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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후보단일화 성사되나

“2004년 금배지 달아야지”

민주당 탈당파 자민련과 ‘제3교섭단체’ 구성 예정… 후보단일화 시도 신당 창당 밑그림 그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2004년 금배지 달아야지”

“2004년 금배지 달아야지”
”98년도에도 먼저 나서더니(탈당하더니)….”

11월 초, 탈당성명서를 발표한 A의원에게 민주당 한 당직자가 비수처럼 던진 말이다. A의원은 짐짓 못 들은 체 외면했지만 또 다른 당직자의 야유가 이어졌다. “2004년 총선, 최다 득표 당선을 기원합니다.” 얼굴을 잘 알고 있는 하급자의 힐난에 A의원은 고개를 떨구고 발길을 돌렸다.

11월9일 국회의원회관, 탈당성명서를 읽어 내려가는 유용태 사무총장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탈당성명서를 발표한 10여분 뒤, 이미경 선거대책위 대변인이 허겁지겁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재정과 인사권을 틀어쥐고 후보의 발목을 잡고, 탈당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당 직제상 상급자였던 유총장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요즘 떠나는 자와 남는 자로 ‘편’이 갈려 있다. 이들이 연출하는 어색한 이별은 당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후속 탈당을 준비하는 인사들은 연일 탈당 스케줄을 흘리고 언제 누가 이 대열에 동참할지 아는 사람이 없어 분위기는 한층 혼란스럽다. 남는 자의 얼굴은 고뇌로 가득하다. 한 의원은 “언제 이탈 대열에 서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떠나는 사람도 가벼운 마음은 아닌 것 같다.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마음이 한결같지는 않다. S의원은 “오죽하면 가겠느냐”고 하소연이다. ‘도저히 같이할 수 없는’ 민주당의 변질된 노선에 대한 불만이다. 그의 말이다.



“개혁도 좋지만 소속의원들과 지역구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중도개혁이라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린 것이 탈당의 한 요인임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최선영 의원은 “우리 모두 노무현 후보가 싫어 탈당한 마당에…”라고 말한다. 이런 인식은 탈당파들의 향후 진로를 읽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탈당파들은 조만간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힘을 빌려 교섭단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제3의 교섭단체는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인제 의원 “결단 내리겠다”

탈당파들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단일후보로 정후보가 추대될 경우 이들은 민주당·국민통합21과 통합신당을 만들거나 정책연합을 통해 정후보를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후보단일화가 무산되더라도 정후보를 적극 지원, 실질적인 단일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 신당 추진 핵심인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내건 이 같은 명분 외에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현재 대세는 제3의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하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하나로국민연합 및 국민통합21과 민주당 이탈세력을 묶어 사실상 4자연대 통합신당을 만들어 수도권과 충청권은 물론 호남권 인사들까지 망라하는 전국 정당이 그들이 그리는 창당 시나리오의 줄기다. 이 구상의 밑바탕에는 대선 및 2004년 총선을 겨냥한 면밀한 포석이 깔려 있다. 이 장기 포석을 주도할 인물로 탈당파들은 이인제 의원을 주시한다. 그의 주변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명분으로 하는 중부권 신당창당설이 오래 전부터 흘러나왔다. 정풍(鄭風)이 추락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졌고 최근 이의원은 “결단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의원 주변에서는 텃밭이었던 충청권을 무대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져나온다. 김종필 총재가 도와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이희규, 원유철 최선영 의원 등 이의원 계보의 집중 탈당은 ‘D-데이’가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2004년 금배지 달아야지”

10월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회동중인 후단협 회원들.

충청권 인사들은 오래 전부터 이후보의 결단을 채근해왔다. 이후보가 미적거리자 일부 인사는 전용학 의원의 뒤를 이어 한나라당 입당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충청권 인재풀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기존 조직과 마찰을 우려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시기 조율을 명분으로 이들의 발걸음을 차단했다. 일부 인사들은 “한나라당에 입당하더라도 2004년 공천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한다. 자민련 잔류 의원 및 이한동 전 총리 등 무소속 의원들과 연대, 대선 후 정계개편과 차기 총선을 겨냥한 독자 신당창당은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차선책인 셈이다.

충청권 출신 한 의원은 “노-정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뒤 대선에서 패할 경우 민주당은 노후보를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과 전통 민주당 세력으로 분리될 것”이라며 “전통 민주당 세력은 결국 후단협 신당과 다시 합치게 될 것이고, 그 당으로 2004년 총선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개혁 노선을 표방한 이들이 전국적인 세를 형성할 경우 대선 판도는 또 한 차례 급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정체성 싸움도 가능하고 노후보와의 노선 투쟁도 불가피해진다. 민주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속내는 이미 후단협 인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을 비롯, 노후보의 탈DJ 전략에 불만을 가진 동교동계 인사들도 뭔가 고민하는 눈치를 보인다(상자기사 참조). 이런저런 동참세력을 합하면 40명 이상이 합류할 것이란 게 후단협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파, 독자신당파, 통합21 선호파, 한나라당 입당파 등 엇갈린 이해를 조율할 구심점이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단일대오를 유지하겠느냐는 의혹이 벌써부터 이들을 짓누른다. 한나라당은 자민련 및 탈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 영입 작업에 나서 원유철, 이근진, 김윤식 의원을 11일 한나라당에 입당시켰다. 노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깜짝 카드를 던져 대선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새로운 구상에 빠져 있는 탈당파 인사들을 옥죄고 있다. 제3의 신당 창당과 와해의 갈림길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하다.





주간동아 360호 (p38~39)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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