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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에 ‘한숨’ 돈 없어 ‘눈물’

시험관 시술 한 번 300만원 가계 부담 심각… ‘보험 적용’ 요구 거세자 이제야 현황 파악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불임에 ‘한숨’ 돈 없어 ‘눈물’

불임에 ‘한숨’ 돈 없어 ‘눈물’

체외수정을 위해 불임여성의 자궁에서 난포액을 추출해내는 시술.

”불임의 고통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몇 번의 불임시술로 망가진 몸에, 돈 문제로 불임부부는 또 절망한다. 남들은 돈 벌어서 집 사는데 우리는 돈 벌어서 불임시술 비용 대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란주사를 더 이상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멍들고 굳어버린 내 살을 추슬러 온갖 노력을 다해도 결국 불임시술에 실패하면 돌아오는 것은 눈물과 다음 달 카드대금 청구서뿐이다….”(게시판 ID ‘고통녀’)

“지방의 소도시에서 근무하다 1년간 휴직하고 현재 불임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껏 병원을 찾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계속해왔지만 아직 아이가 없고, 병원비는 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불임치료 및 임신에 따른 병원 비용에 대해 이제는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게시판 ID ‘한풀이’)

보건복지부 인터넷 게시판에 띄운 불임환자들의 눈물겨운 얘기들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도보다 8만여명이 감소했다는 통계청 자료와 관련, 저출생률에 대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은 뒤 역설적으로 보건복지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불임부부들의 호소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한민국의 출산율, 우리가 높여줄 게요. 그래서 젊은 세상 만들어드릴 테니 제발 불임치료에 의료보험 좀 적용해주세요!” 이런 애교 섞인 호소를 하는 불임환자도 있었다. 불임환자의 수는 예상보다 훨씬 많다. 어림잡아 100만쌍, 부부 10쌍 가운데 1.5쌍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불임환자들은 보건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불임치료와 관련된 ‘보조생식술(체내·체외 인공수정 포함) 시 소요된 비용’은 건강보험 급여 원리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 급여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임환자들 사이에서는 불임을 극복하는 데는 고통을 참아내는 강한 의지력과 함께 경제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서울 강남의 한 불임전문병원에 다니는 환자 이모씨(30)의 말.

“1년여 전 병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아야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나오는데, 마침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낳은 아기엄마를 만났어요. ‘얼마 들었어요’라고 물었더니 ‘한 1000만원 들었어요. 우린 그래도 적게 든 편이에요’라고 대답하대요. 정말 아찔했어요. 그날 이후 우리 부부는몸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전세금 올려주랴, 부모님 모시랴 1000만원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제서야 겨우 1000만원을 마련해 시술받으러 온 거예요.”

현재 시술 비용은 불임전문병원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시험관아기를 한 번 시술받는 데 드는 비용은 250만∼350만원선이라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한 번 받아 바로 성공하는 확률이 30∼40%에 지나지 않아 세 번 연속 받을 수 있는 비용으로 미리 10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물론 운이 좋으면 한두 번 만에 성공하는 수도 있지만 여덟, 아홉 번 만에 간신히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씨의 경우 세 번 정도 시술받아도 실패하면 또 1000만원을 벌기 위해 1년 남짓 고생해야 한다. 그러나 그 사이 불임의 가장 무서운 적인 ‘나이’라는 난관은 피할 길이 없다. ‘여성의 노화’는 시험관아기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비단 이씨뿐만 아니다. 불임환자들이 병원에 ‘쏟아붓는’ 시술 비용과 임신에 기울이는 노력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부부 10쌍 중 1.5쌍 ‘고통’… 경제력이 승패 좌우(?)

불임에 ‘한숨’ 돈 없어 ‘눈물’

① 추출해낸 난포액에서 성숙된 난자를 골라낸다. ② 남성의 정액에서 건강한 정자만 골라낸다.③ 골라낸 정자를 난자의 세포로 직접 주입하는 ‘세포질내 정자주입술’.

결혼한 지 5년이 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아 불임전문병원을 찾은 안모씨(32·서울 쌍문동)는 처음 남편의 정자를 추출해 자신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인공수정법을 택했다. 배란주사를 맞기 위해 한 달에 3~5번씩 병원을 가야 하고 배란일에 맞춰 시술을 하는 인공수정법은 한 번에 3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이 시술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1회에 성공하는 비율은 시험관아기보다 낮은 15∼20%에 불과하다. 직장인인 안씨는 상사의 눈치를 받아가며 강북에서 강남의 불임전문병원을 들락거리며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결국 임신에 실패하고 말았다. 시술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길에 뿌린 택시비만 수십만원이 넘는다.

안씨는 다른 불임부부들이 으레 밟은 ‘정석 코스’대로 시험관아기 쪽으로 방향 전환을 했다. 이번엔 다른 불임전문병원을 찾아 320만원을 들여 시험관아기를 1회 시술받았다.

안씨는 이 시술을 한 번 받기 위해 20일간 거의 매일 병원을 다녀야 했고, 시술 뒤 일주일 정도는 자궁에 착상이 잘 되도록 시체처럼 꼼짝 않고 누워 있어야 했다. 그래서 직장 여성들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안씨 역시 직장을 그만두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시험관아기 역시 세 번까지 해봤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안씨가 2년에 걸쳐 인공수정에서 시험관아기까지 시술받는 데 들인 비용은 총 2500여만원. 거기에다 직장을 그만둠으로써 포기한 경제적인 면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손해를 본 셈.

“보통 시험관아기 시술을 세 번 정도 받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술비가 몹시 비싼 데다 몸이 너무 축나기 때문이죠. 나도 할 수 있는 방법까지 다 해봤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어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러나 안씨는 경제적인 부담이 절반 정도만 줄어도 불임과의 길고도 지루한 싸움을 더 해볼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불임전문병원에 근무하는 한 불임전문의는 “환자들 중에는 적지 않은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저소득계층도 분명히 있다”며 “이들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불임 치료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불임부부들 사이에는 우리나라 보건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최근 들어 불임부부들의 시술비에 대한 보험 적용 요구가 거세지자 보건당국에서도 뒤늦게나마 현황 파악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1월 말까지 불임 치료 의료기관과 불임환자들을 대상으로 ‘불임 가정 실태조사’를 마친 뒤 내년 3월경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불임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예상외로 많은 여성들이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연령이 낮은 층에서 불임 비율이 더 높은 특이 현상도 보인다”고 말했다. 불임시술 비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불임전문병원들의 경우 서로 경쟁 체제에 있다 보니 불임시술에 대한 성공률과 치료비 등의 노출을 꺼리는 것은 물론 환자들의 개인 의료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 환자 부담만 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불임시술비가 불임전문병원의 배만 부르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간동아 360호 (p22~23)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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