐를 놓고 벌였던 논란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참여연대는 금감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89∼90년 당시 자산재평가 차익 중 내부 유보되어 있는 계약자 몫을 자본으로 전입한 뒤 이를 주식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생보사측은 자본 전입은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참여연대가 주장하는 방식대로 계약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설령 이건희 회장과 삼성 계열사 주주의 동의를 끌어낸다 하더라도 제일제당 신세계 등의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들이 동의할 리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삼성이나 교보 등 기존 대주주들의 의지만 있다면 계약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위가 주식을 강제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에 대한 주식 배분을 상장의 조건으로 제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생보사 주주 입장에서도 상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계약자 주식 배분이라는 조건을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는 게 참여연대측의 주장이다.

생보사 상장이익 누구 몫일까

생보사 상장시 계약자의 몫을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둘러싸고 생보업계와 시민단체가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생보사의 상장차익 배분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생보업계의 이견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99년 당시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시민단체와 생보업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행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금감위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위 역시 ‘8월 말 상장 방안 마련’ 계획을 추진하면서 특히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이 어느 쪽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느냐는 데에는 음미해볼 만한 구석이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참여연대의 계약자 배분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과 달리) 보험 계약자들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시민단체의 의견을 따라가다가 법률을 위반하게 될 경우 소송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생보사 상장 방안을 마련하면서 삼성이나 교보만을 염두에 두고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생보업계에서도 참여연대의 대표성 문제는 금감위의 상장 방안이 결정된 이후에도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주권을 행사한 소액주주운동과는 달리 생보사 상장 문제에 관한 한 참여연대가 계약자들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정부가 계약자들을 무시한 상장 방안을 내놓을 경우 그때부터는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소장은 또한 “참여연대 회원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장외에서 사놓고 있는 이상, 상장을 위한 삼성생명 주주총회가 열리게 되면 주주로서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혀 ‘대(對)정부’와 ‘대삼성’ 투쟁을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윈-윈 해법은 찾기 힘들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감위의 상장 방안이 확정된 이후 어느 한쪽이 반발하게 될 경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생보업계와 시민단체 모두 99년 당시의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방안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식회사 체제의 근본을 뒤흔들고 계약자의 몫을 인정하는 상장 방안이 나올 경우 연내 상장이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며 상장을 늦출 방침임을 시사했다. 또한 계약자에 대한 상장차익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 역시 “만약 금감위가 생보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상장 방안을 마련할 경우 시민단체들의 엄청난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구체적 행동에 나설 방침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소송이나 계약자 권한 위임 등 구체적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상황”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현재로서는 법률 회계 계리 등 각 분야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어떤 상장 권고안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금감위가 이 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기는 했지만 이미 6월부터 위원회가 가동돼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문위원회 내부에서는 이미 모종의 절충안이 마련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상태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장 방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생보사 상장 관련 논쟁의 제2라운드는 더 큰 충돌을 예고하는 전주곡인 셈이다.



주간동아 396호 (p30~32)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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