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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검증 시스템’있으나 마나

장대환 총리서리 철저 검증했다더니 … 땅투기·위장전입 등 의혹투성이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인사검증 시스템’있으나 마나

‘인사검증 시스템’있으나 마나
8월23일 장대환 국무총리 서리가 박관용 국회의장을 예방, “어려운 시험을 앞두고 입법부 수장께 인사를 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의장실 한 인사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시험 감독관을 찾아와 ‘봐달라’고 하는 것은 비례(非禮) 아니냐”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청와대 및 총리실 등 여권이 ‘장대환 구하기’에 나선 직후 이처럼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예기치 않은 각종 의혹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장 총리서리 임명 초기 청와대는 자신만만했다. 존안자료만으로 결격사유 여부를 체크하던 과거와 달리 “국가정보원 등 다른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검증작업을 거쳤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경력 및 학력, 위장전입 등을 통한 부동산 구입 여부, 납세 문제 등을 면밀히 체크했고 특히 실패한 장상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 이중국적 및 병역 문제 등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검증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 청와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퍼펙트는 아니지만 엑설런트했다”며 검증 결과를 설명했다.

국정원까지 동원 이중·삼중 확인

그러나 장 총리서리가 등장한 후 언론과 시민단체는 국가 공조직이 찾지 못한 각종 의혹을 수두룩하게 찾아냈다. 자녀의 8학군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부인의 건강보험료 납부 기피의혹을 비롯,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은 끝없이 이어진다.

특히 부동산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 총리서리가 갖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임야 638평), 전북 김제시(논 675평), 충남 당진군(임야 1600평) 등지가 졸부들의 ‘투기’ 지역이었음을 쉽게 기억해낸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됐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인사검증 과정에는 ‘이상무’로 나왔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청와대측은 당초 장 전 총리서리의 후임을 결정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정치권과 총리를 역임한 인사들의 배제 원칙이 그중 하나다. 이에 따라 인사 대상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김대통령에게 올라간 존안 카드에는 여성계 및 언론계 인사 3,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치적 색깔이나 자질 등을 고려하면 장관 또는 총리 후보감을 구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더구나 임기 6개월을 앞둔 인사 제의에 흔쾌하게 응하는 경우도 더욱 드물다는 것. 장 총리서리를 낙점하기 전 먼저 제의를 받은 몇몇 인사들은 총리 제의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말과 빈약한 인재풀의 한계에 김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접목돼 문제가 꼬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비밀, 비선 등을 통한 인사를 선호했다. DJ 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의 한 인사는 “야당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측근이나 비선 등 사적 채널을 통한 비밀 인사를 선호한다”며 “김대통령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인사와 유사하다는 것.

정상적인 검증절차를 밟지 않은 야당 총재식의 비밀, 깜짝 인사는 그만큼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사 내용을 미리 흘려 여론과 언론의 검증을 유도, 그만큼 실수를 줄였다.

인사권자의 비밀, 비선에 의지한 인사 스타일의 한계를 보강하는 것이 인사검증 시스템이다. 그러나 검증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상 전 총리서리와 장 총리서리 인사가 이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현재의 인사검증 시스템으로는 “100% 확실한 검증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다. 그에 따르면 통상 청와대나 집권 여당은 대략 3000명 내외의 인사파일을 비치해 놓고 있다. 출신 학교 및 경력, 주특기 등 일반적인 사항이 주요 내용이지만 여자 문제 등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과 부동산 투기 등과 같은 내사 결과도 파일 속에 축적시켜 놓는다.

그러나 내용은 빈약하다는 것이 청와대 한 인사의 설명이다. 특정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경우 사정기관이 나서 파일 내용을 보충하지만 단시간 내에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거나 숨어 있는 결격사유를 찾아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존안 카드가 처음부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 총리서리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동생 이회성씨 등과 별장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사각지대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사례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본인 모르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관계자들은 “과거 관행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공직자로 나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상 전 총리서리에 적용했던 검증 원칙과 잣대를 전임자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JP) 및 박태준, 이한동 전 총리 등에게 적용할 경우 이들 역시 국회 인준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손자나 손녀들이 외국 국적을 가진 인사도 있고, 수십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도 있다.

장 총리서리의 불투명한 검증에는 정치적 논리도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인사권자의 오만으로 표현했지만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는 장 총리서리를 발탁하며 “두 번 연속 총리 인준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다소 정치적 판단을 한 흔적이 있다. 더구나 언론사 사장 출신이라는 점이 검증 분위기를 느슨하게 몰고 갔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주간동아 350호 (p22~24)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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