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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후보단일화 성사되나

단일화로 대세 깨질라

昌 선두 유지 한나라당 전략 골몰… 막판 변수 총력 대응 태세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단일화로 대세 깨질라

단일화로 대세 깨질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강2중의 우위를 즐길 여유가 아직 없다.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한 달 앞두고 이회창 대세론을 뒤흔들 변수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대세론은 올해 초 박근혜 의원의 탈당, 빌라 및 원정출산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이미 한 차례 힘을 잃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이후보와 한나라당의 막판 변수 관리도 그만큼 철저하다. 그러나 대세론 유지를 위한 노력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선두주자는 항상 불안한 법이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39만표 차로 낙선했다. 당시 대선에서는 세 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DJP 공조, 여권분열(이인제 후보의 출마 강행), IMF사태 발발이 그것이다. 이후보 측근들은 요즘도 “만약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없었더라도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선 막판의 변수는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는 의미다.

2002년 대선 판도를 뒤흔들 변수는 두세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후보단일화 여부, 이회창 후보 관련 추가 폭로 가능성, TV합동토론회 등이다. 이들 변수는 이회창 대세론의 고착화와 종국의 목표인 대선 승리를 위해 이후보측이 총력을 기울이는 관리 대상이다.

단일화 움직임에 공격 타깃 맞춘 지도부

한나라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럴듯한 모양새로 후보단일화가 현실화되는 일이다. 문화일보 등의 여론조사에서 후보단일화 성사시 단일후보와 이회창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격 타깃은 ‘정몽준 후보’에서 ‘후보단일화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노-정 후보단일화 실패를 기대하는, 또는 단일화되더라도 효과 반감을 노리는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는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김두한에게 1대 1로는 당할 수 없으니 구마적과 신마적이 연합해 1대 2로 대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서청원 대표는 “대통령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중립화는 여전히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저지는 그보다 더 중요한 상위개념의 전략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공격 대상이 됐다.



“한인옥 여사가 기양건설측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이후보 측근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과의 마지막 한판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김문수 의원은 “기사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확실한 물증이 제시되지 못하는 공격은 대세론에 영향을 못 준다”며 여유 있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준비한 이후보 공격 재료는 좀 있다가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나라당은 세풍사건과 관련된 이석희씨의 귀국 여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후보는 11월6일 아침 수능시험장에 들어가는 수험생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해, 아주 잘할 거야”라며 격려했다. 이는 이후보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도 들렸다. 이후보는 한 TV토론을 마친 뒤 방청석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여유도 보였다. 그러나 부친 장례식 이후 그의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최근 개국한 e-회창 TV에선 이후보가 역동적인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보는 전·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의 문상에 대한 답례를 마쳤고, 11월5일, 8일 두 차례나 정대스님을 만났다. 소속 의원들에게 대선 때까지 ‘골프장 금족령’도 내렸다. 97년 대선 막바지 때 당 중진들이 골프 치고, 국회 내에서 의원들이 화투판을 벌여도 못 본 체했던 이후보였다. 박근혜 의원, 박태준 전 국무총리를 한나라당 쪽으로 한 걸음 당겨놓았다. 자민련 의원 개별 영입 방향으로 대 자민련 정책을 사실상 확정했다. 장례식 후 열린 첫 선대위 회의에선 미리 갖고 온 메모지를 보며 5개 개혁입법의 회기 내 처리를 지시했다. 범보수 통합에다 개혁세력 끌어안기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MBC 여론조사에서 정치개혁을 가장 잘할 것 같은 후보로 이후보를 꼽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후보측은 이 조사 결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단일화로 대세 깨질라

11월8일 1000만 사회복지인전국대회에 참석한 이회창 후보가 한 참석자와 악수하고 있다(위 오른쪽).한나라당 미래연대 회의 모습(아래).

이후보는 김윤환 민국당 대표가 입원하자 난을 보냈다. 2000년 4월 김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이후 처음으로 이후보가 김대표에게 직접 손을 내민 것이다. 한나라당은 김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절묘한 수위를 찾고 있다. 이후보측 핵심 의원은 “김대표는 우리와 연대하거나 입당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11월 중 이후보 지지선언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이후보 진영에선 “대선정국 움직임이 이후보가 좋아하는 초콜릿처럼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그러나 김영일 사무총장은 11월4일 “마음이 풀어져선 안 된다”며 사무처의 군기를 잡았다. 당 지도부가 대세론에 내재된 불안 요인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뒤 가진 이완구 의원의 후원회 때 참석자는 100여명 안팎이었다. 의원은 10명도 오지 않았다. 6일 밤 자민련 의원들의 만찬에서 몇몇 의원들은 “이회창 후보 지지를 촉구해야 한다”며 ‘친한나라당’ 성향을 대놓고 드러냈다. 만찬 다음날 김종필 총재는 오장섭 사무총장을 보직 해임했다. 김총재만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민련 의원들의 한나라당행에 대해 충청지역 여론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내 미래연대는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의 한나라당 영입을 반대했다. 수도권 한 원외 지구당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새 의원에게 텃새 위원장이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각오다. 일견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래연대 한 의원은 “미래연대의 주장은 여론의 지지와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밥그릇 싸움 이상의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 민주당의 수도권 의원들이 실제로 대거 한나라당에 입당할 경우 한나라당은 당 내외, TV토론에서 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의원들 대거 입당 땐 역풍 맞을 수도

신경식 대선기획단장은 대응논리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철새도 저절로 찾아오는 땅”이라는 논리가 나왔다. 국회 주변에선 “이런 추세라면 한나라당은 내년 상반기 중 대통령은 물론, 국회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헌법도 마음대로 바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우려는 견제심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대세론의 확산이 대세론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20, 30대 유권자 수는 전체 유권자 수(2001년 12월30일 기준 3461만9380명)의 49.4%에 이른다.(오픈소사이어티 관계자) 한나라당 2030위원회는 젊은층 공략을 위해 최근 만들어진 선거조직이다. 500명의 지지자를 모아 최근 2030위원회 대구지부 발대식을 가진 김경석씨는 “현장에서 느끼는 젊은층의 ‘반(反)한나라당’ 정서는 훨씬 심각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절대 지지지역으로 분류되는 대구에서도 20대 45만명의 유권자 중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고 한다. 정몽준 후보 지지자는 27%. 턱밑까지 올라왔다.

한나라당은 주로 후보와 당의 이미지를 젊게 하는 시청각적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그 이상은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젊은층 유권자들도 그 정도로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 젊은층은 한나라당이 내용적으로 젊게 바뀌었다고 여기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 중 상당수 인사들은 ‘젊은층 유권자는 어차피 투표장을 잘 찾지 않을 것’이라는 ‘퇴행적 선거전략’에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층에서 ‘투표하자’는 붐이 일지 말라는 법도 없다.

역사적으로 정치지도자의 극적인 결단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대개 이후 수순은 폭넓은 국민적 지지로 이어졌다. 지금의 이회창 후보는 그런 결단을 할 ‘거리’가 없다. 반면,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결단을 단행할 ‘조커 패’를 아직 쥐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대로, 소위 ‘여권 프리미엄’이 선거에서 어떠한 작용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회창 대세론은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덜 안정적인지 모른다.



주간동아 360호 (p34~36)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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