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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명당은 진천과 조치원 사이”

국토 중심지·처녀지·민족정기·접근성 등 풍수지리 원칙에 가장 적합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행정수도 명당은 진천과 조치원 사이”

“행정수도 명당은 진천과 조치원 사이”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히는 오창·오송 지구. 지도는 풍수적 관점에서 본 행정수도 명당터. 오창·오송 지구 주변의 잘 뚫린 도로(작은 사진).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 가시화되면서 어느 지역이 가장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이나 사람들은 벌써부터 예상 후보지를 열거하며 은근히 그 타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땅값이 들썩거리는가 하면 농민들 사이에서도 예상 후보 지역에 대한 청약저축 붐이 일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투기 조짐마저 보이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풍수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직업적 술사뿐만 아니라 일부 풍수학 교수까지 이익집단의 사주를 받아 후보지에 대한 풍수 보고서를 내거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민족과 국가의 흥망이 달린 ‘천도론’에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고려시대 이후 1000년의 지혜의 온축(蘊蓄)인 우리식 풍수지리가 행정수도 이전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식 풍수지리론에서 볼 때 행정수도 선정에 대한 철학과 대강의 원칙이란 게 있다. 이에 입각해 새 행정수도의 입지적 조건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사실 우리식 풍수의 기본 철학은 조선조 세종 임금 당시 문신(文臣) 어효첨의 다음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천명을 주맥으로 삼고, 민심을 안대로 삼는다(以天命爲主脈 以民心爲案對).”



이를 오늘에 대입해보면 국민이 주인인 참여정부에서는 천명이 바로 민심이다. 분단된 남북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민심, 빈부격차와 지역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민심, 즉 왜곡된 특정집단의 민심이 아닌 국민의 진정한 민심이 주산(主山)과 안대, 그리고 청룡과 백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천명’과 ‘민심’에 어울리는 곳

새로운 행정수도는 바로 ‘천명’과 ‘민심’을 받들 수 있는 곳에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풍수철학을 바탕으로 해서 행정수도 후보지를 정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풍수 원칙들을 제시할 수 있을까?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행정수도는 국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토의 중앙, 즉 강원·경상·전라·경기지역과 등거리에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아 지역 화합과 균형 발전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원칙을 기준으로 하면 요즘 후보지로 언급되는 논산 상월지구(상월면·노성면 일대)나 공주 장기면 일대는 문제가 있다. 사실 논산 상월지구의 경우 일찌감치 조선조 초기의 재상 하륜(河崙)이 국토의 한쪽에 치우쳐 있어 도읍지로 불가하다고 하여 도읍지 건설이 중단된 역사가 있다. 또 조선조 풍수 고시과목이었던 ‘지리신법’(호순신 저)에 의하면 계룡산 일대는 쇠하는 땅이라 하여 불가하다고 못을 박기도 했던 곳이다.

공주 장기면 일대도 마찬가지다. 상월지구처럼 계룡산의 품안에 들어 있는 이곳을 행정수도 후보지로 지목한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1970년대 말 측근 참모를 불러놓고 “수도권의 과밀화를 도저히 못 막겠어. 여기(서울)는 안 되겠어. 나는 풍수지리설은 안 믿지만 계룡산 일대는 풍수나 교통이 좋은 곳이야. 그쪽이 좋겠어”라며 수도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

“행정수도 명당은 진천과 조치원 사이”
이른바 ‘백지계획’이라 불리는, 3공화국의 행정수도 건설계획에 참여했던 유재영 박사(국토개발원 연구위원) 역시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 풍수적 논리가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KIST에 있을 당시 6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방대한 행정수도 건설계획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행정수도의 중심축을 잡아가는 데 있어서 주산을 중심으로 청룡 백호를 그리는 등 풍수적 이론을 많이 참조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풍수적 길지로 여겨 행정수도 후보지로 지목한 계룡산 일대는 땅의 성격상 군인(무인)에게 맞다. 그래서 무인 출신인 박 전 대통령이 애착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으나, 참여정부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땅이라 하겠다. 지금처럼 계룡대 같은 군부대가 들어서 있는 것이 풍수적으로 더 적절할 것이다.

새 행정수도의 두 번째 원칙은 처녀지(處女地)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껏 개발되지 않은 곳, 곧 지기(地氣)가 충만한 곳이어야 나라를 융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우리식 풍수의 논리다. 과거에 전쟁터였거나 감옥, 시장, 공장 등이 들어섰던 곳은 개발로 인해 지기가 많이 쇠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천안 아산 일대는 행정수도 후보지로서는 흠이 있다. 이 일대는 ‘천안삼거리’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기가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땅이란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또 수도의 뒤를 받쳐줄 배후가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 일대는 땅의 성격상 물류단지나 교통의 요충지로 적당할 것이다.

백두대간의 기운 직접 받는 곳

풍수에서는 수도의 뒤를 받쳐줄 힘으로 주산을 중시하는데, 멀리 태조산·중조산·소조산으로 이어져 오는 독립된 봉우리로서 위엄을 갖추고 있는 주산을 길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청주공항 근처의 오창·오송 지구가 후보지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곳은 기가 흘러가는 주필산(駐 山)이기 때문에 행정수도의 중심이 될 수 없다. 행정수도의 주변지가 되거나 부대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셋째는 역사가 짧은 패망한 고도(古都)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토지의 하중 능력이 도읍지가 갖추어야 할 땅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으로 보는데 풍수에서는 금기사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원칙에서 볼 때 최근 거론되고 있는 공주·부여 일대는 적합치 않을 것이다.

넷째는 기존의 수도인 서울(한양)과 달리 백두대간의 중심 지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경기 북부에만 국한된 한북정맥의 지기만을 받는 곳이다. 행정수도는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까지 아우르는 백두대간의 지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즉 백두대간이 강원도와 경북을 거쳐 충청도로 달리면서 그 하나는 호남정맥으로 뻗어 호남과 경남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한남금북정맥으로 이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이럴 경우 백두산 정기를 우리 민족이 모두 받음으로써 북한을 포함한 한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심을 화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섯째는 주변에 민족정기 혹은 민족 자존심을 고취해줄 수 있는 지역이나 유적지 혹은 인물과 관련된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독립기념관이나 독립운동가의 생가 등이 주변에 있는 땅이어야 행정수도에서 일하게 될 이들도 그와 같은 정신을 닮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길이 잘 뚫려 사람과 재화, 그리고 기가 원활하게 유통되어야 한다. 이 접근성 문제를 풍수에서는 물길(水路)로 해결하려 했다. 즉 교통시설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수운(水運)을 매우 중시해 풍부한 수량이 있는 강이나 천을 끼고 있는지를 반드시 고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근처의 댐이나 저수지로 물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운이 전혀 의미가 없다. 대신 공항, 고속도로, 고속전철, 철도, 국도 등이 사통팔달하여 강원, 경상, 전라, 경기, 서울과 쉽게 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행정수도인 만큼 국제적인 교통도 매우 중요하므로 인근에 공항(예컨대 청주공항)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위와 같은 여섯 가지 원칙을 고려해 행정수도 후보지로 가장 적절한 곳으로 충북 진천 아래, 조치원 위쪽 일대를 꼽고 싶다(지도 참조). 이 일대는 경기 안성시의 칠현산을 주산(혹은 진산)으로 삼아 독립기념관이 있는 흑성산-국사봉-조치원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우백호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우백호가 민족의 자존과 주체성을 살릴 수 있는 기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좌청룡으로는 서운산에서 진천으로 이어지는, 즉 경부선과 중부선 사이에 있는 산맥이 잘 받쳐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일대는 백두대간의 기운을 직접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곳보다 다른 지역과의 균형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길지라는 게 필자의 관점이다.



주간동아 377호 (p68~69)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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