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4

2003.07.24

윤창열과 조폭 ‘검은 공생’

임원진에 폭력배들 영입…부지 매입 땐 조폭 출신 사업가 돈 대거 동원하기도 ­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07-16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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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열과 조폭 ‘검은 공생’

    7월6일 1000여명이 넘는 굿모닝시티 쇼핑몰 투자자들이 모여 피해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분양 계약자들이 혈서를 쓰고 있다(작은사진).

    ”전국의 유명 폭력조직은 대부분 굿모닝시티 사업과 연루돼 있을 정도로 자금 조달 관계가 복잡하다.”

    6월 말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가 확보한 굿모닝시티 관계자의 진술이다. 현재 검찰이 정·관계 로비 의혹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어 어느 폭력조직의 자금이 얼마만큼 유입됐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러나 상당수 조직폭력배가 굿모닝시티 임원직을 장악했고, 굿모닝시티의 ㈜한양 인수 과정에서 조폭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건설업은 대형 사업 하나만 성공시켜도 황금알을 낳았고, 건설업 경영에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조폭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사업 분야다. 건설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진압’하기 위해서도 폭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조폭이 건설업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조폭과 건설업계의 밀월은 ‘굿모닝 게이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굿모닝 게이트’가 실체를 드러낸 계기는 조폭과 관련이 있다. 굿모닝시티 임원직을 맡았던 조폭들이 건설회사 직원을 폭행하면서 경찰이 처음으로 굿모닝시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단순 폭행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굿모닝시티 윤창열 회장의 분양대금 횡령에 대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한 것.

    임원 된 폭력배들, 시공사 직원 마구 폭행



    지난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 조직폭력수사대는 굿모닝시티에 근무하는 5명의 관리부장들이 시공사인 동양메이저건설 김모 과장 등 2명을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과장은 굿모닝시티 관리부장들에게 분양자 명단이 적힌 카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가 그들로부터 갈비뼈가 손상될 정도로 ‘뭇매’를 맞았다. 감사팀에 근무하는 김과장은 동양메이저건설이 쇼핑몰 건립을 위해 내놓은 500억원의 채권을 관리할 책임이 있었고, 분양카드 확인은 그의 필수 임무였다. 하지만 일에 어두웠던 관리부장들은 빠른 일 처리를 요구하는 김과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다 결국 전치6주의 상해를 입힌 것.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관리부장 5명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전주나이트파 윤모씨와 동아파 소속 오모씨, 그리고 나머지 세 명도 소속된 조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폭력 전과를 자랑하는 ‘어깨’였다. 이들은 분양사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이도 관리부장이란 직함만으로 한 달에 400만∼500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았다.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윤회장은 굿모닝시티를 보다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조폭들을 관리부장직에 앉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회장의 8억원 횡령 사실도 윤회장이 자신을 상대로 돈을 뜯어낸 조폭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공개됐다. 이정재파의 후예이자 동대문시장의 토착 조폭인 이모씨는 지난해 “동대문 터에 자리를 잡으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협박해 윤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뜯어냈다. 하지만 경찰은 윤회장이 빼앗긴 돈의 출처를 추궁하다가 윤회장이 관리하던 굿모닝시티 분양대금 중 일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의혹은 바로 이 시점에서 터져 나왔다.

    윤창열과 조폭 ‘검은 공생’

    철거지역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기 위해 동원된 조직폭력배들(왼쪽).굿모닝시티 쇼핑몰 분양대금 3700여억원 중 조폭자금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조폭들은 단순히 굿모닝시티의 관리에 참여하거나 자릿세를 뜯어내는 데 머물지 않았다. 윤회장의 한 측근은 “윤회장이 끌어다 쓴 사채 중 상당액이 조폭과 연관된 돈”이라며 “이자소득 등에 대한 탈세 규모만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윤회장이 폭력조직한테서 사채로 빌린 돈 800억원 등을 포함, 굿모닝시티에 유입된 5000억원 중 500억원 이상이 80∼120%의 고리 사채이자로 유출됐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해 자금 흐름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자산규모 20억원에 불과한 굿모닝시티가 자산규모 2560억원의 ㈜한양을 인수하고 쇼핑몰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폭력조직 출신의 사업가와 사채업자들의 돈이 동원됐다는 정황도 밝혀지고 있다.

    폭력배들, 윤씨 협박해 돈 뜯어내기도

    굿모닝시티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폭력조직 출신 사업가 N씨는 “고리대금 이자를 받아내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단지 쇼핑몰 사업에 투자했을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용호 게이트’ 당시 10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용호씨를 고소한 바 있는 폭력조직 출신 사업가 S씨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굿모닝시티가 군인공제회에 넘어가도록 중간 역할을 했다. 비록 굿모닝시티를 군인공제회로 넘기는 데는 실패했지만, S씨는 윤회장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동대문시장에서도 가장 목 좋은 곳에 지어질 굿모닝시티 쇼핑몰은 조폭들의 구미를 당기는 매력적인 공략대상이었다. 20층짜리 매머드급 쇼핑몰 지분이나 경영권을 갖는 것만으로 조폭들은 큰 소득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하지만 일개의 쇼핑몰 분양사건 비리가 여야 정치인의 거액수수설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생 대현씨 연루설 등을 낳으며 ‘대형 게이트’로 발전한 만큼 굿모닝시티에 이권이 개입된 조폭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정·관계 로비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검찰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폭 자금에 대한 수사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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