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4

2003.07.24

“물먹으면 어때, 다시 해보는 거야”

  • 이조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3-07-16 18: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물먹으면 어때, 다시 해보는 거야”

    탤런트 차광수.

    7월14, 15일 국내 골프 프로테스트 예선전이 열린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임페리얼 골프장에서 아주 낯익은 인물이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탤런트 차광수. 차광수는 프로테스트에 나선 골퍼로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39세로 SBS(서울방송)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의 친구 정진영역을 맡아 열연했던 중견연기자다.

    그런데 왜 그가 이곳 프로테스트 장에 얼굴을 내민 것일까.

    프로테스트에 참가한 골퍼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인데 마흔을 바라보는 그가 도전한 이유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프로테스트 합격이 목표는 아닙니다. 골프의 매력은 도전정신이죠. 그저 도전해가는 과정이 제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광수는 막연하게 남이 하니까 도전한 것이 아니라 불혹을 앞둔 나이에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더욱 농익은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 도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프로테스트 도전 의사가 5월 동아일보 기사에 소개됐습니다. 이후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취미로 골프를 즐길 땐 그저 차광수란 탤런트가 골프를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프로테스트에 도전할 생각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 바꾸더라는 것이다.

    개그맨 김국진은 프로테스트에 열 번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프로골퍼들 사이에선 유명한 개그맨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전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국진이 만약 운전면허나 대학시험에 도전해 열 번 낙방했다면 아마도 무능력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골프 프로테스트에서 열 번이나 떨어진 것을 안줏거리 삼아 입에 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골프 프로테스트에 도전하는 연예인과 스포츠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유용진, 최홍림, 홍요섭, 임창정, 김정현, 박광현, 장재근, 진이경 등 10여명의 유명인들이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것. 이 가운데 최홍림과 유용진은 프로테스트에 합격, 프로골퍼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골프는 연예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수단이다. 끝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이들에게 많은 골퍼와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도전에 나서는 그들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30대의 끝에서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차광수에게도 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사막이 매력적인 것은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고 바다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바다 어딘가에 섬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가 아름다운 이유는 끝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