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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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살려낸 TV외화 그 추억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4-10-08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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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살려낸 TV외화 그 추억
    ”영화 ‘브이(V)’를 기억하세요?”

    텔레비전 영화 ‘브이(V)’에 등장하는 외계인 주인공의 얼굴이 벗겨지면서 파충류의 겉 모습이 드러나던 날. 그날 밤 TV 앞에 앉았던 아이들은 대부분 잠자리에서 외계인 꿈을 꿨다. 쥐를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로 무시무시했던 외계인들의 공격 앞에서는 주인공 도노반과 줄리엣의 종횡무진한 활약도 역부족이었다.

    30대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TV 외화에 대한 추억. 새내기 만화가 강도영씨(27)는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세대들이 갖고 있을 TV 외화에 대한 추억을, 만화를 통해 징그러울 만큼 콕콕 끄집어낸다. 강씨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kangfull.com)의 방문객은 이미 하루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주말에 조회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출근 시간이 지난 아침 9시부터 조회수가 급증하는 걸 보면 강씨의 팬은 분명 386세대 직장인인 게 분명하다.

    지금은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당시만 해도 심야시간대나 주말 오후에 방영되던 TV 외화는 선풍적 인기였다. 배한성 아저씨를 어린이들의 영웅으로 만든 ‘스타스키와 허치’는 ‘밤빠바 빰밤∼’ 하는 음악만으로도 아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또 철사줄과 나사 몇 개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어내던 맥가이버는 ‘순돌 아빠’를 제외하고 나면 우리 시대 최고의 손재주를 가진 테크니션이었다. ‘전격 제트(Z)작전’이 선풍적 인기를 끌던 시절, 팔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면서 “키트, 가자!”를 외쳐보지 않았던 아이들이 있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영웅본색’이 불러일으킨 주윤발 열풍으로 성냥개비를 질겅질겅 씹고 다니지 않는 녀석들이 없었고, 일회용 라이터불을 들이마시다가 입천장을 홀랑 태워먹을 뻔한 녀석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천녀유혼’의 왕조현이 물속에서 장국영에게 키스한 후 온몸의 곡선을 드러내면서 올라오기만 해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던 시절이었고,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서 이따금 나체로 등장하던 ‘메텔’이 그날 밤 꿈에 다시 알몸으로 나타나면 어김없이 몽정을 경험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강씨의 만화에 빠져들다 보면 20년 전 까까머리 시절에는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동네 만화가게의 밀실에서 500원을 주고 포르노 비디오를 보면서 왜 초등학생은 중고생 형들보다 앞줄에 앉아서 뒤도 돌아보지 못하게 했는지, 왜 요즘 텔레비전에서 김보성이 그렇게 ‘의리’를 외쳐대도 친구를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가던 15년 전의 주윤발만큼 가슴이 미어져오지 않는지 강씨의 만화를 통해 느껴볼 수도 있다. 추억의 영화를 소재로 한 강씨의 만화코너 주제는 ‘그땐 그랬었지’다. 강씨는 9월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Daum)에 ‘영화야 놀자’라는 만화 코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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