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4

2003.03.06

역학자들 대구참사 예견했다

“계미년은 땅속 불기운 준동하는 해 … 대구는 火氣 강한 지형인데다 水神 위치도 바뀌어”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3-02-27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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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학자들 대구참사 예견했다

    1995년 대구 지하철 1호선 공구 도시가스관 폭발사고 현장.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정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참여 정부’를 내세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려는 시점에 대구에서 사상 유례없는 지하철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왜 하필이면 새 정권이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런 대형사고가 일어났는지, 그게 무슨 징조인지, 그리고 왜 그곳이 대구였는지를 두고 찜찜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런데 동양철학으로 길흉을 예견하는 분야에서는 이러한 불행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

    국운 진단:땅속의 화기(火氣)가 분출하는 해

    역학계 여기저기에서는 이미 2003년 벽두부터 올해는 우리 사회가 매우 조심해야 할 시기라는 ‘경고성 발언’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정선호 박사(세명대 한의대 겸임교수)가 지하철 무가지인 메트로신문에 발표한 ‘2003년의 국운’을 꼽을 수 있다.

    “2003년은 육십갑자로 계미(癸未)이고 양띠 해다. 양은 본래 제사에 쓰이는 정갈한 동물로 속죄의 의미가 있고, 희생을 뜻하는 살기(殺氣)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해에는 감옥 가는 사람도 많고 기이한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대형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2003년 1월2일자)



    정교수는 5운6기학으로 풀어봐도 계미년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먼저 계미년의 지지(地支)인 ‘미(未)’는 오행상 흙의 기운(土氣運)이면서 그 속에 엄청난 화기(火氣)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지진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유난히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땅속의 화기는 지하 공간에서의 화재 사고로도 분출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천간(天干)인 ‘계’는 수기운(水氣運)이지만 5운6기 이론상 화의 성분으로 바뀌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2003년은 기후적으로 불쾌지수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가 많고, 큰 비는 없어도 비가 자주 내리며, 냉해로 인해 곡식과 채소가 잘 자라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2003년의 국운상 앞으로도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금년에는 특히 사고로든 질병으로든 사람들이 많이 희생될 수 있으니 극히 조심하는 것이 상책일 듯싶습니다.”

    역학자들 대구참사 예견했다

    대덕산의 화기를 막아주던 거북바위가 옮겨지는 바람에 대구가 화재 사고에 노출됐다는게 풍수적 관점이다.

    세명대에서 사주운명학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학문적으로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는 정교수는 올해처럼 질병 위험도가 높은 시기에는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주학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주학은 당사자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 생길 가능성이 있는 질병 등을 예측하고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처방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주팔자를 뽑아보면 개인의 독특한 체질(사상체질과는 다름)에 따라 장부 가운데 어느 것이 강하고, 어느 것이 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고, 그 약한 부위가 어느 시점에서 질병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비만체질도 사주를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이런 체질들은 그 사람에 맞는 식이요법이나 기공운동 등을 해주면 놀랄 만큼 빠른 비만 해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증명되고 있습니다.”

    정교수는 특히 올해 계미년은 땅의 기운이 하늘의 기운을 상극하는 성질이 있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밀어내는 형상이 두드러지는 해이므로 정치인이나 권력층도 몸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도자로 군림해온 이들은 명예욕이나 사욕을 버리고, 아랫사람은 급진적이기보다 순리에 따른다면 올 가을부터는 빠르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학자들 대구참사 예견했다

    2월18일 화재 발생 직후인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위). 참사 현장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거북바위.

    땅속의 불기운이 준동하는 계미년에, 왜 하필이면 대구에서 1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하철 사고가 터졌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우석대 김두규 교수가 ‘주간동아’에서 일찌감치 예견한 바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일부를 옮겨보자.

    “대구의 남쪽 대덕산(660m)은 연구산(連龜山; 대구의 주산, 현재 중구 봉산동 제일여중 자리)의 부모산으로 불기운이 강한 산이다. 옛 대구 사람들은 대구에서 화재가 빈발하는 것은 화기가 강한 대덕산 탓이라고 생각해, 대구의 진산(鎭山)인 연구산에 물의 신인 거북상을 만들어 그 거북 머리를 대덕산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화기를 제압하도록 했다.(중략)

    그런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세워진 지 1000년 이상 된 거북바위는 현재 철창에 갇혀 있다. 또한 바위의 위치도 제자리가 아니다. 대구 제일여중이 연구산 자리에 학교를 세울 당시 운동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거북바위를 가장자리로 옮겨놓는 과정에서 철창에 가두고 거북의 위치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주간동아 345호, 우리문화 우리풍수 편)

    김교수는 ‘신증동국여지승람’(서거정 편찬)이 밝힌 대로 거북바위의 머리를 대덕산 쪽으로 향하도록 남두북미(南頭北尾)로 돌려놓고 바위 기운을 막고 있는 철창을 없애야 대구가 번창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원래 대구는 화기가 강한 지형이라는 점. 실제 대구의 남쪽 대덕산은 산의 모양이 불꽃 모양을 하고 있는 데다 사납고 거대한 암반이 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연구산의 수신(水神)인 거북바위가 제 기능을 하고 있을 때는 대덕산의 불기운을 정면으로 받아내 그 살기를 꺾을 수 있었으나, 1945년 그 위치가 바뀌면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참사가 일어난 후 김교수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구의 진산인 대덕산에서 작은 맥이 연구산(거북바위가 있는 대구 제일여중)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일직선상으로 사거리 두 개를 지나면 바로 지하철 화재 사고가 난 중앙로역 지점이에요. 지하철의 방향 역시 남북 방향으로 대덕산의 화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형상입니다. 그러므로 동두서미(東頭西尾) 방향으로 돌려져 있는 거북바위를 원래대로 남두북미로 돌려놓아 대덕산의 화기를 막아내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풍수학자로서 내놓을 수 있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대구는 이번의 지하철 화재 사고 외에 1995년 대구 지하철 1호선 공구(달서구 상인동) 도시가스관 폭발사고로 101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참사를 겪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주로 지하철 사고가 탈선이나 열차충돌, 공사장 붕괴 등으로 일어난 데 비해 대구에서는 불과 관련한 사고가 유독 많았다는 점도 이런 풍수적 견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대구에 있는 바위 하나 때문에 화재 사고가 많이 났다는 것은 지나치게 견강부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김교수의 말.

    “대구는 분지형의 지형이라서 산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축적하는 성질이 강합니다. 그런 까닭에 옛 대구 사람들은 대덕산의 화기가 지나치게 축적되지 않도록 그들 나름의 과학적 논리로 오래 전에 거북바위를 세워놓았던 것입니다. 거북바위는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도 원래 자리에 갖다놓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 거북바위가 원형대로 안치되어 대구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이 역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김교수는 아무튼 대구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철창에 갇힌 채 계속 방치돼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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