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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난자매매

한국 20대 여성 난자 일본에 팔린다

“돈 벌고 싶다” 제공자 대부분 평범한 학생들… 일본 고객 유치 위해 광고하는 업체 확인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한국 20대 여성 난자 일본에 팔린다

한국 20대 여성 난자 일본에 팔린다
”여성 도너 구함. 불임부부를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만 20~29세의 신체 건강하고 용모 단정한 여성분. 도와주신 분께는 최선의 사례를 할 것임.”

10월 중순, 이화여대 앞에 뿌려진 휴대용 화장지 속의 인쇄 문구다. 도너(donor)는 장기기증자를 뜻하는 말. 불임부부를 위한 여성 도너란 ‘난자 제공자’를 미화한 표현이다. 일부 여자대학 주변에서 난자 매매 브로커가 공공연히 활동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이들 브로커는 서울 강남지역에 사무실을 얻어놓고 2~3명이 한 팀을 이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불임시술로 유명한 강남의 한 병원에서만 한 달에 20건꼴로 타인의 난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이 이뤄진다는 통계에 비춰볼 때 적지 않은 규모일 것이라고 추정될 뿐이다.

현재 알려진 난자 매매 통로는 지난해 1월 서초동에 문을 연 난자 거래업체 DNA 뱅크와 각지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브로커들. DNA 뱅크가 법인 등록을 마친 합법적 ‘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양자간에 큰 차이는 없다. 난자 거래에 관한 한 현재 우리나라는 법 자체가 없는 ‘무법지대’이기 때문이다. 난자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든, 음성적인 형태로 이뤄지든 어떤 것도 ‘위법’은 아니다.

난자 매매 실상 취재에 나선 기자는 이대 앞에 뿌려진 화장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도너 신청 의사를 밝혔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인근 한 커피숍에서 브로커를 만날 수 있었다. 30대 중반의 브로커 이정희씨(가명·여)는 “서울 대학가에서 활동하는 다른 브로커 2~3개 팀 정도와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다”며 “난자를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도너가 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 브로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난자 거래 무법지대 … 대학가 주변 브로커 활동 공공연

한국 20대 여성 난자 일본에 팔린다

난자 거래 업체인 DNA 뱅크가 홈페이지에 올린 도너 신청서(위)와 일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개설한 일본어 홈페이지(아래).

실제 이씨는 기자와 만난 이날 하루만 해도 3명의 여대생과 상담했다고 한다. 대부분 ‘돈을 벌고 싶다’는 평범한 이들이라고 했다. 돈이 필요한 이유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등 그 또래 대학생들로서는 그리 ‘튀지 않는’ 사유들이었다.

기자는 27살의 유학 준비생이라고 소개하고 상담에 들어갔다. 가장 문제가 된 건 2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이씨는 “난자 제공자는 주로 22~23세의 학생들이고, 지금껏 내가 본 ‘최고령자’가 25세였는데 무려 두 살이나 많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목소리 톤을 낮추며 “제값을 받으려면 나이를 좀 속이는 것이 좋겠다”며 놀라운 제안을 했다. 기자의 난자를 일본 불임부부에게 팔자는 것.

이씨는 “우리나라 불임부부들은 나이와 학벌 등을 꼼꼼히 따지지만 일본인들은 혈액형과 외모만 조건에 맞으면 다른 건 별로 문제 삼지 않는다”며 “나이를 속일 수도 있으니 일본 부부에게 파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은근히 일본 부부를 택할 것을 권유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다른 사람의 난자나 정자를 이용한 불임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해 원천봉쇄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의 불임부부들은 불임시술이 자유로운 미국이나 관계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은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대개 부유층 불임부부들의 경우 미국을 많이 찾고, 나머지 대다수는 불임시술비가 비교적 싼 편인 한국을 찾는다는 것. 알고 보니 이씨는 일본인들에게만 전문적으로 난자를 파는 브로커였다.

우리나라 여성의 난자가 일본 여성의 자궁으로 ‘수출’된다는 사실은 DNA 뱅크에서도 확인됐다. DNA 뱅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일본 언론에 광고를 내고, 일본어로 된 홈페이지(www.ivfbank.com)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일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난자 제공을 상담하기 위해 DNA 뱅크를 찾은 기자가 “난자가 일본으로 간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자 담당자는 “외국으로 가면 비밀이 더 철저히 보장되니 도너나 불임부부 모두에게 좋은 거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 20대 여성 난자 일본에 팔린다

성숙된 난자에 정자를 직접 주입하는 모습.배란촉진제를 맞은 불임여성의 자궁에서 추출해낸 난포액에는 여러 개의 난자가 들어 있다.

현재 DNA 뱅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난자 거래는 한 달에 15건 정도. 이중 몇 건이 일본인 불임부부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브로커 이씨 혼자 지난해부터 성사시킨 거래가 20여건에 이른다는 것을 보면 ‘난자 수출 시장’이 결코 작지 않은 규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강남의 불임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에서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강남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를 방문하는 전체 불임환자 중 하루에 2명꼴이 외국인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인이다. 또 다른 불임전문병원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불임시술비는 외국에 비해 저렴할 뿐 아니라 불임시술의 기술력과 성공률이 높아서 일본 불임환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요가 많다고 해서 아무나 도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난자를 제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혈액형과 건강상태, 외모. 혈액형은 당연히 산모와 같아야 하고 건강상태 역시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외모의 경우는 소문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키 크고 예쁜가’보다 ‘불임부부와 얼마나 닮았는가’가 더 중요한 고려 요소다. 브로커 이씨는 “불임부부들은 최대한 자신과 닮은 평범한 외모를 찾는다”며 “이들이 도너에게 요구하는 조건의 순위를 따진다면 첫째가 똑같은 혈액형을 가진 건강한 여성이고, 이어 닮은 외모, 높은 IQ, 좋은 가정환경 순이며 미모는 맨 뒤쪽에나 매겨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씨와 DNA 뱅크가 내놓은 ‘도너 신청서’에서 가장 꼼꼼하고 치밀하게 분류된 항목은 외모. 불임부부들과 완전히 닮은꼴을 찾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피부색의 경우 ‘희다-중간-조금 진함-아주 진함’, 쌍꺼풀은 ‘속쌍꺼풀-진하다-보통이다-흐리다-없다’, 곱슬머리도 ‘직모-완전 곱슬-반곱슬-살짝 곱슬’ 등으로 구분할 정도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도너 신청을 해서 40대 일본 주부를 만났는데 외모를 너무 까다롭게 따져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아줌마가 쌍꺼풀이 있는 내 눈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한국 여자들은 다 성형수술을 한다는데 혹시 쌍꺼풀 수술한 것 아니냐’고 집요하게 물어 기분이 무척 상했다”며 “내가 아니라고 하자 엄마, 아빠와 동생들도 다 쌍꺼풀이 있는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해왔다. 결국 쌍꺼풀이 자연산임을 확인시켜준 후에야 그 아줌마의 도너가 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여대생은 난자 제공비로 2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중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리 많이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브로커들은 “난자 가격도 일부 언론이 터무니없이 부풀려놓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가 밝힌 난자의 공정 가격은 200만원. 그나마 지난해까지의 150만원에서 대폭 오른 금액이란다. 브로커들은 불임부부로부터 400만원을 받아 도너에게 그 절반을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언론 보도를 통해 큰 액수를 기대했던 상담자들이 ‘불과’ 200만원인 가격에 실망해 기증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

난자 거래 공정가격은 200만원… 혈액형 등 여러 조건 따져

한국 20대 여성 난자 일본에 팔린다

체외수정된 난자와 정자의 수정란은 인체 환경과 비슷한 배아배양기에서 세포분열을 하게 되고, 보통 3일째 되는 8세포기에 불임여성에게 이식된다.

물론 난자도 가격 차이가 있긴 하다. 보통 혈액형과 외모별로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그래 봤자 몇 십만원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시세가 가장 높은 것은 공급이 달리는 O형 난자. A형의 경우 도너가 워낙 많아 200만원 이상 받기 어렵다.

기자가 “유학 준비중이라 돈이 많이 필요하니 되도록 좋은 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자, 이씨는 “내가 거래한 최고 금액도 300만원 이하”라며 “더 큰 보상을 기대한다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대부분의 난자 구입자들이 ‘영세민’ 수준이라고 전했다. 10년 이상 불임 치료를 받아오면서 전재산을 ‘날리다시피’ 했기 때문이라는 것. 말하자면 난자 구입은 이들 부부들에게는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브로커들은 병원 등에서 자연스레 만나며 형성된 이들 불임부부 그룹을 관리하며 난자 거래를 매개하고 있었다.

이씨는 난자 제공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일단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도너가 되려면 혈액형, 외모, IQ 등 신상명세를 적은 신청서 외에도 증명 사진, 상반신 스냅사진 등 사진 2장, 신분증 사본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정도 서류만 구비해두고 다른 것은 상대 부부의 요구에 따라 보충한다. 까다로운 불임부부들의 경우 신청서에 기록된 도너의 ‘집안’과 ‘품성’에 대해서까지 검증하려 하기 때문에 호적등·초본과 졸업·성적증명서까지 추가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DNA 뱅크는 아예 도너 신청을 받을 때부터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생존 여부, 사망 시기와 원인 등까지 조사한 후 증거자료를 요구할 정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 도너로 등록하면 브로커가 조건이 맞는 불임부부를 찾아 연결해준다. 현재 DNA 뱅크에 등록된 도너는 100여명. 브로커 이씨가 관리하는 도너도 수십명 수준이다.

DNA 뱅크 관계자는 “불임부부가 평소 잘 아는 사람이 도너가 되면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 없겠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친족 사이에 난자를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우리 같은 업체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재중에 만난 한재희씨(가명)는 “불임으로 고생하는 사촌언니가 내게 난자를 달라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씨는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는 기혼여성. 그러나 결심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한씨는 “육체적 접촉이 없다고 해도 내 난자와 사촌형부의 정자가 결합되는 건데 그걸 어떻게 쉽게 한다고 하느냐”며 “혹시라도 시술 후 아기가 태어났을 때 집안 문제가 될까봐 아직 남편에게 의논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브로커를 통한 난자 거래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밀 보장이다. 브로커 이씨는 “도너의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는 완전히 비밀”이라며 “도너도 시술 전에 불임부부에게 △자기 자식임을 주장하지 않고 △난자를 제공받은 이의 신분을 알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분도 엄격히 비밀로 할 것을 서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르는 이의 도너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김경아씨(가명)는 올 2월과 9월 두 차례 난자를 기증한 도너. 명문 여대를 졸업한 회사원으로, 난자 제공을 두려워하는 기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브로커가 일부러 소개해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김씨는 “난자 제공은 안전하고 건강에 아무 무리가 없다”면서도 “과정이 복잡한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정직하게’ 충고했다. 난자 제공이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 얘기다.

김씨에 따르면 난자를 제공하는 데만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 난자 제공의 첫 단계는 불임부부를 찾아 조건을 맞추는 것. 혈액형과 외모, 월경 주기 등 기본 사항이 맞는 불임부부가 나타날 때까지 수개월씩 기다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신과 맞는 부부를 찾은 후에는 ‘신원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적당한 부부와 바로 연결됐다 해도 복잡한 시술이 남아 있다. 시작은 신체검사. 종합건강검진과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건강과 난소 상태를 확인한 후 문제가 없으면 본격적으로 난자 제공 시술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도너는 최소 일주일에서 보름까지 난소를 성숙시켜 과배란을 유도하는 배란유도주사 등 각종 주사를 맞아야 하고 초음파검사도 매일 받아야 한다. 이윽고 난자를 채취하는 본시술. 시술은 마취 후 15분 정도 걸리는데, 시술 당시에는 ‘따끔’할 정도지만 시술 후 이틀 정도 아랫배가 거북할 정도로 후유증이 남는다. 몸이 제 상태로 회복돼 다시 난자 제공이 가능할 때까지는 서너 달 가량 걸린다.

김씨는 “시술을 끝낸 후 병실 문 밖에 나오면서 바로 브로커에게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며 “그 돈은 내가 들인 수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 뿐, 절대 무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또 한 번 난자 제공을 결심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

문제는 난자 매매가 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거래라는 점이다. 때문에 내년부터 시행 예정으로 현재 입법예고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은 실비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난자, 정자를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로커의 생각은 달랐다. 브로커 이씨는 “난자 매매가 금지된다 해도 불임부부는 계속 존재하고 당연히 도너도 계속 필요하다. 적당한 부부가 나타나면 연락주겠다”고 말한 뒤 기자의 신청서를 들고 다음 상담자를 만나기 위해 일어섰다.





주간동아 360호 (p18~2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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