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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선 위한 창당은 성공할 수 없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수사 사안의 정치권 개입은 검찰위상 훼손하는 행위”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대선 위한 창당은 성공할 수 없다”

“대선 위한 창당은 성공할 수 없다”
”국회가 어느 정당의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국회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내가 의장석에서 의사봉을 칠 때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고,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방청석을 통해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쳤다. 여야 모두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대선을 4개월 앞둔 요즘, 여야의 대립 상황이 자못 날카롭다. 모든 정치 일정은 연말 대선을 중심으로 짜이고, 사활을 건 여야의 전면전은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장대환 총리서리 인사 청문회,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공적자금 국정조사 등 16대 국회 후반기의 시작은 온통 난제로 가득하다. 보다못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여야 정치권에 따끔한 ‘충고’를 하고 나섰다. 원로 정치인인 그는 여야간의 양보를 정국 반전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선을 위한 창당은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수사중인 사안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검찰 위상을 훼손하는 행동”이라는 등 민감한 대선 이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장대환 총리서리 인준 문제로 국회가 시끄럽다.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장 총리서리도 청문회에서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인사권자가 과거와 다른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읽었어야 했다. 앞서 장상 전 총리서리 때도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그런 측면에서 ‘인사’는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후임 박관용 국회의장이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공적자금 국정조사 등과 관련해 날치기 파동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데….



“지난 2년 동안 여러 차례 날치기를 요구받고, 의사봉이라도 양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한 번도 원칙을 저버린 적이 없다. 날치기, 수(數)를 통한 밀어붙이기가 더 이상 국회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 박의장이 타협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도 몸담았던 당에서 부탁하면 거절하기 어렵지 않겠나.

“대선 위한 창당은 성공할 수 없다”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국회의장은 청와대나 특정 정당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봐서도 안 된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한때 중책을 맡기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장직을 물러난 지 이제 며칠이나 됐다고…. 몇몇 출마 후보들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얘기들이 직·간접적으로 들리지만 피하고 있다.”

-신당 방향을 놓고 당내 인사들이 혼란스런 모습이다.

“원칙적으로 정당이란 노선이 같고 같은 정책을 추구하는 사람이 모여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념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신당을 창당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공통의 목적과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어떤 방법으로든 대통령이 되고, 권력을 잡고 보자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대선전략 차원에서 창당 작업이 추진된다면, 그런 신당은 성공할 수 없다.”

-신당 창당의 난제 중 하나가 노무현 후보의 기득권 유지 문제인데….

“노후보는 국민경선을 통해 뽑은 국민후보 아닌가. 그런 후보를 지지도가 떨어졌다고 바꾼다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 내세운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면 그때 다시 신당을 창당하고, 새로운 후보를 찾아 나설 것인가. (노후보가) 지방선거 때 재신임을 받겠다는 등 경선후보로서 신중치 못한 발언을 했지만, ‘필사즉생’(必死卽生)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대선과 관련하여 표 계산하지 말고 보다 의연하게 정치 주체로 나서야 한다. 당의 지도자는 당내 강경파에게 끌려다니면 안 된다. 당원의 생각이나 민심을 존중해야겠지만 때로는 나라를 위하여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소신은 묻어둔 채 좌고우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신당을 창당한다면서 색깔이나 노선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사람이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겠느냐. 민주당도, 들어올 생각이 없는 사람 얼굴만 쳐다보며 언제까지 신당 타령을 할 것인가.”

-새로운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미래형 지도자가 보이는가.

“굳이 그들을 빗대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 입으로는 새정치를 부르짖지만 하는 것을 보면 옛날보다 훨씬 못한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그래도 옛날에는 질서가 있었다. 후배는 선배의 권위를 인정했고, 선배는 후배에게 예(禮)를 갖추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질서에, 이기주의, 당략만이 판을 친다. 자기 분수 모르고 욕심을 내는 사람도 많다.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일부 신당론자들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들고 나왔다.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는 차원에서 생각을 하거나 연구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개헌 문제가 선거철만 되면 불쑥 고개를 드는 것은 문제다. 선거를 의식한 이합집산의 수단이라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 순수한 입장에서 대선 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병풍(兵風)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한데….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는 검찰이 나서서 밝히면 된다. 정치권이 나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나라당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병풍 의혹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잘못하면 검찰 위상을 훼손하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 검찰이 새로운 검찰상을 확립하기 위해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병역비리가 밝혀지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말 자체가 검찰에 부담을 준다.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병역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후보로서의 경쟁력은 없어지는 것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 3김 뒤를 이을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이제 국민의 의식은 매우 높아졌다. 옛날처럼 카리스마로 이를 누를 수 없다. 깨끗하고 정직해야 한다. 총리 서리들이 자꾸 문제 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이를 거짓으로 감추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계층과 지역을 통합하는 포용력도 필요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주변 4강국의 협조를 유도할 수 있는 정치·외교력도 반드시 갖춰야 할 21세기 지도자의 덕목이다.”



주간동아 350호 (p26~27)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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