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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노무현 경제 리더십

검찰 “재벌수사 고민되네”

시민단체 수사 압박 속 금융시장 불안 여전 ‘부담 커’ … 토론회 완패 후 ‘전선 확대’ 소문도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검찰 “재벌수사 고민되네”

검찰 “재벌수사 고민되네”

서영제 서울지검장 (오른쪽)이 재계에 대한 추가 수사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이 재벌 수사에 대한 속도 조절론을 들고 나오면서 재계와 검찰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서지검장은 취임식에서 “검사가 사건을 기소할 때는 국가경제나 주변의 모든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검찰권 행사에서도 ‘국익을 우선하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벌 수사를 담당해온 검찰 내 일부 조직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는 ‘단세포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재계에 대한 검찰의 잇따른 수사 착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서지검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재계의 시선은 다시 노무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 때문이다. 재계가 특히 관심 깊게 지켜보는 대목은 최근 고건 국무총리의 ‘재벌 부당 내부거래 조사 유보 방침’ 발표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해 개혁의 속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발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SK 회장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나온 노대통령의 ‘사정 속도 조절론’과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관심을 모았던 금융감독위원장에마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 위원장을 지낸 장하성 고려대 교수나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낸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제치고 정통 관료 출신의 이정재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내정됐다.

재계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의 이런 기류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휘청거리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속도 조절’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불안한 기조를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서지검장의 발언이나 고총리를 포함한 경제장관들의 발언이 분식회계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다른 그룹과의 형평성 문제와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당장 참여연대는 서지검장의 재벌 수사 확대 유보 시사 발언이 나온 뒤 “재벌비리에 대한 수사 연기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하고 장기화한다”며 서지검장의 발언 자체를 권력의 수사권 침해로 규정했다.

재계 대한 추가 수사 땐 ‘선제공격’으로 비칠 수도



그러나 금융시장의 기류는 여전히 심상치 않다.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 이후 “독 오른 검찰이 또 다른 일을 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D증권 관계자는 “노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완패했다고 생각하는 검찰 내 일부 강경파 소장검사들 사이에서 H그룹이나 L그룹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해도 불안요인들이 해소되어야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심리가 진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SK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형사9부에서는 서지검장의 발언을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 역시 시중의 이런 소문을 의식한 듯 특검법 협상을 위해 열린 노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아예 추가 수사 가능성을 봉쇄하고 나왔다. 박대행은 “재벌기업에서는 다음 차례가 삼성이나 두산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던져 노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소문이 어디서 났느냐. 검찰에서 그런 순서를 짤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답변을 이끌어낸 것. 그러나 이런 소문이 당장 현실화할 것 같지는 않다. 금융시장 불안 국면이 완전히 진정되기 전까지는 재계에 대한 추가 수사 착수 자체가 ‘선제공격’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데다 이 경우 자칫하면 경제 전반을 흔들리게 하는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377호 (p40~40)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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