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2003.01.23

盧心 사로잡은 ‘개혁파 도승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1-1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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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心 사로잡은 ‘개혁파 도승지’

    1월8일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상대방도 모르는 ‘테스트’를 통해 인사 대상자를 검증할 때가 있다. 2001년 노무현 캠프에 합류한 유종필 언론특보는 처음 2, 3일간 사소한 자리에도 동석을 요구하며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는 노당선자의 저의를 알지 못했다. 나중에 노당선자가 “미안하다. 내가 시험을 좀 봤다”고 했을 때야 비로소 테스트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월8일 대통령비서실장에 내정된 문희상 의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문의원이 노당선자로부터 호출을 받은 것은 7일 오후 4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내 당선자 집무실에서 노당선자와 마주앉은 문의원은 이후 30~40분 동안 청와대 개편 구상, 향후 비서실장의 역할과 기능, 정무수석의 역할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노당선자의 한 측근은 “정치적 야심은 없는지, 대야관은 어떤지, 국정운영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최종 테스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관계 재정립 선결 과제 … 한나라당은 은근히 긴장

    노당선자와 문비서실장 내정자는 정치적 뿌리나 정치인으로서의 성장배경이 다르다. 그러나 ‘개혁적 성향’과 ‘전략적 사고’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이 점이 노당선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내정자의 발탁은 여야 및 국회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노당선자의 의지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문내정자는 조정과 중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 장관과 대통령, 수석과 수석 사이에 갈등을 없애고 국정을 균형 있게 조감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문내정자는 대야 관계에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문을 받았다. 대립과 갈등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해온 여야 관계를 대화와 상생(相生)의 관계로 재정립하는 것은 새 정치를 주문한 대선 민심의 요구이자 여소야대라는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기 위한 노무현 정권의 첫번째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내정자는 11일 “헤쳐 모여 식의 자연적 정계개편은 막을 길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총선 전에 큰 바람과 격랑이 예상된다는 그의 발언은 상생의 정치를 기대한 한나라당에 긴장을 불러왔다. 한나라당은 98년 DJ 정부 초기 토네이도(회오리바람)식 정계개편을 추진한 그의 전력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문내정자는 한나라당 내 상도동계와의 연대를 통한 민주대연합을 추진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구·경북 세력과의 제휴에 무게를 둔 김중권 비서실장의 동진정책을 선택, 그의 구상은 실패했지만 한나라당은 아직도 그가 개혁세력 대연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내정자는 “청와대로의 권력집중을 막고 정책 중심의 청와대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서실장-정무수석-정치고문 등 정치기능을 강화한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무기능이 강화되면 권력남용의 우려가 있고 청와대가 민주당 위에 군림해 권력집중이 심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김원기 정치고문과의 역할에 따른 갈등도 예견된다. 문내정자는 8일, 군주들의 용병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군주들의 용병술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창업, 수성, 경장형이 그것이다. 경장형은 개혁인데, 노무현 정부에 해당하는 말이다. 창업은 충성심 위주로, 수성은 테크노크라트 위주로, 경장형은 둘을 섞어 쓰되 충성형을 먼저 써야 한다.”

    장비와 조조를 섞은 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문내정자의 내조 범위와 방향을 가늠케 하는 발언이다.

    문내정자의 의원회관에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민원과 인사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한 인사는 이틀 연속 찾아와 “정부기관 인사에 반영해달라”며 자신의 이력서를 비서실에 던져놓았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DJ 진영에 합류, 정치를 시작한 문내정자에게 어느 때보다 강한 권력의 유혹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화해와 상생의 정치, 그리고 대립과 갈등이란 서로 다른 색깔의 그림자가 문내정자 주변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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