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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굿모닝 게이트

‘윤창열 리스트’ 개봉될까

검찰, 로비 대상 정·관계 인사 명단 찾기에 수사력 집중 … 사기 피해자들 폭로 여부도 관심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윤창열 리스트’ 개봉될까

‘윤창열 리스트’ 개봉될까

7월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운데)가 침통한 표정으로 이상수 사무총장(왼쪽), 이낙연 비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4월 대학교수, 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40여명의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는 굿모닝시티가 제출한 건축계획 심의가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쇼핑몰 예정 부지에 있는 10년도 안 된 건물(16층 규모의 계림빌딩, 1994년 완공)을 헐고 짓는다는 계획을 제출한 데다 사업부지도 확보가 안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윤창열 대표는 측근들을 불러모아 “이 건은 ×××에게, 이 건은 ×××에게 연락하라”고 다그쳤다. 즉각 그를 도와 로비를 전담한 Y씨, K씨 등은 각각 맡은 인물들을 상대로 뛰기 시작했다. 윤씨도 나섰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친한 서울시 의정회 김인동 사무총장도 그의 파트너였다. 윤씨와 가까웠던 한 인사는 “그때 윤씨 집무실에서 현금 박스를 자주 볼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3개월 후 굿모닝시티는 건축 심의를 통과했고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고난도 로비가 벌어졌다는 정황을 포착, 당시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굿모닝시티 전·현직 직원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김인동 총장은 구속했다.

롤렉스 시계·굿모닝시티 입주권 들고 전방위 로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베팅한다.” 윤씨 측근들이 밝힌 윤씨의 로비철학이다. 다음은 한 지인의 설명.

“시가 3000만원대 롤렉스 시계나 굿모닝시티 입주권, 현금 등을 들고 로비에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현금의 경우 라면상자 크기의 종이박스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다.”



굿모닝시티 한 관계자의 증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씨는 일단 풀고 보는 스타일”이라는 게 그의 기억이다. 안면이 있고 없고를 떠나 웬만한 정치인이면 후원회 등을 통해 성의를 표시했다. 윤씨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모 의원은 “후원금으로 받았지만 나도 의아하다”고 말한다. 정치권에 실력을 행사하기 위한 윤씨의 의도적 행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분양권과 현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정치권 로비에 나선 윤씨의 행각 일부는 검찰이 확인했다. 특히 분양권을 활용, 로비에 나선 흔적이 뚜렷하다. 분양권의 경우 앞으로 굿모닝시티의 재건과 직결되는 핵심 현안. ‘주간동아’가 입수한 분양자 명단에 따르면 총 분양자 수는 2860여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 분양자는 2개 이상의 상가를 분양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분양대금을 할인받은 사람이 90여명, 1억원 이상 싸게 분양받은 사람이 7명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굿모닝시티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분양 대행사가 연번을 매기며 분양한 상가는 상대적으로 특혜 정도가 약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윤씨가 분양 대행사와 관계없이 분양권을 나눠주거나 헐값에 특혜 분양해준 대목이다. 이렇게 상가를 특혜 분양받은 사람들의 이름은 공식 분양자 명단에는 빠져 있다.

윤씨가 특혜 분양을 로비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지만 비자금 마련의 창구로도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금이 없던 윤씨는 상가 분양권을 시가보다 싸게 주변 사람들에게 넘기고 자금을 조성해 썼다. 이렇게 넘긴 상가가 300여개가 될 것이다. 윤씨는 비자금의 상당부분을 이렇게 마련했다.”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부터 시작한 ‘굿모닝 프로젝트’의 현실적 제약을 풀기 위해 윤씨는 이 돈을 들고 정치권과 정부기관을 돌아다녔다. 인맥 구축의 성격도 있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윤씨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인물 중 상당수가 민주당 신주류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씨는 특히 연말을 전후해 신주류 인사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정치권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윤창열 리스트’ 개봉될까
“윤씨가 올 초 정치권 인사를 앞세워 신주류 모 인사에게 30억을 출자, 연구소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의했다. 윤씨는 이 기금을 1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까지 통보했다.”

윤씨의 지인도 비슷한 증언을 하고 있다. 그의 설명이다.

“윤씨 사업은 기본적으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가다보니 정치적 지원세력이 절실했다. 그래서 윤씨는 정치인들을 자주 찾았고, 윤씨의 한 측근은 예비정치인들을 선발, 교육 지원하는 일본의 마쓰시다 정경숙(政經塾)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기부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신주류 한 관계자는 윤씨를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로 판단, 이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 중 상당수는 윤씨의 정치자금을 거절하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은 대선 후보 및 대표 경선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 특히 ‘실탄’ 부족에 대한 불만들이 각 캠프 지도부에 직보되던 시기였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윤씨의 정치자금 일부를 받은 것도 이때였다.

“돈만 받고 돕는 데 인색”… 윤씨, 몇몇 인사들 거론

굿모닝시티의 한 전직 관계자는 정대표가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과 관련 “왜 실토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윤씨가 대부분 현금을 종이박스에 담아 전달했기 때문에 본인이 주었다고 해도 받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수수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씨를 잘 아는 다른 지인은 그 배경을 윤씨가 느낀 서운함과 배신감으로 연결해 해석한다. 윤씨가 심혈을 기울여 로비에 나섰음에도 몇몇 사람들은 돈만 먹고 일은 봐주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윤씨는 측근들에게 “○○○은 생각보다 형편없다”라며 배신감을 토로했고 이런 인물들을 대상으로 ‘리스트’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7월13일 윤씨가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의 명단과 전달된 돈의 액수를 적어놓은 ‘로비 리스트’가 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중이다. 정대표가 윤창열 리스트에 올랐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윤씨가 구속된 후 측근들은 평소 ‘돈만 받고 돕는 데는 인색했던’ 몇몇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한다.

윤씨를 잘 아는 동종업계 사람들은 그를 ‘용을 꿈꾸는 미꾸라지’라고 평한다. 언론이 붙여준 수식어이기도 하지만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윤씨가 항상 큰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을 꿈꾼 윤씨에게 굿모닝시티는 승천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 배경에는 자신감과 열등감이 교차한다. 굿모닝시티 분양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부지 매입대금 2000억원과 건축비 1000억원 등 3000억원 정도만 있으면 굿모닝시티는 지금도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도 동원이 가능하다는 게 이 인사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굿모닝 게이트가 연일 확산되고 있는데도 쇼핑몰 건설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씨가 ‘물 쓰듯 돈을 쓴’ 데에는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난에 찌든 유년생활을 보낸 윤씨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 출신의 한계를 늘 절감하고 살았다고 한다. 부인과 이혼한 윤씨는 한때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몇 십만원짜리 하숙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금은 고급 승용차(에쿠스)를 타고 다니지만 허름한 옷과 낡은 구두 차림에 동대문시장 밥집을 스스럼없이 이용했던 윤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씨는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돈과 권력은 같이 간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돈을 취한 윤씨는 그 돈으로 권력을 사고, 명예를 얻으려 하기도 했다. 모교인 연세대에 수백억원의 기부 약정을 한 것 등을 그 예로 볼 수 있다. 윤씨는 굿모닝시티 건설과 관련,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한 측근의 설명이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이 ‘무일푼 상경, 고학, 초대형 패션몰 사장으로’라는 제목으로 윤씨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윤씨는 ‘잘 쓴 기사’라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이후 측근들이 홍보대행사를 알아보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윤씨는 이후 분양광고에 160억~170억원을 쏟아부었다. 단일 상가광고 홍보비로는 한국 최고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공인중개사 1회 합격생인 윤씨는 한때 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경기 하남시 등을 돌아다니며 부동산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동료 부동산업자들에게 1000만~2000만원대의 빚을 졌다. 채권자들은 지난해 4월 성공한 윤씨를 상대로 1억원에서 7억원까지 반강제적으로 돈을 회수해갔다. 이 상황을 지켜본 윤씨의 한 지인은 “말이 채권 회수지 윤씨가 어두운 과거가 공개될까봐 입막음 차원에서 베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씨 주변에서는 굿모닝 게이트의 뇌관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뇌관의 일부는 사기 분양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협의회 주변에 웅크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굿모닝시티 사무실에서 20여장의 각종 보안서류를 입수했다고 한다. 이 협의회는 각종의 루트를 통해 정보를 취합해서 연일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피해자협의회는 굿모닝시티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떤 상황으로 치달을지 아무도 모른다.

“점심값도 없었는데 5~6년 전부터 기반 잡아”

윤씨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민주당 내 신주류가 연일 얻어맞고 있지만 점심값도 없던 윤씨가 기반을 잡기 시작한 것은 5~6년 전부터”라며 그 배경에 전임 정부와의 유착이 있음을 넌지시 시사했다. 이 인사는 “당시 윤씨가 주변사람들을 만나 국민의 정부 고위 인사들을 거론하며 함께 사업을 한다고 해 코웃음쳤는데 그때부터 윤씨가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씨는 “내 앞으로 된 재산은 아무것도 없다”며 상당한 자금과 부동산을 은닉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피해자협의회 일부 인사들은 현재 윤씨의 숨겨둔 재산을 탐문하고 있다.

윤씨는 검찰의 사정 칼날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지난 4월에도 10억원대의 비자금을 확보했다. 확증은 없지만 재기의 발판을 마련키 위한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주간동아 394호 (p30~32)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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