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4

2003.07.24

“마술 매력에 푹 … 카퍼필드 게 섰거라”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7-16 17:5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마술 매력에 푹 … 카퍼필드 게 섰거라”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비둘기와 관객의 손 안에서 감쪽같이 바뀌는 카드, 갑자기 펑 하는 소리를 내며 솟아나는 불. 관객들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고 마술사의 얼굴엔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감돈다. 마술사 이제민씨(24).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날렵한 손동작은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재활의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제대 후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던 중이었어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친구를 빨리 사귀려면 특기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 한 달 동안 마술을 배우기로 했죠.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마술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결국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마술을 연습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죠.” 취미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이씨는 이제 정은선 한국마술협회장이 가장 아끼는 제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정회장은 “소질도 있고 누구보다 성실한 마술사”라고 이씨를 칭찬했다.

    이씨는 7월21~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2003 세계마술대회(FISM)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세계마술대회는 100여개 국에서 온 150명의 마술사가 기량을 겨루는 ‘마술사의 올림픽’. 한국 대표가 참가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씨는 일루전(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마술) 부문에서 ‘견우와 직녀’라는 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마술대회에는 참가자 외에도 전 세계에서 3000여명의 마술사들이 몰려옵니다. 그들에게 한국 마술을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의상도 검은 턱시도 대신 단군의 의상을 입을 계획입니다.”

    이씨는 마술의 매력을 ‘마술사 혼자서 무대를 휘어잡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무대에 서면 저에게 빠져든 관객의 눈빛이 보여요. 그 순간만은 제가 모든 관객을 사로잡는 거죠. 아마 어떤 무대예술보다 자기만족이 큰 장르가 마술일 겁니다.” 이씨의 장기는 동전, 카드 등을 가지고 하는 클로즈업 마술.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앞의 ‘마술극장’에 가면 매일 저녁 이씨의 마술을 즐길 수 있다.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