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2003.05.22

1년 내내 꽃잔치 ‘거대한 도시정원’

  • 빅토리아=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05-14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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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내내 꽃잔치 ‘거대한 도시정원’

    부차드 가든.

    AM 7:00 캐나다 밴쿠버 츠와센항. 첫 배가 긴 고동소리를 울리며 닻을 올린다. 창 밖으로 펼쳐진 바다의 광대함에 매료되어 뱃길은 즐겁기만 하다. 검푸른 바다를 엉큼성큼 달려온 배가 목적지에 다다르자 승객들은 섬의 따사롭고 소박한 자태에 저마다 ‘와’ 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사방팔방 도시를 둘러싼 초목과 고색창연한 건물이 자아내는 멋이 언제나 변함없는 곳, 밤마다 불빛에 반짝이는 꽃 향기가 때묻지 않은 낭만을 연출하는 곳, 온종일 갖가지 새들이 재잘대고 1년 내내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인간이 만든 ‘정원(庭園)’-빅토리아다!

    빅토리아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의 주도다. 인구는 7만7000여명으로 원주민들의 전통과 영국·아시아 이민자들의 관습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꽃과 나무가 도시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정원의 도시’라고 불린다. ‘정원’은 1년 내내 옷을 갈아입는다. 진달래과 꽃들에서 튤립으로, 다시 라일락으로…. 5월의 주인은 과일나무에 만발한 꽃들이다.

    부차드 가든·각종 박물관 ‘필수코스’

    AM 10:00 빅토리아 북쪽 토드만에 자리잡은 ‘부차드 가든(The Butchard Garden)’. 공원 야외무대에서 그린재킷을 걸친 초로의 신사가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맛깔스럽게 부르고 있다. 노래에 취해선지 오가는 사람들이 마치 수채화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부차드 가든은 빅토리아를 찾았다면 꼭 들러야 할 명소. 1904년 조성된 총면적 6만평의 정원으로 세계 각국의 꽃들이 주제별로 예쁘게 정돈되어 피어 있다. 수만 송이 장미가 내뿜는 향기가 머리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공원 관리인은 “6~9월엔 야간조명을 켠다. 그때 와야 하는데 철을 잘못 골랐다”면서 “여름에 꼭 다시 오라”고 너스레를 떤다.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꽃이 만드는 풍경은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고.

    규모 면에서 부차드 가든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공원, 가정집의 앞뜰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다. 꽃과 나무를 심고 정원을 꾸미는 일은 빅토리아 시민들의 생활 그 자체다. 매년 2월 시민들은 특별한 ‘의식’을 치른다. 이름하여 ‘꽃 송이 세기’. 저마다 계산기를 들고 나와 진지한 표정으로 앞뜰의 꽃 송이 수를 센다. 시는 이렇게 세어진 꽃 송이 수를 전화로 집계해 발표하고, 시민들은 잿빛 겨울이 끝나고 정원의 계절이 왔음을 경축한다.

    1년 내내 꽃잔치 ‘거대한 도시정원’

    주 의사당 앞뜰에 핀 튤립. 고색창연한 건물이 늘어선 다운타운. 고래관찰투어는 빅토리아의 인기 관광상품이다. 이너하버(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PM 1:00 다운타운 이너하버(Inner Harbour). 이너하버는 이름처럼 빅토리아 중심가까지 호리병 모양으로 들어와 있는 항구다. 요트와 유람선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과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고래관찰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다운타운엔 BC주 의사당을 비롯해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터를 잡고 있다. 주 의사당은 빅토리아풍의 건물로 100여년 동안 ‘빅토리아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는 3300개의 전구가 벽을 따라 촘촘히 박혀 있다.

    이너하버를 기점으로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돌면 빅토리아의 볼거리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로열 브리티시컬럼비아 박물관은 BC 주의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곰 엘크 바다사자 등의 동물박제를 전시하고 있는 자연사갤러리와 이 지역 원주민들의 주거지를 재현해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원주민갤러리가 특히 눈길을 끈다.

    로열 런던 밀랍인형 박물관, 엠프레스 호텔, 골동품 거리, 크레이다로치 성, 크리스털 가든, 비컨힐 공원 등도 빅토리아에서 꼭 둘러보아야 할 명소 중의 명소다(메모 참조).

    PM 5:30 시닉 머린 드라이브(Scenic Marine Drive). 고속도로를 타고 해변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시닉 머린 드라이브는 비컨힐 공원 남쪽에서 시작해 오크만을 끼고 서쪽으로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 오크만 일대엔 고급 주택가가 조성되어 있고 영국풍의 상점과 식당이 늘어서 있어 여행객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오크베이비치 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빼놓지 마시라.

    PM 8:00 정원의 도시는 ‘빛의 도시’로 거듭난다. 도시에 어둠이 스며들면 주 의사당의 전구가 빛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3300개의 전구가 왜 ‘빅토리아의 상징’이라고 불리는지 이제야 알 듯하다. 수줍게 봉오리를 터뜨리는 불빛 너머의 꽃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부차드 가든 관리원의 너스레가 허언은 아니었나 보다. ‘여름이었다면 한걸음에 내달렸을 것을….’ 부차드 가든의 야경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PM 10:00 Good bye! Vic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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